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교민 선교사에게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최근 리비아 당국에 구금된 교민 농장주 전모(58)씨에게 리비아 당국이 “이는 리비아와 한국 간의 ‘싸움(Fighting)’”이라고 말했다고 전씨 가족이 28일 전했다.
전씨의 외조카인 장모(43·국내 거주)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숙모(박모씨)가 외삼촌(전씨)의 구금 직후 리비아 보안당국을 찾아가 남편을 구금한 이유를 묻자 당국자가 이같이 답변했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수도 트리폴리 인근에서 10여 년간 농장을 경영해 온 전씨는 지난달 15일 리비아 당국이 교민 선교사 구모씨를 구금한 지 약 한 달 만인 17일 구금됐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구씨에게 선교자금 등을 지원한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들의 구금에 대해 “지난달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정보 담당 직원)의 추방 사건과 무관한 별개 사건”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구씨는 현지에서 8년 동안 선교사로 지내오다 이 외교관이 추방 명령을 받은 날 돌연 불법 선교 혐의로 구금됐다. 또 리비아 당국은 구씨·전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영사 접근 요청을 계속 거부해 왔다. 이 때문에 “리비아 정부가 교민 수사를 통해 우리 정부에 불만을 간접 표출하며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장씨는 “외삼촌이 구씨와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선교 자금을 지원할 만큼 열렬한 신자가 아니며 달러를 현지화로 환전해 준 정도일 뿐, 돈을 준 일은 없는 걸로 안다”며 “리비아 당국이 정치적인 의도에서 외삼촌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삼촌은 지난달 중순 구씨가 체포된 직후 리비아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여권도 압수당했다”며 “그 한 달 뒤 다시 소환돼 체포된 다음 열흘 넘게 가족과 접촉이 차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리비아 당국은 구씨와 통화·거래한 교민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전씨를 구금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6~13일 리비아를 방문한 이상득한나라당 의원은 “구금 교민들에 대한 조사를 빨리 끝내고 선처해 달라”고 리비아 당국에 부탁했으나 28일 현재까지 리비아 측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리비아 당국은 현지에 진출한 현대·LG 등 우리 기업들에 대해서도 우리 외교관의 첩보활동과 관련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 외교관이 아랍어를 몰라 정보원들과의 접촉 때 우리 기업 주재원들의 번역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리비아 당국이 이들을 조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리비아와 세 차례 협의해 이견 좁혀”=정부 관계자는 “리비아를 방문 중인 우리 정보 기관 대표단이 지금까지 리비아 당국과 세 차례에 걸쳐 협의를 했다”며 “양국 간 이견을 많이 좁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의 아들(우리 외교관이 첩보활동을 했다는 아들과 다른 인물)이 올해 한국에 사적인 여행을 왔을 정도로 카다피 원수 측과 한국 간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