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이전(吏典) 제1조 속리(束吏)
7. 수령이 좋아하는 것이면 아전들은 영합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쪽이 재물을 좋아하는 줄 알면 반드시 이(利)로 유인할 것이니 한번 꾐을 받으면 그때는 그들과 함께 죄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매양 보면, 관장(官長)이 처음 도임해서는 명령을 내리고 하는 일이 제법 볼 만한 것이 많다가 도임한 지 몇 달 만에 아전들의 꾐에 빠지면 아무 소리도 못 하고 행여 벼슬자리를 잃을세라 조바심만 한다.
여씨(呂氏) 《동몽훈(童蒙訓)》에 이렇게 말했다. “후생(後生)이 갓 벼슬에 나가면 흔히 간활한 아전들의 미끼가 되는데 그것을 살피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소득은 털끝만큼 되면서 임기 동안 다시는 감히 거동을 못한다. 대체로 관원이 되어 이(利)를 즐기면 자기 소득은 매우 적고 아전들이 도둑질하는 것은 많다. 이 때문에 중한 벌을 받게 되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수령이 재(災) - 재해로 인해서 세(稅)를 덜어 주는 것을 재(災)라 한다. - 10결(結)을 도둑질하면 아전이 1천 결 도둑질하는 것을 금할 수가 없고, 수령이 한 결을 방납(防納) - 남는 결에서 쌀을 징수하는 것 - 하면 아전이 1백 결 방납하는 것을 금할 수 없으며, 수령이 1백 석을 번곡(飜穀)하면, 아전이 1만 석 번곡하는 것을 금할 수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러한데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
[주-D001] 아무 …… 한다 : 원문의 “反舌無聲而腐鼠其嚇”을 의역한 것이다. 반설무성(反舌無聲)은 《예기》 〈월령(月令)〉에 보이는데, 반설은 백설조(百舌鳥 때까치)이니, 곧 잘 지저귀는 때까치가 소리가 없다는 뜻이다. 부서기혁(腐鼠其嚇)은 《장자(莊子)》 추수(秋水) 편에 보인다. 장자가 양(梁)나라의 정승 혜자(惠子)를 찾아갔더니 혜자는 장자가 혹시 자기의 직위를 넘보러 왔나 의심했다. 그러자 장자는 “솔개가 썩은 쥐를 물고 있다가 봉황새가 지나가니 우러러보고 소리친다.〔鴟得腐鼠 鵷雛過之 仰而視之曰嚇〕”라고 하여 벼슬을 썩은 쥐에 비유했던 것이다.
[주-D002] 여씨(呂氏) 동몽훈(童蒙訓) : 여씨는 송나라 때 수주(壽州) 사람 여본중(呂本中)을 가리키는데, 자는 거인(居仁), 세칭 동래선생(東萊先生)이라 한다. 벼슬은 중서사인(中書舍人)을 지내고 저서에는 《춘추해(春秋解)》ㆍ《동몽훈(童蒙訓)》ㆍ《사우연원록(師友淵源錄)》ㆍ《동래시집(東萊詩集)》ㆍ《자미시화(紫微詩話)》 등이 있다. 《宋史 卷376》 《宋元學案 卷20》 《동몽훈》은 가숙(家塾)에서 가르치는 책으로 정론(正論)과 격언(格言)이 많다.
[주-D003] 번곡(飜穀) : 농간을 부려서 곡식을 빼돌리는 일이다.
牧之所好。吏無不迎合。知我好財。必誘之以利。一爲所誘。則與之同陷矣。
每見官長初到。其發號施令。多有可觀。旣到數月。爲吏所誘。則反舌無聲。而腐鼠其嚇矣。
呂氏童蒙訓曰。後生少年。乍到官守。多爲猾吏所餌。不自省察。所得毫末。而一任之間。不復敢擧動。大抵作官嗜利。所得甚少。而吏人所盜不貲矣。以此被童譴。良可惜也。
〇官偸災十結。災眚蠲稅。謂之災。 吏之千結。不可禁也。官防納一結。餘結徵米者。 吏之百結。不可禁也。官翻穀百石。吏之萬石。不可禁也。百事皆然。豈不哀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