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 공채 일반직 사원 언제 나오나요?
장지용(ESTAS)
뭐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했던 탈락을 알리는 메시지에 적힌 말이 그냥 겉치레로 한 말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사실 나는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일반직 공채에 응모했지만 두 곳에 지원했음에도 모두 최종 탈락을 했다. 응시생들 사이에서 ‘공포의 문제’로 통했던 문제까지 나온 그 필기시험을 통과했음에도 그랬다.
아마 그들에게도 가장 예상외의 도전자라고 생각했을 것은 뻔하다. 그동안 장애인 공채는 기껏해야 지체장애인들이 많았고 가끔가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도전하던 그런 시험이었는데, 이 와중에 자폐인이 면접 라운드까지 진출했으리라는 것에 많이 놀랐을 것이다. 마치 FIFA 월드컵에 첫 출전하고 4강까지 올라간 1998년 프랑스 FIFA 월드컵의 크로아티아 같은 사례라고 해야 할까?
물론 지금은 면접 라운드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도 기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공분야만 제대로 채용공고를 내기 때문에 구직자들이 죄다 공공분야로 몰려오는 현상에서, 밀려날 사람들이 밀려난 것이기도 했고 면접 라운드 문턱에도 닿지 못한 응시생들도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는 그렇다. 필기시험도 제대로 못 칠 것 같은 자폐인이 필기시험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기적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마 앞으로도 자폐인이 공채 일반직 사원에 도전하는 일은 내가 아니고서는 한국에서 나오려면 아마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도전자도 이러한 것에 문을 두드리고 나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도전자를 봤지만, 그는 기계직을 희망하고 있어서 사정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공채를 통한 성공에 이르는 가장 끝 지점인 면접에 이른 자폐인이 나 말고 한국에 어디 있을지가 궁금하다. 수시로 뽑는 그런 일자리가 아닌 소위 ‘필기시험’씩이나 치르는 그런 수준의 공채에서 말이다.
자폐인에 대한 고용 상상력은 그래서인지 그들에게는 없다. 자폐인이 공채를 뚫겠다고 나선 이가 거의 없으니 그런 것이 있다. 정공법으로 밀어붙인 도전도 결국 실패하는 마련에, 결국 자폐인 도전자가 공채 합격자로 당당히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사하는 날이 오면 아마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소위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는 명분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일로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쑥스럽다’. 아마 그런 자폐인이 등장하면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주인공이라고 했다면 아마 이야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이런 일로 뉴스가 되는 것이 역설적으로 슬프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내가 최초’라는 것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폐인에 대한 고용 상상력이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자폐인도 언젠가는 공채의 문을 뚫으러 어딘가에서 나올 것이며 나도 새로운 공채 자리에 등장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쓰러 갈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나를 ‘나는 존재한다. 고로 도전한다’라고 말했다. 단순직이 아닌 전문직으로의 새로운 전환을, 공채 일반직 합격자라도 등장하는 그런 자폐인이 많아져야 한다. 신경다양성 기반 일자리는 이제 가능해질 것이다. 단순직이 아닌 사무직이나 전문직으로 더 넓어지는 그런 일자리에서.
그 평가대로 나는 다시 어딘가로 정처 없으며 머나먼 도전의 길을 다시 걸을 것이다. 어딘가에 내가 누릴 신대륙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자폐인으로서 공채 일반직에 도전해서 성공한 이가 나오기를 빈다.
유일한 아쉬움은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폐인이 과연 제대로 고용될 수 있을는지가 궁금해진다. 아, 그렇게 보면 아직 자폐인 출신 대기업 사무직 사원은 없고 내가 그 첫 번째가 될뻔했으니까. (나는 2015년, 롯데그룹 장애인 공채에 응모했으나 면접 탈락한 전례가 있었다.)
자폐인이 이제는 ‘큰물’에서 일하기를 기원한다. 이제 대기업에서도, 공공분야에서도, 단순직이 아닌 일반직에서 자폐인이 같이 일하는 것을 소망한다. 나처럼 면접에 이른 것이 천만다행인 것이 아닌, 진짜로 합격하는 그런 일에서. 이제 자폐인 바리스타는 질리게 많이 봤으니 말이다. 자폐인은 바리스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자폐인 공채 일반직 합격자를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때는 ‘인간승리’ 이런 소식은 듣지 않고 말이다. 공무원은 이미 있다고 하지만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대기업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나는 첫 번째가 되기 위해서 도전했지만, 도전에서 떨어진 것이 이제 몇 번째인지 세보지도 못할 정도이니 말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좋다. 한국에서 자폐인이 ‘전형적인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고 싶다. 전형적인 직장인 드라마에 나올법한 그런 직장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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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폐인 공채 일반직 사원 언제 나오나요? : 장지용(ESTAS)
자폐당사자인 필자는 본인의 면접 경험을 토대로 자폐인 고용의 현 실태를 이야기합니다. 자폐인도 단순직이 아닌 일반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자폐인 공채 일반직 합격자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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