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생활 캠페인] 황여진 교도(신창원교당)- 원망의 대상에서 감사의 스승으로
황여진 교도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황여진 교도(신창원교당)는 누구보다 사랑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한 남자와 흠뻑 사랑에 빠진 후 그 사랑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렬했고, 그래서 집안의 완강한 반대에도 부러지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뜻을 이뤄 결혼을 했고 아이까지 품에 안았다. 그러나 경계는 그때부터 본격 시작이 됐다.
결혼 후 10년 쯤 됐을 무렵,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던 남편이 일이 힘들어서 “정말 죽을 것 같다”며,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어머니 뵙기가 불편하다는 그의 뜻에 결국 그해 명절 황 교도는 남편 없이 시댁으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처음부터 반기던 결혼이 아니어서였을까. 무거운 발걸음으로 도착한 시댁에서 그는 시어머니의 말에 담긴 서슬퍼런 매서움을 마주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 힘들고 불편하게 명절 음식 장만을 끝내자 시어머니는 “가서 아들 밥 챙겨주라”는 말을 툭 던졌다. 겨우 앉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던 길, 그의 마음은 그야말로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결혼인지라 이런 속사정을 친정에 전할 수도 없었어요.”
신혼시절에 그가 원망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남편 뿐. 누가 그랬나,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고. 치열하게 서로 원망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들은 한 마디에 그 원망이 돌려지기 시작했다. 정전마음공부 훈련에 참여하게 된 그. 그곳에서 강의를 듣다가 ‘강적이 바로 은혜다’라는 말을 듣게 된 것. 그는 그렇게 그동안의 원망생활이 다름아닌 ‘나의 분별성과 주착심’이 원인이었음을 알게 됐다. ‘아 가족은 나를 공부시키러 온 인연이구나’를 깨달았다.
“그 훈련 이후 강적이었던 시어머니가 은혜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어머니 뿐 아니라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사랑했던 사람’인 남편도 달리 보게 됐다. 원망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마음자리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제가 바뀌니까 남편도 자연히 바뀌기 시작했고, 이제는 함께 ‘공부해 가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어요.”
황 교도 내외는 얼마 전 시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가기 전 남편과 ‘어머님 말씀을 우리 생각 묻히지 말고 그냥 그대로 듣자’고 말했어요. 그래서인지 참 많이 웃으면서 재밌게 다녀왔네요.” 다른 것 다 두고 ‘오롯한 마음’만 챙겨서 떠난 여행에서 그와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는 ‘행복’을 한움큼 얻어왔다. “공부는 나의 성장 순간순간이에요. 영생서원으로 삼고 머무르지 않으며 맞이해 나가야죠.” 원망하던 상대에서, 감사를 배우는 스승으로. 그리고 이제는 법동지가 된 가족들과 함께 걷는 공부길이라 자신있다.
[2024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