죽기를 각오했습니다. 그래서 유서까지 써놓습니다. 혹시 내가 죽으면, 그 뒤를 부탁하는 내용을 간단히 적었습니다. 그리고 길에 나섭니다. 아무도 없이 햇볕만 내리 쬐는 거리를 걸어갑니다. 이것이 마지막 길이 될지도 모릅니다. 큰 키를 조금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걸어갑니다. 주일 오후, 일부는 교회에 모였고 일부는 바에 모여 있습니다. 아무도 내다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귀를 쫑긋하며 마음을 쏟고 있을 것입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는 떠나지 않고 홀로 맞서게 될까?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 뭣 때문에 임기도 끝난 상황에서 남아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는 말인가?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 할 만한 일인가?
남아서 과부가 되느니 떠날 거예요. 올바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야말로 무모한 싸움입니다. 혼자서 어떻게 총잡이 넷을 상대한다는 말입니까? 아무도 도우려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가족이 딸려 있으니 함부로 나설 수 없습니다. 더구나 돕는 자들이 없으니 나 혼자 무슨 영웅이 되겠다고 뻔히 보이는 죽음의 길에 나섭니까? 가까웠던 친구도 물러섭니다. 어쩔 수 없이 홀로 맞서게 됩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사정을 모를 리 없습니다. 서운하기는 하겠지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내가 짊어져야 할 운명이라 생각하고 맞서야 합니다. 하기야 떠난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습니다. 이미 임기는 만료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디 가서 안전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어떻게든 찾아내서 복수하려 할 것입니다. 하루인들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가족까지 생기면 그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그리고 가족에게까지 위험을 얹어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되든 안 되든 여기서 일단락 져야 합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 져야 합니다. 정의도 무슨 영웅 놀이도 아닙니다. 자신의 다가올 인생을 편안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오늘 맞이한 아내를 편안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길입니다. 오늘 도망하면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평생을 불안 가운데 살아야 합니다. 당해도 오늘 당하자는 것이지요. 아무튼 두려운 일입니다. 죽음을 각오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입니까?
악당을 물리치고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보안관의 성실함과 실력을. 믿고 맡겼고 그만큼 일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임기를 마치고 결혼하여 떠나려 합니다. 막 결혼식을 마치고 떠나려는데 보았습니다. 그 무리 가운데 한 명이 마을에 나타난 것을. 그렇다면 분명 같은 패거리가 등장할 것은 뻔합니다. 그리고 나타난 이유도 뻔합니다. 복수하겠다는 것이지요. 신부와 함께 마차를 몰며 마을을 벗어납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돌아옵니다. 신부가 저항합니다. 왜? 당신 임기도 끝나고 껴들 필요가 없는 일예요. 내일 후임자가 올 것이고 그가 알아서 처리하겠지요. 이제 모두 내려놓고 우리 인생을 만들어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마을을 범죄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어주었다고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들락날락 하며 장사가 잘 되었는데 그들이 떠난 후로는 손님이 줄었습니다. 그러니 보안관 ‘케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오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떠나려 하는 신부 ‘에미’가 그 호텔의 로비에서 시간을 기다립니다. 거기서 케인의 오랜 친구를 알게 됩니다. 그녀도 정오 기차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없어지는 마을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케인의 신부가 아닌가요? 그런데 왜 떠나요? 나 같으면 남편과 같이 총을 잡고 싸울 거예요. 당신은 왜 안 그러죠? 그 사람 내 남편이 아니니까요.
이제 막 결혼하였지만, 곧 과부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입니다. 소위 고락을 함께 하며 생사도 같이 해야 하는 것이 부부가 아닙니까? 마을로부터 총소리가 납니다.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 기차에서 내립니다. 그리고 마을로 달려갑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습니다. 싸움이 싫어서,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고 싸우는 일이 싫어서 종교까지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악당들과 대처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서로 총질하고 있습니다. 어쩝니까? 사상도 신념도 종교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버릴 수 있을까요?
사실 영화도 영화지만 이 영화의 주제곡이 참으로 유명합니다. 당시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오래도록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체 내용은 잘 몰랐지만 첫 소절 ‘사랑하는 당신, 나를 버리지 마오,’ 이것은 지금도 입에서 맴돕니다. 그리고 주인공(케리 쿠퍼)이 바로 이 영화로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 감정 연기는 알아줄 만합니다. 상황이 끝나고 두 신혼부부는 마차를 타고 마을을 떠납니다. 그 제서야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의 보안관 배지를 떼서 길에 내동댕이치고. 영화 ‘하이눈’을 보았습니다. 1952년 작품입니다. 정통서부극이면서도 주인공의 감정 연기가 뛰어난 작품입니다.
첫댓글 하이눈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요,,,잘 보았슴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