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배를 타면서 일본에 자주 들렀다. 일본회사 배에 선원송출로 나갔기 때문이었다.
일본에 입항하면 상륙해서 집에 전화도 해야 되고 술집에 가서 술도 한잔 해야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회화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과 같이 당장 필요한 말은 빨리 습득이 되었다.
그러나 '이지메'나 '히키코모리'와 같은 별난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으므로 알 수도 없었다.
'히키코모리'란 일본말로 '틀어박힌 인간'이란 뜻으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됐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은둔형 외톨이'로 풀이 된다. 은둔형 외톨이는 6개월 이상 사회접촉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은둔형 외톨이인 23살 정유정이 생전 처음 본 여성을 이유없이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기방에 넣어 택시를 타고 낙동강변에 유기했다가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의 신고로 체포되었다.
그녀는 고교 졸업 이후 5년간 별다른 직업없이 공무원시험 준비를 한다면서 처박혀 있었다고 한다.
휴대전화에 친구 연락처도 없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철저히 단절돼 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녀가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과외교사인 피해자의 정체성을 훔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부모없이 자란 환경도 그녀를 싸이코 패스로 몰고 간 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한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일본 내각부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일본내 히키코모리는 약 146만명으로 40대 이상의 2%가량이 해당된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선 지난 3월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는 2.4%인 24만 4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암만해도 먹고 살기가 일본보다 더 어렵다 보니 사이코 패스로 빠지는 위험도 더 큰 모양이다.
사이코 패스는 세상사와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 내면의 목소리만 듣는다고 한다. 그리하여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거짓말도 태연하게 한다고 한다. 정유정도 처음에는 '진범은 따로 있고 자기는 시키는대로 했다'며 거짓말과 범죄 장소로 여행용 가방을 끌고
활보하며 걷는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사이코 패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