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전라도 영광 불갑사 꽃무릇 군락과 고창 학원농장 메밀꽃밭으로 천하장군 이백열일곱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가을하늘은 높고 날은 화창한데, 꽃무릇과 메밀꽃은 절정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릴 반기니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가을꽃여행이었습니다. 게다가 여행참가자가 많지 않아 내심 걱정하는 천하장군에게 버스회사에서 우등버스를 서비스해 준 덕에 모처럼 우등버스로 편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천하장군 여행길에 처음으로 우등버스를 이용한 회원들은 넓고 안락한 좌석에 여행이 편안하다며 얼마나 즐거워하시던지. 우등버스에 대한 감탄에 이어 우등버스 여행을 검토해달라는 신신당부가 이어집니다. 여건이 만만치 않지만 잘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라도 영광 불갑산 자락에 자리잡은 천년고찰 불갑사는 백제에 불교를 처음 전래한 인도의 마라난타 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사찰입니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은 단아한 팔작지붕건물에 연꽃과 국화꽃 문창살이 화사하고, 국내에서 제일 큰 목조사천왕상도 둘러볼만한 곳이지요. 하지만 불갑사하면 뭐니뭐니해도 9월 중순, 절 주위를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이 장관입니다. 고즈넉한 사찰을 꽃무릇이 한창일 때 둘러본다면 일석이조인 셈이죠.
우리가 간 날은 불갑사 꽃무릇 축제를 하루 앞둔 날로, 축제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꽃무릇은 거의 만개하여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황홀한 붉은 빛이 뭉턱뭉턱 초록의 숲과 어우러져 눈과 마음을 화사하게 합니다.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꽃무릇길을 산책합니다. 아름다운 꽃무릇을 감상하며 불갑사를 둘러보고 절 뒤편에 조성된 호숫가 벤치에서 가져온 차와 간식을 나눠 먹으며 꽃무릇 답사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점심은 영광시내에 있는 오래된 식당에서 남도한정식으로 먹었습니다. 옛 한옥건물에 한상 차려진 한정식을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반찬들이 하나같이 다 맛있지만 특히 주인장이 권해주던 고구마줄기조림과 새콤달콤했던 조개무침은 입맛을 돋우기에 딱이었습니다. 다들 여유롭게 점심만찬을 즐기고 급배달한 영광의 모시송편도 구해들고 고창 메밀밭으로 향합니다.
고창 학원농장은 농사를 짓는 동시에 아름다운 농장풍경을 제공하는 곳으로 인정받아 전국 최초로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된 곳입니다. 10여만평 구릉에 봄에는 푸른 청보리밭이 펼쳐지고 가을이면 눈처럼 화사한 메밀밭이 장관인 곳이지요.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이상기온으로 메밀작황이 좋지 않아 중간에 갈아엎고 다시 심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메밀밭 중간중간 붉은 흙이 드러난 곳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메밀꽃의 개화상태는 최상이었습니다. 하얀색 메밀꽃들이 파란 하늘, 가을바람과 어우러져 하늘거리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었습니다.
게다가 메밀밭 옆으로 조성된 코스모스꽃밭과 해바라기밭도 너무 예쁘게 만개해 덤으로 꽃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코스모스밭 사잇길을 지나, 메밀꽃길을 거닐고 마지막에는 해바라기와 화려한 주황꽃길을 누비며 가을꽃들이 선사하는 최고의 산책코스를 걸으셨답니다. 마음에 있던 답답함까지 맑고 화사한 가을풍경에 다 날려버리는 기분은 저만이 아니었겠지요.^^
이번 9월 답사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한번 바뀌고, 신청자도 많지 않아 과연 잘될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새옹지마라고, 덕분에 우등버스도 타보고, 최고 절정의 꽃들도 만나는 행운도 누렸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늘 격려하고 함께하시는 회원님들 덕분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받은 꽃무릇, 메밀꽃, 코스모스, 해바라기 가을꽃선물세트의 감동으로 회원님들 한 분 한 분의 일상이 더욱 힘차고 즐겁길 바랍니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잘 쉬시고 10월 답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2011.9.26
천하장군 정지인
첫댓글 이백열일곱번째의 답사라는 큰 숫자의 행사를 이렇게
매번 성공적으로 이끄는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대단한 숫자입니다.
초록별님의 답사기는 어김없이 나의 답사여행의 마무리를 해주기에
부족함이없군요. 여러가지로 감동이고 감사합니다.
다음 답사 여행도 몹씨 기대가 됩니다.
이번 답사는 추진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떠났던 여행이었습니다.
게다가 날도 좋고 꽃도 만발하고 회원들도 좋아하시니...더할 나위 없고,
저도 선물받은 기분으로 여행을 즐겼습니다.
늘 변함없이 격려해주시는 신봉공주님 덕분에 오늘 하루도 기분좋게 시작합니다.^^
항상 초록별님의 답사기를 읽으면 담백하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어쩌면 그렇게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나요?
다음 답사로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을꽃밭에서 즐거워하시던 배꽃공주님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해요^^
여행을 즐기는 회원님들을 보면 진행하는 저도 기쁘고 보람을 느낀답니다.
앞으로도 쭉 배꽃공주님이 즐겁게 여행하실 수 있도록 더 분발하는 천하장군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