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으로 들어오는 돌계단 위로는 부부간 애정을 상징하는 자귀나무, 그리고 양반을 상징하는 능소화가 드리워져 있다.' 부부 애정', '양반'.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화목과 사회적 신분에 딱 들어맞는 깔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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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시인 변수석 씨가 쓴 시중 자귀나무에 관한 시 둘.
자귀1
4대강 살리자며 소신 공양에 그은 심장
한 줌 제로 곱게 빠 물고기에 던져준 문수스님,
다비식에 눈물 얼룩진 제문을 적은 수경스님은
모두를 위한다는 것 또한 권력이라 일갈하고
햇볕 따뜻한 겨울, 바위에 졸다 죽자 하시고는
주지니 승적이니 뜨겁던 저항의 이력이며
가진 것 모두 놓고 훈련이 종적을 감추었다
오늘 문득 그가 뿌린 눈물이 붉은 자귀로 피어
높은 나무 잎새에 걸터앉아
분홍의 접시 안테나를 펼치고는
나로호에 실렸다가 궤도를 버리고 자신을 소신(燒身)한 위성
그 막막한 구도(求道)의 궤적을 쫓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향해
섬모는 붉게 발돋움하고
바람의 일렁이는 이파리의 얹혀
관계의 본적을 찾아 공적(空寂)한 호적을 뒤지며
그가 내는 실낱같은 휘파람 소리라도 듣는 양으로
헐거운 신발도 벗어버리고
팔목을 옥죄던 시계도 내동댕이치고
뜨겁게 연동하던 핏줄도 끊어버리고
생명마저 삭발한 채
순전한 비루나자를 향해 몸을 던져 버린
그 뜨겁던 순정
하얀 형광의 비행운이 하늘을 가로긋고 지나면
우주로 흐르는 그의 발자국인 듯
자귀의 모든 꽃들은 일제히 한 방향으로
안테나를 돌려 세우며 외치는 것이었다.
찾았냐고,
그래서 행복하냐고.
자귀 2
하필이면 거기였을까
건물 사이 외길 골을 타고 흐르던 바람이
한 차례 세차게 맴을 도는 모퉁이 응달
겨우 한 평 땅을 빌어 뿌리 내린 터,
그 틈새로 비껴드는 사양진 햇살이 사지를 뒤척여
하루 잠깐 몸을 적시는 하필이면 그곳,
그나마도 몸을 사려 물을 긷고, 잎을 달고, 그리고 꽃을 얹었다.
튼실한 등걸에 지친 내 몸을 기대고
머언 하늘을 향해 먹먹한 내 사연을 띄워 보내면
저 높은 잎새 사이에 매단 분홍의 안테나로 수신한 답신을
어깨를 툭 치며 끝내주곤 하였지
괜찮다고
잊혀지는 법이라고
사라지는 것이라고
호들갑 떠는 기상 예보에도 늘 염려하지 않았다
단 한 번 너의에 부재를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태풍 '콤파스'에 사지가 잘리고 마침내 몸통마저 결대로 찢겨
등걸 껍질 한 올로 버티던 동강난 네 순환 허리는
잔풍에 속절없이 단말마의 신음으로 울다
끝내 전기톱에 피를 튀기며 네 시신은 갈무리되었다
토막난 네 시신은 몇 차례 리어카로 져다 나른 후
태풍이 지나간 다음 을씨년스러운 잔해들과
은밀했던 우리의 밀어들이 톱밥으로 분분히 흩어져 날리고
네가 수줍게 섰던 그 자리에
돌이킬 수 없는 추억 하나
그림자도 없이 손을 모으고 섰다
첫댓글 자귀나무의 어원을 찾아보면, 목질이 부드러워 짜구(자구란 도구의 갱상도 사투리)의 손잡이를 만들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기도 하고, 밤이면 잎새가 가지런히 포개져 밤을 지샌다하여 "자"는 시간을 "귀"신 같이 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기도 한대나, 어쨌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