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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너에게만...
방송일: 20050727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김 석 윤
씬1/ 레스토랑-샐러드 뷔페가 있는 피자집(D/ENG)
미자와 현우. 피자 앞에 놓고 앉아있다.
현우, 미자 앞에 포크, 나이프, 냅킨, 접시 놔주고
피자 옮겨서 다 잘라준다.
미자가 피자 먹기 시작하자 그 사이 콜라도 따라주고
온갖 시중을 들어주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자 둘. 수군수군대며
고까운 표정으로 미자, 현우를 보고 있다.
현우 샐러드 좀 더 갖고 올게. 뭐 먹고 싶어?
미자 음...콘샐러드랑, 과일이랑, 그리구...단호박 많~~이.
현우 일어나 샐러드 바 쪽으로 가면
미자 (뒤에서 째려보는 여자들 시선을 충분히 느끼며 자랑스런 투로 NA) 지금 내 뒤의 두 여자. 분명 나 때문에 소화가 안되고 있다. 바로 액면가에 안 어울리는 내 어리광 때문에! 하지만 연애를 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여자는 애기가 된다. 남자친구 앞에서 애기가 되는 건 연애하는 자만의 특권이다.
현우, 음식 가져와 앉으면.
미자 (접시 보고) 아잉 자기 이건 고구마잖아. 이거 말구 단호박 샐러드....
현우 (벌떡) 알았어. 다시 갖고 올께.
다시 일어나 음식 가지러 가는 현우의 뒤로
여자들, 토할 거 같다는 리액션 취하는데
미자, 부럽지? 하는 표정.
타이틀 너한테만 이런다
씬2/ 거리 일각(D/ENG)
현우, 미자 손 잡고 걷고 있다.
미자 (E) 물론 나라고 닭살이 안 돋는 건 아니다. 잠들기 전에 하루종일 현우씨 앞에서 한 짓을 생각하면...으으으...(진짜 닭살 돋는 듯 몸서리친다) 과연 내가 제정신인가 싶다. 그러나...
미자의 시선에 거리의 연인들 들어온다.
한 커플은 남자가 여자 가방 들고 있고
한 커플은 남자가 여자에게 아이스크림 먹여주고 있고
한 커플은 남자가 여자 구두끈 묶어 주고 있다.
미자 (한 커플씩 찍는 듯 E) 쟤! 쟤! 쟤가 다 하자가 있어서 저러고 있는 건 아니란 말이다. 우린 다들 멀쩡하게 학교 잘 다니고 직장에서 인정받는 보통 여자들이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만 잠시 애기가 될 뿐이다.
현우 (미자 가방 보고) 들어줄까?
미자 응~ (가방 현우에게 준다)
현우 팔짱 끼고 매달려 가는 미자.
씬3/ 거실(D)
할머니들과 우현, 국수 말아서 먹고 있는데
영숙 사돈이 참 콩국수는 잘해. 깔끔하니 콩국 맛이 제대로 나는 게.
영옥 그럼. 요즘 사먹는 콩국수는 이것저것 다 섞어놔서 콩국 맛은 하나도 안나잖아.
이때 영철 할머니 애기 앞세우고 들어와 앉는다.(한 3살 정도의 걸어다니는 애기)
할머니 셋, 영철 보고 반색한다.
할머 영철아..할머니들 안녕하세요...인사해봐. 우리 영철이가 하도 나가자고 보채서...마실 나왔지요!!!
영옥 아이구~ 고놈 아주 밤톨같이 잘 생겼다. 몇 살이랬지?
할머 응. 이제 세 살.
영숙 어유. 세 살 치고 크네. 고거 아주 장군감이다.
혜옥 맞아...어머 얘 손 큰 것 좀 봐 도둑놈 손이야 도둑놈 손~~~(영옥에게 한 대 맞고)
할머 이 집도 얼른 증손 봐야지. 미자가 올해 몇이야?
영옥 응. 서른 둘... (우현 보고) 아 저리 좀 가. 애가 얼굴 보고 놀래서 울라 그러잖어.
우현 (삐져서) 사돈 어른 얼굴 보고 그러는 거에요!
