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 화
조성례
가벼운 손짓에 날아갔다 날아왔다
비음을 내며 약 올리듯 다시
얼굴에 와 앉는다
불끈 화가 난 팔뚝은 왼쪽 뺨을 힘껏 갈긴다
파리채를 쥐고 휘둘러 보지만 또다시 냉큼 자리를 피하는 파리
마침 모니터 화면에 앉는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리채는 시속 천 마일을 달린다
날카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시퍼런 속도에 압사한 파리는 마른 꽃 같은 흔적을 남겼다
사지를 벌린 채 마지막 모니터를 붙들고 있다
덤프트럭에 깔린 윗마을 그 남자 애
선천적 불구였던 그 아이를
아무도 지켜주지 못했다
도로가에 샐비어 꽃이 한참 피어있었다
그 애의 소문은 뉴스 뒤끝에 흘러가는 한마디로 지나간다
뉴스는
죽을힘으로 땅바닥을 잔뜩 붙든 채
압 화로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참새와 홍시
조성례
텅 비어 있는 감나무 가지 몇 알의 까치밥이 걸려있다
요염하리만큼 붉은 빛이 참새의 몸도 붉게 물들인다
지난 가을 감을 따면서 남긴 몇알의 감
서리 맞아 맛스럽게 물렀다
나는 방물장수였다
발길은 항상 무겁고 배고팠다
땅 바닥에서 한 발을 들어올리기도 힘든 어느 날
새댁 하면서 부르는 여인의 손에 들려 있는 찬밥 한 술
눈물에 그 찬밥을 말아 게걸스럽게 퍼 넣었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것은 밥보다 그녀의 인정이었을 것이다
식곤증에 감기는 눈가에 비치는 하늘은 그날도 푸르렀다
배고픈 참새가 파먹는 감도 푸른 하늘에
저장 해 놓은 그 때의 그 인정이리라
빈 가지에 꽃눈을 달고
지그시 눈 감은 채 젖을 물리고 있는 감나무
우리시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