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은 잔인한 사월을 노래하였지만, 나에겐 오히려 나긋나긋해서 더 좋습니다.
라일락.벚꽃 향기가 사방에 흩날리니 그 황홀함에 눈을 뜰 수 없습니다.
만약 천년 만년이 흘러도 인생의 시간이 멈춰져 있는 것과, 반대로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인생 중에 선택하라면 님들은 어느 것을 더 선호하십니까? 얼마전에 "밴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란 영화를 아주 흥미롭게 보았는데, 오늘은 완전 그 반대의 영화 "아델라인-멈춰진 시간"이 또 다른 각도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저는 중국사업하면서 제일 힘든 시기가 IMF 전후가 아니었나 합니다. 밤에 침대에 들어가 등 붙이고 쉴 때가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했습니다. 어느 날은 말입니다. 거짓말 좀 보태면 밤에 일부러 늦게 자려고 성냥개비를 꺾어 위아래 눈꺼풀을 받치기도 했습니다. 밝은 아침이 돌아 와 해결못한 어제 일을 다시 맞이하는 것이 너무 고되고 두려웠습니다. 배개를 배고 누울 때마다 기도를 했습니다. '하나님, 지금 잠 들면 내일 아침까지 다른 사람들이 일년하는 일을 다 하게 해 주세요.' '하루 밤에 일년동안 볼 수 있는 책 다 볼 수 있게, 하루 밤에 일년동안의 돈 다 벌 수 있게,그렇게 남들보다 하루가 일년 같도록 허락해 주옵소서'(말이 안되지만, 진짜 그렇게 기도하고 잤습니다.ㅎㅎ). 그만큼 심적으로 힘든 시간들이었지요.
[아델라인-멈춰진 시간]
100년이 흘러도 29세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즉 어느 순간 신체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입니다. 딸 하나를 둔 과부 아델라인은 29세가 되던 어느 날 친정에 맡겨 둔 딸을 보기위해 차를 몰고 가던 중. 운전 부주의로 호수에 빠져 버리게 됩니다.호수에 가라앉은 후 2분만에 신체의 온도가 30도까지 내려가면서 생물학적 사망을 하였는데, 갑자기 물경 5만볼트의 번개가 공교롭게도 그녀의 차에 떨어진 것입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병원에서 심장박동을 살리려 시행하는 전기충격요법과 같은 원리가 작용한 것입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까지는 좋은데, 그때부터 아델라인은 신기하게도 늙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모도 그대로 유지하엿습니다. 즉 신체의 시간이 29세 그때로 딱 멈춘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이 얼마나 황홀하고 멋진 인생입니까?(謝謝! 天上老爺上帝). 몇 년 간은 그랬습니다.
주위의 친구.동료들이 다 늙어 죽어가는데 자신만 아직도 29세입니다. 50년이 흐른 후 이제는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동생들에게 말을 놓아야 할 지, 높여야 할 지 당황스럽습니다. 무엇보다 더 괴로운 것은 딸아이가 자신보다 더 늙은 할머니가 되었을 때 입니다. 소문과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것이 괴소문이 되는 바람에 FBI가 나서서 진상규명하려고 죄인 다루듯이 합니다. 무슨 의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느니 하면서 실험실 동물 취급하질 않나, 더 나아가 외계인 취급하며 고향이 어느 별이냐고 묻는 바람에 도저히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10년 마다 이름과 신분증을 위조하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를 다니는 도망자 아닌 도망자로 고달픈 인생 여정을 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잃게 되는 건 당연하였으며, 새로운 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또 사랑에 빠질까 두려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마을에서 정말 정말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청년 엘리스를 만났는데, 그 부모님을 만나보니 교양있는 집안이고, 엘리스 역시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 순간 지난 100년 동안의 지친 심신을 이제 감당하기 어려워 모든 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신의 뜻에 맡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허나 신의 장난이랄까. 엘리스의 부친을 보는 순간 숨을 멈췄습니다. 바로 고향을 떠날 때 죽을만큼 좋아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떠나야만 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도망치듯 집을 빠져 차를 몰고가다가 다른 차와 부딫쳐 전복을 하게 되고 정신을 잃게 됩니다. 구급대원이 멈춰진 아델라인의 심장을 살리려 전기충격을 가했고, 살아 난 아델라인은 엘리스와 그 부모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승락을 얻어 엘리스와 결혼하게 됩니다. 1년후 외출을 나가려던 아델라인은 거울을 보며 깜짝 놀랍니다. 흰머리카락이 하나 생긴 것입니다.그 사고로 신체리듬이 정상적으로 돌아 온 것입니다.