할머 애는 일찍 나서 키워야 건강한 법인데...빨리 결혼시켜요.
영옥 요놈 보니까 빨리 그래야지 싶네. 아 늘그막에 혼자 적적하지 않게 이렇게 손주도 봐주고 얼마나 좋아 그래...
영철 할머니, 씨익 웃고
왁자지껄 웃음꽃 피는 거실 (화사한 화면)
씬4/ 거실(N) -시간 경과 느낌
(칙칙한 화면) 할머니 셋과 부록, 우현.
한 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밥만 먹는다.
영옥 ...말 좀 하면서 먹자.
또 침묵.
영옥 아범 뭐 할 얘기 없냐.
부록 저야... 뭐.. 매일 똑같지요..
또 침묵. 밥그릇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영숙 ...아까 영철이 고놈 자꾸 보고 싶네
혜옥 그치? 애들은 고 때가 제일 이쁜거 같애..
영옥 (한숨) 역시 집에는 애기 울음 소리가 나야 시끌 벅적 사람 사는 집 같구 그렇지...(쫙 둘러보며) 하나같이 궁상에 청승에 기구한 팔자들만 굴비처럼 쫙 엮여 앉아 가지고...으이그...
우현 오랜만에 애기 보니까 이쁘긴 이쁘더라구요. 미자가 빨리 결혼해서 애 낳았으면 좋겠다. 그쵸 매형?
부록 (발끈) 아 미자가 뭐 애 낳을라고 결혼하냐! 일도 있는 애가.. 결혼해서 애부터 낳으면 어떡해?
영옥 (버럭) 아 우리가 봐주면 되지 뭘 걱정이야! 할마시들이 셋씩이나 있는데!
풀죽어 뻘쭘한 부록의 표정.
씬/ 방송국 외경(D)
씬5/ 회의실(D)
현우, 미자 대본 보고 있는데
(E) 미자 전화벨
미자, 액정을 들여다보고 난감한 표정
현우 왜?
미자 아니...모바일 쪽 사람인데.. 못하겠다고 한번 말했는데도 계속 전화가 오네.
현우 줘봐. (받는) 여보세요?
미자 !!
현우 (단호하게) 네. 최미자씨 전화 맞는데요. 최미자씨가 요즘 많이 바쁘기도 하구요.. 당분간 방송일 외에는 할 의사가 없답니다. 다른 분 섭외하시죠. 네. (끊고 미자에게 전화기 준다)
미자 내가 얘기해도 되는데...
현우 자기 또 마음 약해서 우물쭈물 그러다 거절 못할거 아냐. (미자 볼 꼬집으며) 맘이 안 놓여서 그러지 내가.
미자 (안그래도 되는데...표정)
현우 가자. 녹음하러.
현우, 흐뭇한 표정으로 일어나 나가고
미자 따라 나간다.
씬6/ 녹음실(D)
현우, 미자, 엔지니어 셋이
올드미스 다이어리 녹음 하고 있다.
클로징 B.G와 함께 녹음 끝나고.
미자 수고하셨습니다.(부스 밖으로 나온다)
엔지 최미자씨. 아까 음악이랑 오버랩해서 멘트 하는 거 좀 촌스럽지 않아? 그냥 음악 끝나고 나서 멘트 들어가는 게 더 낫지 않아?
미자 아 그건요... 음악 느낌을 바로..
현우 (OL) 음악 느낌을 바로 이어 가니까 최미자씨 감정도 더 풍부해지고 좋은 거 같은데요? 그 얘기죠 최미자씨?
미자 (그렇긴 하다...끄덕)
미자 보면서 현우, 흐뭇한 표정 짓는다.
씬7/ 자판기 앞(D)
현우, 미자에게 커피 뽑아준다.
미자 아까 그런 얘기는 내가 해도 되는데.
현우 그 사람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말 막하기로 유명해. 괜히 자기가 얘기 꺼냈다가 제대로 말도 못할까봐 그러지. 내가 챙겨주는 게 마음이 편해.
