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이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다음 주면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별들의 무대, 올스타전이 개최되면서 10개 구단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휴식기에 돌입한다.
3라운드도 혼돈의 카오스였다. 외국 선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이룬 팀이 있는가 한 반면, 부상과 조직력 부재로 신음해 아쉬움을 남긴 팀도 많았다. 겉으로 드러난 순위표엔 예전만큼 큰 요동은 찾아오지 않았지만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면서 판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3라운드는 국내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던 시기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기자단 투표로 이제 3라운드 MVP가 선정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인데, 출중한 외국 선수들을 제치고 딱 두 명의 국내 선수가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바로 고양 캐롯의 전성현과 전주 KCC의 허웅.
그리고 3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던 두 남자가 3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두 선수도 아마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전 인터뷰에서 전창진 감독은 허웅의 로테이션 수비가 1대1 수비에 비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냉정하게, 매 시즌 스텝 업하고 있는 허웅의 유일한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점점 팀 디펜스에 녹아들며 나아지고는 있지만!)
이 때문에 전성현도 이날 허웅을 노골적으로 공략하며 꾸준히 매치업 헌팅을 가져갔다. 원드리블에 이은 3점슛, 미드 레인지 점퍼로 외곽 득점을 적립한 전성현은 계속해 허웅을 앞에 두고 1대1을 시도했다.
기본적이라면 수비자가 공격자의 순간 스피드와 스텝, 돌파를 생각해 한발 거리를 두고 막아서지만, 전성현에게 이는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는 이런 시스템을 깨버리고 있는 선수다. 일정 공간만 발생하면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딥쓰리를 연이어 적중해낸다. 이 때문에 KCC 선수들은 전성현의 작은 슛 페이크에도 크게 반응하며 많은 자유투를 헌납했다.
전성현은 이전 경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팀 캐롯은 똑같았다. 에이스를 도울 조력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전성현은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적 한계를 드러냈고 안 좋은 슛 셀렉션을 보였다. 허웅도 이전 경기만큼의 득점력을 뽐내진 못했다.
그러나 허웅도 달랐던 점이 있다면 직전 3경기에 비해 훨씬 동료들의 찬스를 잘 살렸다는 점이다. 수비에서 아쉬움은 분명했지만, 공격에서 직간접적으로 포인트에 관여하며 힘을 실었다. 트랜지션 상황에서 드리블에 이은 3점슛을 성공하더니, 이후 찬스에서는 슛 대신 롤맨으로 들어가는 빅맨의 움직임을 살려 어시스트를 적립했다.
초반엔 림어택으로 쾌조의 몸놀림을 자랑했으나 그도 캐롯의 지역 방어와 대인 방어에 점점 고전해갔다.
한두 번의 야투 실패가 이어지자, 허웅은 높은 확률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라건아에게 A패스를 올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해냈고, 돌파 이후 킥아웃 패스로 이근휘의 3점슛을 만들며 전세를 뒤집었다. 핸들링과 안정적인 속공 전개는 족족 KCC의 쉬운 득점으로 연결됐다. 경기 중간마다 볼을 향해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도 군산을 뜨겁게 달구며 전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캐롯이 4점 차로 맹렬히 쫓아오던 시점에선, 4쿼터 해결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왼쪽 코너에서 빅샷을 터뜨렸다. 이후, 캐롯의 벤치 분위기는 확 꺾이고 말았다. 이날 허웅은 32분 23초 출전해 13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했다. 팔색조만큼 화려한 스탯이 아닐 수 없다. 4개의 턴오버는 애교로 넘어가 주자.
전성현도 30분 3초 동안 20점(2점 1/7) 2어시스트 4턴오버를 기록했다.
전창진 감독은 승부가 기울었음에도 허웅을 벤치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어쩌면 기자단 투표 기간이 맞물린 상황에 허웅에게 조금의 득점이라도 보태주면서 라운드 MVP 퍼포먼스에 힘을 실어주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물론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많은 기대감을 갖게한 두 토종 에이스의 맞대결은 결국 허웅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3라운드 6승 3패 기간에 평균 19.7점 (3점슛 3.6개 48.5%) 3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한 허웅이냐, 3승 6패에서 평균 25.7점(3점슛 5.4개 50.5%) 1.3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역대급 퍼포먼스를 남긴 전성현이냐. 팀이냐 개인이냐.
치열했던 경기만큼이나 선수들의 피 튀기는 MVP 경쟁도 정규리그 레이스에서 꾸준히 팬들의 흥미를 유발해 내고 있다. 이 역시도 KBL을 즐기는 하나의 요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해에는 모든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으로 팬들을 찾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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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성현은 팀 성적이 아쉽네요 진짜 역대급 퍼포먼스인데...
시즌 두번째 라엠 탈줄 알았는데 말이죠 ㅠㅠ
허웅 발전 보면 대단한것 같아요. 오히려 성장욕은 동생보다 앞서는것 같습니다.
승부욕이나 리더십은 허훈이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오해였어요. 훈이가 둥글둥글 즐기는 타입이고 웅이가 승부사였네요.
KCC에 성적상승에는 이승현 라건아의 폼 회복이 결정적이었지만, 에이스 허웅의 역할은 mvp에 충분하죠.
여성팬 위주의 팬덤에 대한 반감 때문에 살짝 저평가가 있는 선수라고 봅니다.
허웅 정도의 선수가 라운드 MVP가 아직 없었다니 예상 외 네요.
위에 바로 ㅜㅜ
ㅋㅋㅋㅋㅋ바로 전성현 선수 라엠 ... 워낙 퍼포먼스가 역대급이였어서 전성현 선수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