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모처럼 사흘 휴가를 얻었다고 어디든지 코에 바람 쐬러 가자고 졸랐다.
마누라 등살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오케이를 하고 선 가고 싶은 곳을 골라라고 했더니
남해 독일마을과 보리암을 가보자고 하였다.
그저께 오전8시반에 출발하여 남해 고속도로를 타고 진성IC를 빠져 나와 인근에서 막내 동생을 만났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 피부미용을 하는 여자가 있는데 상담을 한번 받아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형님 머리가 많이 빠졌다고
걱정을 하면서 테스트를 한번 해 보라는 것이었다. 6개월분이 300만원 정도인데 우선 3개월정도 발라보고 효과가 있으면 계속하기로 하였다.
미리 펜션을 예약해 놓았으므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 진주 인근에 사는 친구농장에 잠깐 들렀더니 마침 친구가 있었다.
농장에는 매실이 나무에 주렁주렁 열렸는데 손이 없어 그냥 내버려 둔다고 했다.
매실이 잘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기도 하고 가지에 붙어 있는 것도 많았다. 주머니가 달린 앞치마를 걸치고 뙤약볕에서 매실을 땄다.
금새 한 광주리가 찼다. 집사람도 함께 따면서 재미 있다고 했다. 집에 가져가서 매실주를 담궈 친구들과 한잔씩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실 두 자루를 차 트렁크에 담아 싣고 사천 펜션으로 가 여장을 풀었다. 인근 식당에 가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 경치가 내려다 보이는 9VIEW 펜션 카폐로 올라가서 노을 진 사천만 풍경을 감상했다.
아련히 보이는 남해의 여러 섬들 위로 붉은 홍시 같은 태양이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카푸치노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낙조를 감상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사위는 어둠속으로 침잠하고 까만 하늘엔 밝은 샛별이 떴다.
하룻밤을 자고 아침식사를 마친 후 일찍 펜션을 나와 삼천포대교를 건너 남해 독일 마을로 향했다.
독일마을에 들러 주차장에 주차를 한 다음 파독광부와 간호사 기념관에 들러 전시를 보고 난 후 맞은 편에 있는 예술촌을 둘러 보았다. 집사람은 정원가꾸기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들고간 수첩에다 메모까지 했다. 도중에 날이 더워 카페에서 얼음 팥빙수를 한그릇 사서 둘이서 나눠 먹었더니 꿀맛이었다.
독일마을에서 나와 한참 달려서 보리암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했더니 주차비를 4천원이나 받았다.
얼마전 신문에서 사찰입장료를 폐지한다고 하더니만 보리암은 입장료를 계속 받고 있었다. 나이 많다고 신분증을 제시하였더니
무사통과하였다. 보리암은 주차장에서 한참 올라가야 했다. 보리암에 갔더니 발 아래로 상주 해수욕장이 보이고 멀리 남해의 여러 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