미자 ...(까짓거. 참아주자. 한숨) 알았어. 나 성우실에서 회의 있어서 갈게. 이따 봐.
미자, 가고
미자 뒷모습을 보는 현우의 표정. 여전히 흐뭇하다.
씬8/ 회의실(D)
미자와 성우들 진지하게 회의 하고 있다.
승태 ...지난번 다큐 사람과 사람들 없앨 때까진 참았어. 근데 이번에 라디오 드라마 까지 없애는 건 너무한 거 아냐?
동균 대신 가수가 진행하는 음악 프로 들어간대요. 아니, 희소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은 없애고, 다른 데서 해도 그만인 프로를 굳이 꼭 그 자리에 넣어야 되겠냐구요.
미자 그래. 딴 건 몰라도 라디오 드라마 같은 건 꼭 있어야 되는 프로그램인데...
원준 그러니까, 성우실 차원에서 항의를 하자구. 일단 형(영진)이 실장이니까 대표로 가고. 한 명 정도 더 가야 될 거 같은데.
민지 난 미자 언니가 좋을 거 같은데. 자기 이름 걸고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구. 경력도 돼구요.
동/승/원 난 찬성./ 나두./ 나두.
영진 그래! 이렇게 계속 가만있으면 앞으로도 우리 의견은 완전 무시당한다고. (살짝 흥분) 가자! 지금 당장 가서 제대로 항의를 하자고!
미자 (차분) 당장 어떻게 가. 저쪽에선 아무 생각이 없을 텐데. 일단 우리 생각을 전달한 다음에 정식으로 가야지.
영진 (아쉬운) 아. 지금 필 좋은데. 언제 나폴레옹이 적 사정 봐가면서 진격했냐고. 필 받았을 때 그냥 가야 되는 건데.
미자 (진지하게 정리하는) 일단 다들 자기 생각들 좀 얘기해봐.
성우들 각자 의견 내놓는 위로
경청하며 메모하는 미자의 표정.
씬9/ 거실(D)
영옥, 영숙, 혜옥 고스톱 치고 있다.
영옥 (화투 던져 버리며) 오십 년 동안 똑같은 것들하고만 치니까 이것도 물린다. 물려.
영숙 영철이 고 고물고물한거 하루가 다르게 크는 거 보구 있으면 매일 심심하진 않겠구먼.
혜옥 언니. 영철이 보구 싶지 않어? 우리 그 집 놀러가자. 응?(조른다)
솔깃하는 영옥과 영숙의 표정.
씬10/ 영철네 집(D/ENG)
활짝 웃으며 들어서는 할 셋.
영옥 우리 잠깐 영철이 보러..(표정 싹 변하는)
온 바닥에 애기 장난감이며 빨래며 흩어져 있고
집안이 완전 난장판이다.
영철, 끼아아아악~~~~ 하고 비명 지르며
뛰어서 할머니 셋 앞을 지나간다.
뒤쫓아오는 영철 할머니, 영철을 감당하기 버거워 보인다.
할머 (숨차고 정신 없다) 헉. 헉. 어쩐 일이야?
영옥 ...우리 잠깐 영철이 보러... (하는데 저쪽 보니 영철이 물 엎질렀다) 아이구 저놈 물 엎지른다!
할머 영철아! 만지지마! (할머니들 잠깐 보고) 어. 거기 앉어. 잠깐만 저것 좀 치우구..
할셋, 대충 자리 치우고 엉거주춤 앉는데
영철 할머니 바닥 닦는 사이에
영옥 우리 잠깐 영철이 보러...(하는데)
(E) 뭔가 무너지는 소리
할머니들,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 돌리면
영철, 반대쪽에서 장난감 바구니 넘어뜨렸다.
장난감 완전 흩어지고
기겁한 혜옥, 가서 장난감 주워담는다.
영숙 (달래듯) 영철아...이리 와...여기 가만 앉아있어...
영철, 영숙 쪽으로 오는 듯 하더니
영옥 (애써 영철 할머니에게 말하려) 우리 잠깐 영철이 보러....(이때 영철 다시 소리지르며 지나가고 영옥 말 제대로 못하자 신경질 버럭) 아 애 좀 어디 묶어놔! 정신 사나워서 말을 못하겠잖어!
