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없다, 돈도 없다, 돕는 사람도 없다, 남자는 오토바이 배달원에 여자는 전단지 돌리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기까지 달려 있습니다. 찜질방에서 밤을 지내며 살다가 그만 아기가 뜨거운 물에 데었습니다. 간신히 병원 치료를 하기는 했지만 계속 치료는 어림없습니다. 그냥 알아서 때마다 약이나 발라주며 견디고 있습니다. 단칸방이라도 전세를 구하려 했는데 사기를 당해 그나마 전세금까지 날렸습니다. 갈 곳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돼? 글쎄 답이 나올까요? 청년 부부에게는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해요? 그건 아니지요. 우리 속담에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덕이 아니라 나무조차도 없습니다.
어쩌면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렀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그리고 뜻밖의 상황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언뜻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 혼자 사시던 곳, 그런데 그 할머니가 없다? 그냥 우리가 잠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도 없는 집인데 그냥 놔두면 폐가가 되어 못쓰게 되는 걸, 우리가 살아주는 거지 뭐. 그냥 우리의 거처가 마련될 때까지만. 그래서 들어온 것입니다. 평소 자주 배달 음식을 시키시고 올 때마다 잘 대해주시는 분이니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려나, 마지막으로 기대볼 만한 곳이었습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말 막다른 길이었기에 온 것이지요.
‘한결’을 따라오기는 하였지만 이래도 되는 것인지, 그렇다고 다른 선택의 길도 없으니 들어갑니다. 하루 이틀 지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석연치 않습니다. 할머니가 해외여행 가시면서 집을 봐달라고 해서 한 달간 쓰기로 하였답니다. 평소 잘 대해주시는 어른이시니 괜찮다고 말합니다. 2층 단독주택 오래된 집이라도 정원은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집 내부는 젊은이들의 취향과는 너무 다르지요. 그런들 어쩝니까? 이만한 거처가 있다는 것만도 다행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한결도 늘 초조한 빛입니다. 누군가 찾아오면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처리해야지요.
어느 날 ‘고운’이 가보지 말라고 극구 말리던 그 할머니 방을 확인해봅니다. 얼만 놀랐겠습니까? 옆에 있던 한결이 사정합니다.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 들어왔을 때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이제 어떻게 해야지요? 달리 갈 곳도 없습니다. 이미 며칠은 지냈으니 어쩌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자기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할머니를 그렇게 방치해둘 수도 없습니다. 결국 집 마당에 파묻기로 합니다. 그렇게 처리하고 집안도 나름 새롭게 꾸밉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요(?)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왜 그렇게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은 없는지 그 하루라는 시간이 벅찹니다. 그래도 변함없이 돈은 필요합니다.
그럴 사람이 아니지만 또 그럴만한 사람도 되지 못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이르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돌봐주던 배달업주 사무실의 금고를 부시고 돈을 훔치기도 합니다. 들어가며, 망치를 들고, 여러 번 망설입니다. 그러나 다른 길이 없습니다. 당장 살아가야 하는데 길을 찾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지금의 거처도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자치센터에서 찾아옵니다. 할머니 이민 가시고 손자로 들어와 산다고 둘러댑니다. 일단 주민센터에 신고하라는 부탁을 남기고 돌아갑니다. 그 말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릅니다.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생각해볼 일입니다. 아직 걸음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린 ‘우림’이를 안고 길을 다니며 일을 합니다. 그러다 남의 집 앞에 놓여있는 유모차를 그냥 끌어다 우림이를 태우고 갑니다. 그 집에서는 나중에 또 나름 야단을 떨겠지요. 웬 놈이 유모차까지 훔쳐 가느냐고 말입니다. 아무튼 고운이는 아기를 데리고 다니기 한결 편해집니다. 그래도 때마다 아기 우유 먹여야지요, 똥오줌 받아내야지요, 이런 걸 어디서 다 해결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아기 엄마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다급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 기저귀는 어디서 다 충당하지요? 그만한 돈이 있을까요? 어쩌면 분유 값보다도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생략된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을 듯합니다. 아무튼 이야기는 끝이 없이 그냥 마무리됩니다. 끝을 어떻게 할지 사실 막막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 속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니 각자 알아서 상상하는 것으로 맡기려나봅니다.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 여겨집니다. 그들은 우선 시신유기죄가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절도도 있습니다. 주거침입도 있겠지요. 우림이는 아마도 보육원으로 보내지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오랜 후에라도 부모는 우림이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야 마음만 먹는다면. 이제 복지행정이 그래도 많이 좋아졌는데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없었을까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2시간도 채 안되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한 가운데 보고 나왔습니다. 영화 ‘홈리스’(Homeless)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