[밴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반면에 밴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많은 사람들이 감명깊게 보았을 영화인데, 밴자민은 태어날때 부터 모습이 애늙은이로 태어났습니다. 자라면서 점점 젊어져 간다는 내용입니다. 어릴때는 많은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하기도 했지만 그의 인생 진가는 중년을 넘어가면서 부터입니다. 친구들 모두가 쭈그렁방탱이로 늙어갈 때 자신은 오히려 더욱 젊어지고 핸섬해 진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얼마나 멋지고 황홀한 인생입니까? 인생 이제 즐길만하지요.
그의 부인이 80세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할 때, 그는 이미 소년이 되어있습니다. 자식도 다 늙어 가는데 자신만 점점 어려져 가다가 종내는 어린아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비록 몸은 어린아이지만 지식과 정신은 풍부한 말하자면 애 어른으로 돌아 온 것입니다.
사람의 몸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노화되어가는 것이 순리인데, 이 두 영화는 여하튼 괴상한 DNA를 개발해서 인생을 아주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시간'입니다. 시간의 중요성과 귀함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말해 ' 지금의 당신 시간은 너무나 귀하니 허비할 생각을 마세요' 란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위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선호하시겠습니까?
저는 영화가 전달하려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관심없고 무조건 아델리안의 인생을 선택하겠습니다.
[기억]
몸은 그렇다치고, 기억을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가며 차근차근 지워가는 병이있습니다. 일명 알츠하이머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기억상실증이라고 하지요. 요즘 tvN 금.토 드라마로 인기있는 프로그램중 하나가 '기억'입니다.드라마 '미생'에서 연기는 이런 것이다라고 미친존재감을 확실히 각인 시켜줘서 인기가 급상승한 이성민을 주인공으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변호사 박태석(이성민 분)이 기억이 사라져가는 와중에도 가족을 보호하고 지키려는 인간애가 철철 넘치는 박력있는 드라마입니다. 부인역으로 열연을 하는 김지수는 이영애와 심은하를 반반 섞어 놓은 듯 너무 아름다운 것이 보는 내내 눈도 마음도 즐겁습니다.ㅎㅎ 함 보세요^^
알츠하이머는 최근의 기억부터 사라져 가는 병이지만, 반대로 저는 예전 것 부터 차근차근 사라져가니 인간으로서는 분명 정상이긴 한데, 일단 이쪽에서던 저쪽에서던 기억이 사라져 가는 것은 동일하니 별수없이 유한동물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러니 시간을 아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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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고향 대구.경산에는 복숭아꽃.살구꽃.능금꽃이 막 피기 시작합니다.
최무룡이 부른 '외나무 다리'가 딱 맞는 분위기인데, 아쉽게도 저작권 문제로 올리지를 못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이 밤을 보내기도 그렇고 해서 할 수 없이 예전에 녹음해 두었던 제 노래 올립니다.ㅎ
집사람이 옆 집 사람들 다 깨우게 새벽부터 또 ㅈ ㅣ ㄹ ㅏㄹ 한다고 핀잔을 줍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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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봄비가 촉촉히 내리니 따로 낭만 찾을 일은 없겠습니다.
휴일 잘 보내세요^^
외나무 다리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만나면 즐거웁던 외나무 다리
그리운 내사랑아 지금은 어디
새파란 가슴속에 간직된 꿈을
못잊을 세월속에 날려 보내리
어여쁜 눈섭달이 뜨는 내고향
둘이서 속사이던 외나무 다리
헤어진 그날밤아 추억은 어디
싸늘한 별빛속에 숨은 그님를
괴로운 세월속에 어이 잊으리
외나무다리.wma
(노래:실없는 사람ㅋ)
첫댓글 제일 좋은 것은 생을 여러번 사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그러면 이게 환생?? 윤회??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인생 저런 인생을 살아보면 진짜 삶이란 것이 무언지를 알 수 있을지도...*^^*
이것 저것 다 해 보기엔 인생이 너무 짧더라 이 말입니다^^
글 잘 쓰시네요,ㅎ
벌써 공원에는 라일락 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멋진 계절 멋지게 보내세요.
오늘 봄비에 벌써 꽃잎이 우두둑 떨어집니다. carlos님도 멋지게 보내세요^^
오늘 글 좀 되는 날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더 잘 쓰십니다.
ㅎㅎ
그렇습니까? 아마 따뜻한 봄 탓이겠지요^^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ㅎㅎ
모처럼 봄비가 내려 상쾌한 일요일을 기대합니다~
호머사피엔스..과연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볼 만한 책입니다..
가끔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특히 기쁜일이 있을때 오랫동안 만킥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시 한번 생각을 많이하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봄 볕이 너무 따뜻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