영숙 영철아! 여기 와서 가만 앉아있어!
할머 그냥 내비 둬요. 우리 며느리 말이, 할머니가 보는 애들은 노인들 기운 딸린다고 과자 주고 테리비 앞에만 앉혀놔서 금방 뚱뚱해진대네. 그래서 뛰어다니면 그냥 냅두랬어.
영철 계속 뛰어다니고
할머니 셋, 영철 할머니 말 잘 들리지도 않고
기가 막히다는 표정.
씬11/ 거실(D)
집에 들어서는 할머니들.
좀 지친 듯한 표정이다.
우현, 마루 걸레질 하고 있다가
부럽다는 듯이 할머니들 보며
우현 영철이 보고 오셨어요? 좋으셨겠다....이쁘죠?
영옥 ..고맘때 애들 다 이쁘지 뭐...
할머니들, 거실로 들어와 힘없이 앉는다.
혜옥 (지쳐서) 아니, 무슨 애가 잠도 재워줘야지 자?
영숙 애들 다 그래. 잘 때까지 옆에 붙어서 재워야지. 아이구 팔베개를 하도 오래 해줬더니 아직도 팔이 저리네.
혜옥 아우아우...나두...자라고 하도 애를 두들겼더니 팔아퍼 죽겠어.
영옥 아 그걸 가만가만 토닥거려야지. 너처럼 자라! 자! 그러고 철썩철썩 때리는데 애가 어떻게 잠을 자냐. 너 땜에 재우는 데 삼십 분은 더 걸렸다.
영숙 그래서 옛날부터 밭 맬래, 애 볼래 하면 다들 밭 맨다고 그랬나보우. 에휴...잠깐 봤는데도 이렇게 힘든데...영철 할미 그거 아침부터 밤까지 얼마나 진이 빠질까...
우현 그렇게 힘든데도 계속 봐 주시는 거 보니까 손주가 이쁘긴 한가봐요.
영옥 아 그게 어디 손주 이뻐서 봐주는 건줄 알어. 자식 힘들까봐 봐주는 거지. (영숙, 혜옥 보고) 다들 좀 쉬어. 쉬었다가 이따 또 가자.
혜옥 (벌떡) 아우 거길 왜 또 가!
영옥 아 아까 영철 할미 얼굴 못봤냐. 우리가 가서 손이라도 좀 덜어줘야지...
할머니들 표정.
씬12/ 자판기 앞 (D)
커피 마시고 있는 현우와 미자.
미자 ...그래서 나랑 영진 선배랑 조만간 국장 면담하러 갈 거 같아.
현우 자기가?
미자 응.
현우 (걱정스럽다) 그거...자기가 안가면 안돼? 그런데 가서 앉아 있으면 인신공격 당할 수도 있고 거친 말 들을 지도 모르는데..
미자 (담담하게) 현우씨. 이건 일이잖아. 나 괜찮아.
현우 그래도 자기 보면 내가 마음이 안 놓여서...(걱정이 태산인 표정)
미자 걱정은... 나 티니에 더빙 간다. 가서 전화할게.
일어나서 가는 미자를
현우,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전화 건다.
현우 형. 저 24기 지현운데요. 이번에 없어진다는 그 드라마 형이 하시는 거 맞죠? 그거 형이 폐지 안되게 좀 강하게 나서보시면 안될까요?
선배 (F) 위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서 나도 어쩔 수가 없네... 우리도 하는 데까지 해봤는데 안되더라구.
현우 예...알겠어요.(전화 끊는다)
걱정이 태산인 표정.
씬13/ 영철네집(D/ENG)
할 셋, 들어서는 순간
영철 끼아아아악~~~(뛰어가면)
그 뒤를 쫓아서
영철 또래의 여자애 하나 영철처럼 소리 지르면서 쫓아간다.
혜옥 (깜짝) 언니. 나 헛게 보여. 애가 막 둘로 보이네?
영철 할머니, 애기들 옷 빨래 개고 있다.
할머 (지친 표정) ..왔어?
