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
백종미
1.
앞집 여자가 어둠을 파헤친다
오늘 밤도 목청껏 콸콸 골목에 쏟아붓는다
그 말이 서로 문자와 통하지 않으므로
집집 잠자던 귀들을 깨운다
저 여자를 수정해 줄 백스페이스를
누가 한 번만 눌러 줄 순 없을까
어느새 전조등 밝히며 순찰차가 돌아나간다
출렁이던 어둠이 다시 고요해진다
하나둘씩 조용히 귀를 닫는다
2.
교회 울타리에 서서 반 백 년
하늘 향해 가장 높게 기도 손 모으던
키꺽다리 오동나무 집사
늦여름 휘몰아친 태풍에 팔뚝 몇 개를 날렸다
골목 아래 자동차와 지붕 파손시킨 가해자로 몰렸다
휴일 아침부터 전기톱질이 요란하다
오동나무 몸통 가로지르는 소리 구슬프게도 운다
3.
어느 집 한 뼘쯤 열린 창문 틈
초저녁 밥상 위 밥숟가락과 찬그릇
찰그랑찰그랑 바삐 만나는 소리
골목이 이른 저녁을 뜨기 시작한다
첫댓글 우리동네와 정서가 비슷하여 시인님의 시향이 가슴 한켠 뭉클해집니다. 삶이라는게 다 그러해서....어스름 저녘이 슬슬 다가오는 이 시간 저도 찰그랑찰그랑...거룩한 밥숟가락을 위해 쌀이나 씻어야겠습니다. 너무 너무 보고싶은 우리 백양시인님 생각하면서요 ^^*
정말 오래도록 보지 못해서 많이 그리워져요... 서울 변두리 동네 배고픈 사람들이 먹는 밥이니 얼마나 맛있겠어요... 찰그랑찰그랑...
달동네 홍제동 골목의 아름다운 삶의 풍경이 제 마음에 울컥 다가옵니다. 밥숟가락과 찬그릇이 만나는 소리가 제 귀에 찰그랑찰그랑 들려오네요. 세 식구 행복하게 잘 있지요?. 딸네 왔어요. 내일은 아가 예방접종 시키고 안성으로 가요. 따뜻한 봄날에 사랑하는 백시인 만날 수 있으려나^^
물론 여긴 행복합니다. 저에게도 큰사랑 베풀어 주시는 아버지가 계시니까요...^^ 저도 딸이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으면 모든 것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많은 할머니가 될라나 모르겠어요. 이제 막 고1 새출발해서 학교 열심히 다니고 있답니다.
벌써 고 1이 되었구나. 얼릉 키워 시집을 보내고 아이를 낳으면 엄마 생각 많이 할꺼예요. 애쓰셨어요. 아이들 키우느라
백시인님 사시는 곳이 홍제동이신 가봐요. 늘 주변 사물을 주의 깊게 보시고 詩로 승화하시는 시인님 세계를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고 기뻐요. 늘 소녀 같으신 모습 어떻게 변하셨을까? 이 봄에 우리 꼭 만나기로 해요. ^^*
꽃피는 봄... 기차를 타고 천안역에 내려야지.... 생각 중이거든요... 목련꽃 미소같은 김병손 시인님을 만날까 싶어서요.^^
첫눈 오면 어디서 만나자.. 하듯이 꽃이피면 어딘가에서 뜻밖에 만나게 되는... 행복한 역사가 이루어지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목련꽃 김병손 시인 만날 때 나도 같이 만날까? 아니면 그 때 모두 만나 서천으로 갈까나. 고사리 꺽으러^^
밤하늘 별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하나니.....범사에 감사하는 이 가정에 복이 있기를.....
제게 김내식 시인님과 같이.. 나이와 성별과 세대를 초월한 멋진 벗을 허락하신 섭리에 또한번 감사하게 되는 아침입니다. 아, 따뜻한 축복...
아름답고 멋진 시 한 편 감상할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