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준우승 이후(당시 우승 브라질) 같은 장소에서 무려 28년만에 중국이 결승에 진출했네요. 더구나 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리멍이 건강문제로 결장했음에도 나머지 선수들이 똘똘 뭉쳐 홈팀 호주에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 의미가 있겠는데요. 이를 지켜보던 전 농구스타 수이페이페이는 중계를 마치기 전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자국에서 열린 08년 베이징 올림픽 4강을 제외하곤 그동안 투자대비 큰 성과가 없었던 것도 사실인데요. 아시아권에서 보기 힘든 피지컬 농구를 구사하는 중국에게는 무엇보다 1980-90년대 세계정상권에 있던 시절에 골밑을 장악했던 정하이샤 이후 이렇다한 장신센터가 나오지 않았던 점은 그들로서 큰 컴플렉스였습니다. 그동안 이후 여러 장신 선수는 등장하였으나 신체능력이 달릴 수 없는 상태였거나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금방 마감해서 장신센터를 육성에 집중하던 중국농구협회에 실망감을 안기곤 했는데요.
하지만 두 2m대의 장신 WNBA리거 한쉬와 리유에루가 동시에 등장하며 중국의 포스트는 다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높고 강한 모습 보다는 두 선수 모두 꽤나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장신센터이며 리유에루는 웨이트가 있어 장악력이 좋으면서도 꽤나 유연한 공격을 선보였으며 한쉬는 높은 BQ에 특히 미국진출 기점으로 3점을 던질 정도로 슛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더구나 어제 호주와의 4강 전에는 2쿼터에만 13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보이며 총 19득점 11리바운드 5블럭을 기록 호주의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특히 4쿼터에 중국이 호주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을 때는 더블팀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득점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 선수의 나이가 모두 2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중국 센터의 다시 찾은 전성기는 앞으로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올림픽에서의 일본의 은메달, 또 일년만에 중국이 최소 월드컵 은메달을 확보함으로서 2020년대에 와서야 아시아 여자농구팀이 다시 잇달아 세계 정상권에 올랐습니다. 이제 우리도 다시 뭔가 보여줘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요? 일본과 중국의 세계무대 활약을 지켜보며 느끼는 것은 준비한 팀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것 입니다. 중국의 이번 여자농구월드컵 돌풍에 박수를 보내며 동시에 다가오는 현실이 다소 씁쓸하긴 하지만 우리 한국여자농구의 재도약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다시 한 번 해봅니다.
첫댓글 살아있는 전설 로렌잭슨이 한쉬한테 발리는거보고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