영옥 쟨 또 누구야?
할머 막내딸이 갑자기 일이 좀 생겼다고 맡기고 가는 바람에...우리 외손녀야.
영숙 (봉지에서 과자 꺼내 애들 부른다) 얘들아. 일루 와서 이거 먹어라...
할머 (손 휘휘 저으며) 아서. 과자 주지마. 인스턴트 멕이는 거 애들이 알면 싫어해.
영옥 아 애들을 과자 안멕이면 뭘 멕여?
할머 따로 있어. 유기농이래나 뭐 깨끗한 걸루다만 만들었대. 좀 있다 시간 맞춰 먹여야돼.
영옥 ..자네는? 밥은 먹었어?
할머 오늘은 아직 못 먹었구...이따 애들 먹이구 나서 먹어야지.
영옥, 측은한 표정으로 보면
할머 (그럴 거 없다는 듯) 그래도 맞벌이하는 애들이 더 불쌍하지 뭐...집에 오면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이 축 늘어지는 게...안됐어. 둘다.
할머니들, 표정.
씬14/ 거실(N)
할 셋, 완전 초죽음 돼서 누워있다.
부록, 퇴근해서 들어오는
부록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들, 힘없어서 대답 못한다.
부록 (눈치보다 분위기 풀어보려고 일부러) 허허허..거참...집이 조용~하니 심심하시죠. 미자가 얼른 결혼해서 손주 하나 턱 낳아야 우리 집도 시끌벅적 웃음꽃이 좀 필텐데... 어머니랑 이모들이 집에서 애기도 봐주시고요...
영옥 (벌떡 일어나) 아 우리가 애 보는 사람이냐! 지 애를 왜 우리한테 보라 그래!
영숙 애 보는 거하구 애하고 노는 거하구는 영 다르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부록 (씨. 어쩌라구. 또 뻘쭘해지는데)
씬/ 방송국 외경(D)
씬15/ 회의실(D)
현우 들어오면 지영만 앉아있다.
현우 미자씨는요?
지영 김영진씨랑 같이 피디들 만난다구 라디오 국 갔어요. 우리 녹음 삼십 분만 늦춰 달래요.
현우 (당황) 그런 말 없었는데.
지영 예. 갑자기 갔어요. 김영진 씨 와서.
현우, 탁자에 앉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벌떡 일어나서 나간다.
씬16/ 주차장(기계식) 일각(D/ENG)
정민, 통화하면서 차 쪽으로 간다.
정민 동직아. 나 이따 일찍 끝날 거 같은데 야구 보러 안갈래? (웃음) 표두 생겼다?
동직 (F) 나 보충 촬영 있어서 안돼. 너 맨날 윤아랑 잘 다니더니 웬일이냐. 윤아 오늘 바쁘대?
정민 (‘윤아’ 라는 단어 듣고 복잡한 표정) 내가 요즘 매일 윤아씨랑 만났었나? ...그래. 알았다.
전화 끊고 복잡한 표정의 정민.
차 빼서 엘리베이터에 타고 버튼 누르는데
문 닫히고 잠시 후
(E) 덜컹
정민 깜짝 놀라는 표정과 함께
불꺼지는
정민 (OFF) 어..어?
씬17/ 방송국 복도(D/ENG)
현우, 전화 하면서 급히 걷는다.
현우 형. 형은 그 회의 안 들어가? 왜 성우 대표들이랑 하는 회의. 그래? 그럼 거기 누구누구 들어가? 알았어.(끊고 다른 데 건다) 예. 저 지현운데요. 성우들 회의요. 거기 저도 들어가면 안될까요? 아. 벌써 시작했어요? (낭패다) 예...(끊고)
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 미자 모습 보이는데 영 불안한 현우.
좀더 가까이 들어가서 미자 얘기 들어보려 하는.
씬18/ 회의실 안(D/ENG)
방송국 측 몇 명과 영진, 미자 마주 앉아 얘기하고 있다.
국장 그래도 라디오 드라마는 청취율이 너무 낮아서요. 사내에서는 폐지해야 된다는 의견이 유력합니다.
