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지와(井中之蛙)
우물 속의 개구리, 식견이 좁아 세상을 모름
우물 정(井) 가운데(中) 갈 지(之) 개구리 와(蛙)
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 란 말이 있다.
우물 안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자그마한 원이 전부다.
그 속에 갇힌 개구리는 보이는 하늘이 당연히 전부라 생각한다.
널리 알지 못하는 좁은 식견을 비꼬거나
별로 깊지도 않은 지식을 제가 제일인 양
우쭐대는 사람을 욕할 때 쓴다.
이것을 그대로 번역한 듯 똑같은 이 성어는
유사한 말이 많기로 유명하다.
먼저 우물이 붙는 埳井之蛙(감정지와, 埳은 구덩이 감),
井蛙之見(정와지견), 井底之蛙(정저지와) 외에
대롱 管(관)이 들어가는 管窺蠡測(관규려측, 蠡는 좀먹을 려),
管中窺天(관중규천), 관중규표(管中窺豹)가 있고,
맹인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群盲撫象(군맹무상)도
비슷한 말이 많다.
奇想天外(기상천외)한 비유로 우주 만물을 흥미 있게 풀어내는
‘莊子(장자)’에 이 말이 처음 나온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때 활약했던 제자백가 중에서
老子(노자)와 더불어 道家(도가)의 쌍벽으로 불리는 莊周(장주)의 저작이다.
外篇(외편)의 秋水(추수)편은 시간과 공간의 무한함과 인간의 미미함을 그려내고 있다.
첫 머리에 나오는 이야기에 비유가 실려 있다.
가을 비가 때 맞게 내려 온갖 냇물이 黃河(황하)로 흘러들자
강을 관장하는 신 河伯(하백)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흡족해 했다.
그러다가 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北海(북해)에 이르러
동쪽을 보았더니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비로소 하백은 자기의 식견이 좁음을 한탄하며
북해의 신 若(약)에게 하마터면 후세의 웃음거리가 될 뻔 했다고 말했다.
약은 하백에게 일러준다
.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설명해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좁은 장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井蛙不可以語於海者 拘於虛也/
정와불가이어어해자 구어허야),
여름 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말해줄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여름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夏蟲不可以語於氷者 篤於時也/
하충불가이어어빙자 독어시야).
이렇게 말하고 북해 약은 하백 자신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大道(대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따와 우물 속 개구리는 바다를 말해도 알지 못한다.
(井中之蛙 不知大海/ 정중지와 부지대해)라고 쓰기도 한다.
일을 맡아 처리할 때는 주변에 미칠 영향까지 면밀히 분석해야 옳다.
좌우할 권한이 있다고 하여 자신이 제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독불장군으로 밀고 나가다가는 나중에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망칠 때가 많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안병화(전 언론인, 한국 어문 한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