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과 蘭
겨울철 난 관리보다 여름철 난 관리가 훨씬 더 어렵다고 우리는 배우고 익혀왔다. 그렇다면 기온이 섭씨 30° 이상만 되면 춘란은 정말 상하는 것일까? 그리고 30°C 이상에서는 하면(여름잠)하므로 성장이 반드시 중지되는 것일까?
식물이 자라는데는 온도, 물, 영양, 햇빛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게 공기의 순환(통풍)을 넣어 다섯 가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네 가지 가운데 어느 한 가지가 모자라거나 넘치면 영향은 받지만 죽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이 네 가지가 상호작용에 의해 서로 보완 관계를 가지며 식물의 생육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도가 생육 조건에 조금 맞지 않으면 다른조건, 즉, 햇빛을 보충하거나 차단하여 균형을 유지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식물 가운데 가장 진화했다는 난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난은 적어도 생육에 필요한 절대조건 가운데 단 하나가 잘못된다 해서 죽지는 않는다. 절대조건 중 3개 이상의 문제가 겹쳐야 죽게 된다“
그러므로 다른 절대조건은 그대로인데 단순히 온도만 30°C를 넘는다 해서 난이 상한다는 말은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다. 사실 난실의 온도를 한여름에 에어컨의 도움없이 30°C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느냐는 의문도 생기는데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온이 30°C 이상이 되고 공중 습도가 낮으면서 바람이 부는 나무 그늘에 있으면시원하다. 반대로 비록 30°C가 되지 않더라도 공중 습도가 높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순간 불쾌지수가 높아져 견디기 힘든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이 지구상에 뿌리를 둔 생명체는 그 기본적 생리기능은 동일하다.
그래서 사방이 확 트인 자생지에서 살고 있는 난들은 30°C 이상의 기온에서도 잘만 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30°C가 아니라 같은 기온이라도 어떤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
통풍에 대해 많은 언급이 있었는데 통풍의 의미는 또 다른 표현으로 온도와 물(공중 습도를 포함한 포괄적인 수분개념)이 식물에 적당하도록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미 나는 ‘생명에 필요한 기의 순환’ 이라 표현했어다. 결과적으로 고온에 높은 분내 습도가 겹치면 난은 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럴 때는 통풍이나 난실 내 공기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에 氣의 유통이 정체되므로 생명의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며 이것은 곧 죽을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 영양까지 적절치 못하면 그 난은 살려야 살 수가 없게 된다. 여름철 혹서기에 난을 죽이지 않으려면 여름철이 아닌 다른 계절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말이 있다.
이른바 세력이 좋은 난, 즉 영양 상태가 양호해 건강한 난은 절대조건의 2가지 정도 결함에는 잘 견딘다. 아무리 더위가 심해도 차광하여 그늘을 만들어 주고 창을 열어환기를 해주어 분내 수분 양을 열대야 기간 동안 조금만 줄여 주기만 해도 안전하게 혹서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약해져 있는 난에 있다. 금년 봄에 분갈이를 한 난들이나 촉수가 적거나 어린 유묘들, 그리고 퇴촉에서 겨우 신아가 나온 난들, 어미촉에 비해 점점 세력이 약해져 가고있는 난들은 세력이 왕성한 난들과 같은 조건으로 관리하면 쉽게 고온에 상할 수 있다.
이들은 별도의 장소에서 그야말로 고온으로부터의 보호하에 관리 되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결국 고온에 대해 지나치게 엄살을 떨 필요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방치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