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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맥더멋은 칼데콧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로, 독특한 화풍으로 깊은 인상을 주는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조 신화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설화나 민담을 담은 작품을 많이 발표하였는데, 대상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표현하고 검은색과 원색으로 채색하여 강렬함을 발산하는 것이 특징. 푸에블로 인디언 설화를 바탕으로 한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에서는 인디언의 문양, 아프리카 민담에 등장하는 <거미 아난시>에서는 아프리카 전통 문양을 그림에 도입하였다.
이번 그림책은 멕시코 중부 지방에 거주했던 아즈텍 족의 신화의 일부분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이야기 전반부는 밤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밤의 주인을 푸른색과 검은색을 주조로 하여 채색하였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태양은 붉은색에 검은색을 더해 강렬한 느낌을 준다.
제럴드 맥더멋이 형상화한 그분의 모습이다.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그분! 테스카틀리포카는 아즈텍 신들의 왕이자 이 세상의 영혼인 밤의 주인이다. 얼굴에 줄을 긋고 몸에 흑요석 거울을 지니고 다니는데, 바로 이 마법의 거울로 땅 위 세상을 살핀다. 그의 뒤로 공작의 꼬리 마냥 따라 붙은, 반쯤 감겨진 눈처럼 생긴 동그란 것들은 별을 표헌한 모양이다. 이 그림을 보고 있자니 "밤은 천 개의 눈을 지녔다"라는 시 제목이 떠오른다. - 본문 시작 전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 표범처럼 생긴 동물도 묘사해 놓았는데 이 동물 또한 테스카틀리포카를 상징하는 대상이라고...
그의 세 번째 눈인 마법의 거울을 통해 본 세상은 아무런 즐거움도 없는 온통 회색빛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노래와 춤의 유희를 즐길 줄 알았다. 웃음소리도, 춤도, 노래도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이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한 밤의 주인은 바람을 불러 태양에게 잡혀 있는 네 악사를 구하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바람신 에카틀은 새 부리 모양의 마스크를 쓰고 잘려진 고둥의 껍데기로 만들어진 ’바람의 보물’을 갑옷처럼 입고 있는데, 그림 속에 이런 요소들을 잘 형상화시켰다. 그분은 바람에게 불로 상대를 공격하는 태양에게 대적할 무기로는 터키석 방패, 검은 구름, 은빛 번개를 준다. 바다의 끝에서 만난 거북여인, 물고기여인, 악어여인은 (비슷한 이미지를 풍기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형상) 바람을 데리고 바다를 가로질러 태양의 집에 데려다 준다.
끈에 묶여 태양에게 잡혀 있는 네 악사의 모습을 보면 자그마한 요정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떠나자는 바람의 요청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두려움에 떠는 네 악사는 강렬한 힘을 가진 태양의 거대한 모습과 대비되어 더 작고 연약해 보인다. 초록, 빨강, 파랑, 노랑은 자연의 모든 색채를 나타낼 수 있는 색의 근원으로, 이들이 태양에게 잡혀 있기 때문에 세상이 색을 잃고 어두운 회색으로 가득한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구출된 네 명의 악사는 네 방향(동서남북)의 방위를 향해 음악을 연주한다. 세상은 아름다운 소리와 알록달록한 색깔로 가득 찬다. 음악(혹은 예술)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즐겁고 풍요롭게 해주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제럴드 맥더멋은 신화나 영웅 이야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웅장함이나 신비로움 등을 잘 표현해 내는 것 같다. 이번에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림을 선보이고 있는데, 물결무늬의 박스 골판지에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화풍이다.
-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종이에 어떤 재료로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했는데 친절하게도 본문 뒤에 실린 ’작가 노트’에서 이에 대해 적어 놓았다.
전쟁이나 침략으로 인해 약소국의 역사 기록물이나 소중한 문화유산 등이 파괴되고 소실되는 일이 역사적으로 종종 있었다. 아즈테가 왕국의 기록도 에스파냐에 의해 대부분이 불탔으나 뒤늦게나마 수도사들의 노력으로 아즈텍 족의 전통문화가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상작가라는 인지도를 지닌 작가가 아즈텍 족의 신화의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이런 문화의 일부를 세상에 알리는 것도 뜻있는 작업이라 여겨진다.
http://100.naver.com/100.nhn?docid=155140
테스카틀리포카 [Tezcatlipoca] :멕시코신화에 나오는 아스테크족(族)의 최고신.
http://timeline.britannica.co.kr/bol/topic.asp?mtt_id=9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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