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0. 흙날. 날씨: 파란 하늘 따스한 햇볕 무시무시한 바다 바람.
아침열기-울금차 만들기-마을경로당 인사가기-점심-진도향토문화회관 공연 보기-낚시-저녁-하루생활글 쓰기-마침회
[진도 자연속학교 이틀째- 울금차 만들고, 마을어른들께 인사드리고, 공연보고, 낚시하고, 바다를 먹고 먹고]
7시 30분 일어나 원서할머니네로 아침인사를 하러갑니다. 어김없이 자연속학교때면 일찍 일어나 노는 아이들 소리에 잠이 절로 깹니다. 원서현서 할머니네로 날마자 아침인사를 가는 건데 할머니가 일어나셨는데 무릎이 안좋아 못뵙고 아이들이 큰소리로 인사한 뒤 할머니네 텃밭에 가서 시원한 찬 바람을 맞고 더 맛있어보이는 배추, 무. 대파를 뽑아 잠집으로 돌아옵니다. 할머니가 있어 가능한 일이지요. 마을 곳곳에 진돗개가 시끄럽게 짖는것도 개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즐거운 일입니다. 8시 아침을 먹고 최명희 선생과 장을 보러갔어요. 울금차 담는데 쓸 재료와 낚시채비 때문입니다. 9시 5분 아침열기를 시작해 10시부터는 울금차를 만들었어요. 울금은진도 특산물인데 역시 할머니가 주신 거죠. 밥모둠으로 나눠 울금을 써는데 학교에서 늘상하는 칼질이라 척척 잘해요. 11시 4,5,6학년은 마을회관에 가서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렸어요. 떡, 귤. 배추지짐을 가득 들고 갔어요. 아직은 울금 농사갈무리 철이라 바빠서 자주 못 모이는데 아이들 왔다고 모이셨어요. 반갑게 맞아주시는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에서 진도아리랑도 불러드리고 들고가 맛난 떡과 귤, 송순옥 선생이 지진 배추전을 맛있게 먹습니다. 원서할머니가 또 아이들 맛난거 사주라고 봉투를 주시네요. 원서 현서를 아는 할머니가 따로 만원을 주셨는데 원서가 그돈으로 전복과 회를 사달라고 해요. 4년째 줄곧 오는 곳이라 어르신들이 아이들 맛난 거 사주라고 용돈을 주셔도 이제 어색하지 않습니다. 고맙게 받습니다. 오일장 날 아이들 입이 즐겁겠습니다.
12시 밥먹고 자유롭게 놀 때도 아이들은 춥지도 않나 공을 차고 놀고 그물침대를 타고 놀아요. 방에서 공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지요. 저마다 자유롭게 점심때를 즐깁니다. 1시30분 진도문화예술회관 공연을 보러갔어요. 부모님들은 팽목항에 갔구요. 진도에 오면 꼭 들려서 진도북춤과 진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입니다. 토요일마다 상설무대가 열리는데 사년째 오니 이제 공연하는 분들이 눈에 익습니다. 공연 앞마당에 아리랑노래도 마이크잡고 부르고 진도북춤과 멋진공연을 봤는데 이번에도 경품을 가득 받습니다. 종현이와 지안이가 진도 울금차, 인준이 진도홍주, 준섭이 진도 검은쌀을 받아 싱글벙글입니다. 공연도 보고 선물로 특산품도 받으니 신이 납니다.
3시 40분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을 먹었어요. 오가는 길에 자주 만나는 붕어빵 덕분에 진도 자연속학교가 맛있는 학교가 되어갑니다. 4년째 진도에 오다보면 같은 곳에서 보고 만나고 먹는 기쁨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쉬는 동안 4시 30분 높은 학년 아이들 가운데 낚시를 가고 싶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낚시를 나갔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바람이 세찬지 던지자마자 바늘이 밑걸려 버립니다. 할 수 없이 낚시대를 걷어 금세 들어오고 맙니다. 돌아오는 길에 12월에 편입한 채민이가 낚시 해봤다고 자랑을 합니다. 거제도옆 어의도 섬에할아버지가 산다고해요. 나중에 할아버지네 가서 낚시를 해야겠다니 웃습니다.
5시쯤 부모님들이 저녁 채비를 하는 동안 회를 뜨기 시작했어요. 물고기는 원서현서 아버지가 잘 아는 양식장 사장님이 바다 그물에서 건져온 자연산입니다. 껍질까지 벗겨서 손질을 해놓아 뼈만 발라내면 되네요. 회 뜨는 수고로움 덜어주려는 배려가 고맙기만 합니다. 광어, 숭어, 놀래미, 농어, 도미, 우럭 자연산 회가 아이들 밥상에 올랐습니다. 또 원서현서 아버지가 사 온 진도 참전복을 부모님들이 구워 밥상에 올립니다. 부모님들이 많이 내려와 밥을 해주고 맛있는 걸 많이 내어놓으니 아이들이 신이 납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밤참으로 굴을 삶아 먹었어요. 뽀얀 속살이 가득한 굴이 얼마나 큰지 저절로 입맛을 다시게 됩니다. 물론 회 뜬 뒤 매운탕을 끓였어요. 바다가 준 선물을 실컷 먹는 날입니다.
8시 마침회 시작해서 밥참으로 굴을 먹은 뒤 9시부터는 잠주머니를 폅니다. 그리고 옛날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탄핵날이라 근현대사 이야기로 우리나라 대통령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자연속학교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들려주어 일찍 재우려는 선생이 씨름을 시작합니다. 첫 자연속학교를 온 채민이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동규도 잠에 들때까지 한참이 걸리네요.
10시 선생들 마침회에서 아이들 하루 지낸 이야기와 몸 상태, 내일 계획을 정하고, 11시 내일이면 올라가는 부모님들과 진도 파를 구워먹으며 뒤풀이를 했어요. 역시 자연속학교는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가 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