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6, 진정한 감상자 (거창민족미술협회 전시 관람 ②)
통학버스에서 내린 해민이에게 전시회 보러 가자고 졸랐다.
해민이도 제안이 반가운지 차에 가자고 이끈다.
해민이와 보는 그림은 어떨지, 또 해민이가 볼 그림은 어떨지 기대된다.
‘이 분이 배시범 선생님이신가?’ 차마 여쭙지는 못하고
인사를 드리고 해민이와 입장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자 해민이 목소리가 커진다. 평소와는 다른 조명과
즐비한 그림들에 흥분한 걸까나.
아무래도 고요한 전시회장의 정적을 흩트리는 것 같아 조금은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계속 기분이 좋은지 자세도 편해진다. 그림을 순서대로 보기를 권했지만 북받치는 감정에 동선이 자유롭다.
“해민아, 이미숙 선생님 그림부터 한번 찾아볼까?”
선생님 작품 앞에 이르러 문득 지금 해민이 모습을 기념하고 싶었다.
“해민아, 우리 사진 한번 찍을까? 이미숙 선생님께도 보내드리고!”
사진을 찍고 작품을 감상하다가 엉겁결에 작품 액자를 떨어뜨렸다.
놀라서 수습하려는데 입구를 지키시던 당번 선생님이 어느새 뒤에 서 계신다.
“괜찮습니다. 제가 할게요.”
“아…. 혹시 배시범 선생님이신가요?”
“오늘 배시범 선생님이 일이 있으셔서… 배시범 선생님 작품은 여기 있습니다.”
당번 선생님이 바뀌셨나보다.
“혹시 선생님 작품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여기 사과 그림을 그렸습니다.”
마침 어제 인상 깊게, 오래 음미하며 생각에 잠겼던 그림이다.
사실적인 사과 그림에 물방울이 맺혀 있고, 작품 중간쯤 눈에 띄는 파란색 물 풍선이 있다.
당번 선생님(이제는 작가님)에게 작품 소개를 듣는다.
내가 감상했던 바와 견주어보고, 물음과 답을 주고받는다.
“미술은 어려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선생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미술을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고, 즐기고 싶어진다.
해민이도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한껏 기뻐한다.
“해민아, 소리 조금만 낮춰야겠는데….”
“괜찮습니다. 학생들도 마음껏 봐야지요.”
해민이가 이제 다 둘러보았나, 너무 오래 있었나 싶어 인사드리고 가려는데
선생님이 “가고 싶을 때 가면 된다.”고 하신다.
그리고 계단을 좋아하는 것을 알아보시고는 해민이와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내리신다.
“천천히 보세요.”
덕분에 어제 미처 감상하지 못했던 1층 사진전을 감상했다.
그 사이 해민이는 당번 선생님과 2층으로 갔다.
“그림을 다시 보니까 더 만족이 됐나 봐요. 네가 진정한 감상자다.”
“아, 그래서 가기가 아쉬웠나보네요.”
“어디 가려고 할 때는 한번 같이 가보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았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선생님에게 또 하나 배웠네요.”
당번이라 마음이 편치 않으실 것 같아
“선생님, 바쁘실 텐데…. 이제 갈까, 해민아?”
해민이와 나가서 주변이라도 걸을 요량이었는데 당번 역할도 잠시 내려놓으며 해민이와 시간을 보내신다.
해민이는 한 손은 선생님 손, 한 손은 내 손을 잡고 1층, 로비, 외부로 자리를 옮기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걸으면서 선생님은 얼마 전 2회째를 맞은 ‘치유농업예술제’를 소개하시고,
그를 주최한 선생님을 소개하시고 그 공간 이야기를 해주셨다.
혼자 가는 길은 때로 지칠 수 있기에 함께 가자는 의미로 해주시는 말이라고.
든든하고, 위로가 되는 따뜻한 말이었다.
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고
환경에 해로운 쓰레기 배출도 최소화 하는 자연친화적 행사라서 지역주민의 정서를 위해서도 아주 이로울 것 같았다.
지역사회에 이런 좋은 일이 시작되었고,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니. 내년에는 더욱 성황을 이루어 거창을 빛내주었으면 하고, 그 자리에 우리도 있었으면 했다.
“아마 이미숙 선생님도 아실 겁니다. 치유농업예술제, 향기소반.”
“네, 저희가 한번 다시 알아보고 말씀드려볼게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집에 가서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아, 선생님 성함 한번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이고, 도록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싶었다.)
“이정훈입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해민아, 인사드릴까?”
“그래요. 다시 만납시다. 잘 가요.”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왠지 꼭 다시 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024년 6월 14일 금요일, 서무결
‘치유농업예술제’ 거창에 이런 전시회도 있군요. 해민 군 덕분에 의미있는 전시회 알게 되었네요. 신아름
이정훈 작가님, 해민 군 잘 맞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하실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미 관심과 경험이 있으셨군요.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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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양해민 군의 표정에 즐거움이 느껴지네요. 다녀오기 잘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