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읽는 단편 교리] 주님 부활 대축일의 날짜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은 4월 9일입니다. 작년에는 4월 17일이었지요. 내년에는 3월 31일이 됩니다. 부활절은 성탄절과는 달리 매해 날짜가 바뀝니다. 그 이유는 부활절이 이스라엘의 파스카 축제와 관련되기 때문이며, 파스카 축제는 이스라엘의 절기를 정하는 ‘유다력’에 따르는 까닭입니다. 유다력에 의하면, 파스카 축제는 우리 달력으로 3~4월에 해당하는 니산 달 14일에 지냅니다. 참고로, 유다력의 하루는 일몰에서 시작해서 그다음 날 일몰까지기에, 그들의 ‘14일’은 우리에겐 ‘14일 일몰부터 15일 일몰까지’가 됩니다. 유다인들은 파스카 축제를 위해서 춘분 이후 첫 만월(滿月, 보름달)을 맞는 14일 오후에 파스카 양을 잡았는데, 바로 그날 “파스카 축제 준비일”(요한 19,14)에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해 파스카 축제일은 안식일(금요일 일몰~토요일 일몰)과 겹쳤는데, 그다음 날인 “주간 첫날”(요한 20,1)에 부활하셨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을 ‘춘분이 지나 맞이하는 만월 이후 첫 번째 주일’로 지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부활절 날짜를 최종 확정한 건 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에서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지내는 부활절의 날짜를 보면, 종종 다릅니다. 사실 두 종파는 16세기 전까지만 해도 같은 날 주님 부활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그런데 1582년 그레고리오 13세 교황이 그동안 사용하던 율리우스력 대신 새로운 역법 체계를 도입하면서 차이가 생겼습니다. 바로 그레고리우스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기존 율리우스력이 달의 삭망(朔望)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반면, 그레고리우스력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계산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레고리우스력을 도입한 1582년에 두 역법 체계는 10일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2023년 현재는 13일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계산하는 날짜에 따라 어느 해는 부활절이 다르고, 어느 해는 같기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부활절 날짜를 통일하는 문제를 두고 물밑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정교회를 대표하는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최근 튀르키예 언론 인터뷰에서 “양측 대표가 부활절 날짜를 통일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곧 합의안이 나올 거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부활절 통일은 2025년 희년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두 교회가 2025년을 목표로 정해놓고 논의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2025년은 가톨릭교회의 희년인 동시에 주님 부활 대축일 날짜를 공식 선언한 제1차 니케아 공의회가 열린 지 1700년이 되는 해입니다.
[2023년 4월 9일(가해) 주님 부활 대축일 의정부주보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