영진 근데 저희들은 프로그램이란게 단순히 청취율이 다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부장 그래도 요즘 같이 볼 거 많은 시대에 사실 라디오 드라마 같은 포맷을 안고 간다는 게 좀...너무 낡은 틀이잖아요.
미자 (또박또박) 오히려 다른 볼거리도 많은데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사람들이야말로 매체 충성도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숫자는 적어도 이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고정 청취자 층이 분명 존재합니다. 낡은 틀이라고만 여기지 마시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밖에서 보는 현우의 표정, 점차 바뀌기 시작한다.
국장 ...그럼 이렇게 합시다. 조만간 다른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들 테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참으세요.
미자 (조금 강하지만 부드럽게) 저흰 지금 단순히 밥그릇 싸움을 하기 위해서 여기 온 게 아닙니다. 저흰 성우라는 직업의 의미를 단순히 돈 버는 일에만 두진 않습니다. 그래서는 좋은 성우가 될 수도 없구요. 저도 집에 할머님이 계십니다, 다른 볼거리를 접하기 힘든 노인이나 시각장애인들이 라디오 드라마에서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는지 아십니까? 물론 저희가 청취율 자체를 무시한다는 얘긴 아닙니다. 다만 단순한 숫자에 밀릴 수만은 없는 커다란 의미를 지켜내고 싶어서 이렇게 건의 드리러 온 것입니다.
현우 표정, 완전히 안심으로 바뀌었다.
다시 현우의 시선에 들어오는 미자.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이다.
자랑스런 표정의 현우,
더 지켜 볼 필요 없겠다, 흐뭇하게 웃으며 뒤돌아 걸어간다.
씬19/ 차 안(D/ENG)
암전되어 있던 엘리베이터 안에 불 들어오면
정민, 불안에 떠는 표정으로 차 안에 굳어서 앉아있다.
카메라의 시선으로 엘리베이터 안을 구석구석 훑는데
낡고 찌그러지고, 허름한 벽면, 녹도 잔뜩 슬었다.
어딘가 불안하고도 음침해 보인다.
(E) 끼익~ 끼익~~ 하고 형광등 흔들리는 소리.
먼지 낀 형광등 흔들리는 모습을
정민, 불안한 표정으로 둘러본다.
(E) 쾅 소리와 함께 덜컥거린다.
정민, 흠칫 놀라면서 순간 정신 차린다.
창문 내리고 비상벨 버튼 누른다.
(E) 공간을 울리면서 나는 비상벨 소리 여러 번.
답이 없다.
정민 (비상벨 쪽에 대고) 여보세요! 여기요!
정민, 휴대폰 꺼내 통화 버튼 누르는데
//인서트-휴대폰 화면
<서비스 지역이 아닙니다>//
정민, 휴대폰 닫으며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 한번 둘러본다.
정민 아씨...
씬20/ 병원(N/SET OR ENG)
짧은 컷컷으로
영철 할머니, 우는 영철을 안고 힘겹게 병원 복도를 달리고 있다.//
응급실로 들어간다.//
밖에서 앉아 기다리는데
며느리, 뛰어온다.
며느 어머니! 영철이는요!
할머 어..지금 안에서 치료 하고 있다. 아유...내가 잠깐 화장실 간 새에 지혼자 식탁에서 국그릇을 엎는 바람에...얘, 너무 걱정 마라. 요즘엔 약이 좋아서 저 정도 화상은 흉도 안지고...
며느 (할머니 말 이어지는데 듣지도 않고 바로 따귀를 올려붙인다!)
할머 (황당해서 며느리 보는데)
며느 (분 안풀려 씩씩대며) 애를 대체 어떻게..어떻게 보신 거에요!
이때 아들, 달려온다.
아들 (어머니는 관심도 없고 부인만 쳐다보며) 영철이는?
며느 화상이래요. 국그릇 엎어서 거기 데였대.
아들 엄마는 뭐하구?
며느 아우 그러니까. 속상해 죽겠어. (씩씩대며 다른 쪽으로 가버리는)
할머 (우물쭈물 변명하다) 그게.. 내가 잠깐 화장실 간 새에...(생각해보니 기막혀) 얘. 아무리 그래도 내가...얘. 내가 느이 댁한테 따귀를...따귀를 맞았다...
아들 (힐끗 보고) 어머니가 맞을 짓 하셨네요.(며느리 간 쪽으로 따라 가는)
혼자 덩그러니 남은 할머니, 황당하다.
씬21/ 거실(D)
할 셋, 우현 말 듣고 입 딱 벌어진 표정
우현 ...세탁소집 딸이 거기 병원 간호사잖아요. 세탁소가 다 얘기해서 지금 동네 시장에서도 난리가 났다니까요.
영숙 (부르르) 고~연것들. 애 봐준 공은 없대드니...
영옥, 한숨 푹 내쉬고
할머니들, 표정이 무겁다.
씬22/ 차 안(D/ENG)
정민, 숨이 점점 막혀오는 것 같기도 하다.
넥타이 느슨하게 풀고 크게 심호흡 한다.
//인서트-엘리베이터 밖의 상황
<엘리베이터 연결하는 줄 덜컹덜컹 흔들리는>//
안의 정민, 살짝 살짝 차가 흔들릴 때마다 불안하다.
정민 안되겠다 싶어 차 문 열려고 하는데
정민이 움직일 때마다 덜컹, 하고 엘리베이터 움직인다.
정민,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겨우 식은 땀 닦는 정민.
씬23/ 영철네 집 앞(D/ENG)
영옥, 영숙 초인종 누르려다 몇 번을 망설인다.
영숙 언니. 우리 얼굴 보기도 민망할 텐데 그러지 말고 그냥 갑시다..
영옥 그래도...어쩌고 있는지 얼굴이나 한번 들여다 봐야지...(초인종 누르는데)
웬 아줌마, 영철을 안고 나온다.
아줌 누구세요?
영옥 영철 할미 어디 갔수?
아줌 이 댁 할머니요? 안 계신데...어젯 밤에 갑자기 없어지셨다 그러드라구요.
영옥 (허망)...내 이럴 줄 알았네. 이럴 줄 알았어.
영숙 댁은... 뉘슈?
아줌 전 이 집에 일하러 온 사람인데요.
영숙 그러면.. 영철 할미 들어오면 연락 좀 줘요...우리 집 번호가...
아줌 (OL) 근데요... 내일부턴 저 안 오거든요? 애 있는 집인지 모르고 와서요.. 애 봐야 되는 줄 알았으면 아예 안왔죠. 애 보는 거 그게 보통 힘들어요? 죄송하지만 내일 다시 한번 와 보시겠어요?
아줌마 대문 닫고 들어가면
영옥, 영숙 마음이 무겁다.
씬24/ 거리 일각(D/ENG)
영옥, 영숙, 터벅터벅 걸어서 돌아오는 길
침통한 표정이다.
영숙 ...언니. 우리 팔자가 참 제일 불쌍하우. 우리 때는 어디 어른들한테 손주 ?기는거 상상이나 했었수?
영옥 그럼...애 잘못 본다고 야단맞을까봐 벌벌 떨고 그랬지...
영숙 젊었을 때는 애 잘못 본다고 시어머니한테 타박 당해. 좋은 날 모르고 힘들게 자식놈 키워놨더니...요즘은 자식놈 새끼들 키워주다가 자식놈들한테 타박 당해. 이 나이에 애 봐주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데...참, 부모 노릇하기 힘든 세상이우...
영옥 에그 흉흉한 세상. 에그 늙은이 대접받기 힘든 이놈의 세상.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영옥과 영숙 뒤로
동네 일각에 각자 애 하나씩
안고 업고 걸리고 하며 데리고 나온 할머니들 모습 보인다.
씬25/ 차 안(N/ENG)
정민, 불안+초조한 표정이 극에 달하고 이때
(E) 삐익~~~(비상벨을 통해서 나오는 소리)
정민, 절박하다. 짜증스럽게 다시 비상벨 눌러본다.
정민 (누르며) 여보세요! 여보세요!
관리인 (E) 안에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지금 수리중인데요. 금방 끌어올릴게요!
정민, 모든 근심 갑자기 풀린 얼굴로
넥타이 확 푸는데
엘리베이터 위로 움직인다.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서 빛이 들어온다.
정민, 눈이 부신지 눈 찡그리는데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인다.
빛 사이로 윤아가 서 있다.
정민 ...윤아씨? (빙긋 웃는)
실루엣 점차 확실해지면
윤아가 아닌 관리인이다.
정민, 뻘쭘하다가, 점차 의미 심장한 표정으로 바뀐다.
씬26/ 차 안(N/ENG)
정민, 운전하며
정민 (NA) 살다보면 누구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그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자신에겐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한다.
//다른 각도에서 잡은 컷-시간 경과 느낌으로
정민 (NA)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살았구나, 하던 그 순간, 나에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윤아씨였다. (고개 갸웃하며 ON) 희한하네....
//차 세우고 전화기를 바라보며
한참을 만지작 거리던 정민, 전화한다.
정민 윤아씨? 난데 지금 뭐해? (사이) 야근해? 저녁 못 먹었겠네? 내가 초밥 사다줄까? 근데 나 좀전에 완전히 죽을 뻔 한 거 알어? (사이) 그래. 엘리베이터로 돼 있는 주차장 알지. 내가 거기다 차를 세웠거든. 근데 차 빼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딱 서는 거야...
윤아와 통화하는 정민의 모습에서.
씬27/ 거리 일각(N/ENG)
현우, 미자와 손 잡고 걷고 있다.
미자 그래서, 결정되면 다시 성우실에서 다시 찬반 투표 하겠다고 말은 했는데...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현우, 아까의 미자 모습 상상되는 듯
자꾸 미자 보면서 피식 피식 웃는데
미자 왜? 자기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좋아?
현우 (흐뭇) 아니. 누구 좋겠다구.
미자 누구?
현우 지현우. (감탄) 어우~ 애인이 어찌나 멋있는지.
미자 치..
걸어서 주차해놓은 현우차 앞에 선다.
현우, 무심코 운전석에 타려는데
미자 (장난스럽고 귀엽게) 자기야~
현우 ??
미자 문 안 열어줘?
현우, 씩 웃으며 미자 쪽으로 와서
조수석 문 열어주고 미자 태운다.
반대쪽으로 가 현우 타면,
미자 (속삭이듯) 자기야~
현우 ??
미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벨트.
현우 (웃으며 미자 안전벨트 매 준다) 아유. 우리 자기. 하여튼 내가 안 챙겨주면 아무것도 못 한다니까.
활짝 웃는 현우와 미자의 모습에서.
F.O
씬28/ 거실(N)-에필로그
F.I//할머니 셋,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영숙 (혼잣말 느낌) 그 꼴을 다 보구 나니까... 진짜 손주 봐주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 같애...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나는... 나는... 못할 거 같애요.
영옥 에이 괘씸한 것들... 에이 야박한 것들.. 즈이 엄마가 없어졌는데 당장 찾으러 나가야지. 그냥 회사를 나가?
(E) 전화벨
혜옥 (받는) 여보세요? 어? 미영이니? 그래. 잘 있어. 잠깐 기다려봐. (영숙 바꿔준다)
영숙 (힘없이 받는) 여보세요. 그래 에미다. (사이) 그래? 너도 일을 구했어? 잘됐네... 둘이 같이 벌어야지. (멈칫)... 애들 때문에? (사이) 베비.. 뭐? 그게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 (갈등하는)
영숙, 영옥과 혜옥을 한번 쳐다본다.
영옥, 딱히 뭐라 말하지 못하고 영숙 본다.
영숙, 뭔가 고민하는 듯 하다가
영숙 (결심한 듯) ...내가 들어가마... 엄마가 봐 주께. 그럼~ 니가 그렇게 힘든데 내가 봐 줘야지... 엄마 괜찮어. (사이) 그래.. 결정되면 다시 전화 해.
미영 안쓰러워 하는 영숙의 모습.
그런 영숙 보고 아무말 못하는 영옥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