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캠핑장, 나쁜 캠핑장
남들이 보면 저는 참 미련한 캠퍼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도 동네 놀이터를 찾아가듯 가까운 곳, 광덕산으로 갑니다.
예전 남양주의 팔현에서 겨울나기를 했을 때처럼
한 시간 거리의 좋다하는 캠핑장 제쳐두고
오늘도 저희 가족은 그 기가 세다는 광덕산에 둥지를 틀고 세월을 낚아봅니다.
지난 주 글을 쓰고 있는 아내에게 '좋은 캠핑장, 나쁜 캠핑장'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볼 것을 권했습니다.
월간지 권말 부록으로도 소개되는 이런저런 캠핑장.
캠핑장이 잘 정비되어 있고, 온수가 나와 샤워도 가능하고, 화장실 깨끗한 곳.
어찌보면 저는 그런 곳을 일부러 피해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팔현이 그랬고, 산정호수가 그랬고, 오뚜기령이 그랬고, 운악산 아래가 그랬습니다.
기실 캠핑을 나온다는 것이 화장실과 샤워시설 때문은 아닐 겁니다.
광덕산에서 아침을 맞으며 제가 생각한 것은 역시 그건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운 일본, 대만, 서구에도 잘 정비된 캠핑장이 많아 한국의 캠퍼들이 부러워합니다.
그곳에는 수영장, 자전거 대여, 놀이공원 등이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캠핑장도 등급이 있어서 지불하는 비용도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문제는 어떤 캠핑장이 자신과 맞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이곳 광덕산은 여름 내내 최악의 조건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이곳을 찾았던 몇몇 분들은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선언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날이 선선해지면서 저는 이곳을 최고의 캠핑장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옵니다.
캠퍼들로 붐빌 때 여기 오셨던 분들 중에서 딱따구리와 수시로 날아다니며 우는 꿩과
그외의 수많은 새들이 배회하는 걸 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다소 소란스러웠던 시기에 산속 깊이 들어갔던 새들이
분주한 사람들이 떠나자 하나둘 다시 찾아왔던 것입니다.
새벽녘에 텐트 주변에서 지저귀는 수많은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참으로 기분 좋은 새벽입니다.
새의 노래를 들으며 잠을 깨는, 세상에 이처럼 호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한국의 정원에서 드러나는 선조의 미의식에서 배울 바가 많습니다.
우리네 선조들은 자연에 건축물을 세울 때 자연을 빌려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위를 깨뜨리지 않고 그 위에 짓고,
집안에 물길이 돌아나가도록 그대로 놔두었죠.
죽서루가 그렇고, 소쇄원이 그렇습니다.
너무 너무 좋다, 는 철저하게 자신의 취향입니다.
강요할 성질의 것도 아니고,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잘 정비된 곳이든 아니든
새소리, 바람에 서걱이는 댓잎소리, 억새의 흔들림에 반해보시길 바라봅니다.
그러면 사람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해질 겁니다.
이번 주 광덕산을 찾아와준 한스 아우가 말하더군요.
캠핑이 좋은 이유 중 사소한 것 하나가 머리카락이 떡지고,
눈꼽이 덜 떨어져도 창피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나가는 사업가가 머리에 새집을 지은 채 아침 인사를 하고,
잘 나가는 치과의사가 입냄새를 풍기는 곳이 캠핑장의 풍경입니다.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듯이 아직도 좋은 캠핑장을 찾아 헤매시나요.....?
어쩌면 그 캠핑장은 여러분들의 집앞에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2. 사진 이야기
이제야 제대로 가을을 실감합니다.
스러질 것은 스러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 또 기약할 것이 생기는군요.
새벽에 새소리에 깨었습니다.
일어난 김에 저희밖에 없는 캠핑장을 한바퀴 산책하자니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맨 꼭대기에 올라 기지개를 한껏 켜봅니다.
저희 집이 보일듯 말듯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도 힘들게 하던 광덕산의 아침 햇살이 쌀쌀한 공기를 살짝 데워줍니다.
지난 밤 따뜻한 화목난로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역시 날이 추워지니 텐트 안에 폭 박혀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그만큼 새록새록 정도 깊어지는 걸 느낍니다.
고운이와 담이랑 환경련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보냈습니다.
떼어놓을 때는 기분이 날아갈듯 좋았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심심해죽겠습니다.
침대 위에 누워 발코니 창으로 보이는 하늘도 보다가, 괜한 도끼질도 한번 하다가 시간을 죽여봅니다.
쭈글쭈글해진 난로가 안쓰럽습니다.
샤이안님이 흑연 도장을 해주면 3,4년은 더 써볼 생각입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고무됩니다.
부모는 어쩌면 그 길을 자연스레 열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일 겁니다.
고운이는 떡볶이 요리 삼매경에 빠졌고, 담이는 옆에서 열심이 어묵을 썰고 있습니다.
요리 끝내고 나서 먹을 때마다 맛있지? 하고 확인하는 거 보면서 자꾸 웃음이 나는 걸 참습니다.
꿍짝이 잘 맞아 잘 놀다가도 싸우고 삐지고....
담아, 빨리 커서 누나들 힘들게 좀 하지마라....ㅎㅎ
겨울에 야외에서도 쓰기 좋은 워머.
난방을 아무리 잘한다해도 식기 쉬운 음식 올려놓는 데에는 딱입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술은 조금, 얘기는 많이.... 참 이상적인 밤입니다... ^^
어느새 에스프레소로 시작하는 아침이 자연스럽게 되었네요.
진한 커피가 각성 효과가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문제는 입만 고급이 되어 간다는 것이지요.
난로 위에서 간식 거리도 천천히 데워집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는 아침이 좋습니다.
가을이 더디게 오니 어쩌니 하며 호들갑을 떤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때가 되면 다 오게 마련인 것을요....
옆에 한 가족이 찾아왔습니다.
조용히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번 캠핑에서는 하늘이 좋아서 유난히 많이 바라봤습니다.
가을 하늘, 역시 한국의 가을 하늘은 자랑거리입니다.
장대를 구해주니 아이들이 감을 따며 즐거워합니다.
물론 서툴러서 떨어뜨리기를 여러 번입니다.
한스 아우네를 저희가 늘 찾아가는 광덕산에 데리고 갔습니다.
열공중인 한스 아우. 이 석탑의 진가를 알까요? ^^
부용의 시 한 수도 익혀봅니다.
담맘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사주겠다고 하니 눈이 말똥말똥해지네요.
저는 선물보다 이 집에서 때는 화목난로가 더 땡겼습니다.
아무래도 자꾸 주철난로에 눈이 가니 큰 일입니다....^^
한스 아우를 보내고 벼르고 있던 맹씨 행단을 찾았습니다.
맹사성의 고택은 그의 청빈함 만큼이나 수수했습니다.
그 수수함에서 커다란 내공이 보였습니다.
그의 종손일 듯한 촌로 두 분의 모습도 정말이지 수수해보였습니다.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에서 후학을 기르고 청빈한 삶을 살았던 맹사성과 그의 후손들.
그가 캠핑장의 이러저러한 생각을 했던 제게 마지막으로 큰 가르침을 줍니다.
티 내지 않고 묻힌 듯 그렇게 살아보라고 말입니다....
아산에서 담이네 드림.
첫댓글 볼때마다..........참 좋습니다....일간 저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되고, 파이프 담배도 강탈? 하러 가야할텐데요.......흐음......언제가 좋을지요........
파이프 하나 드린다니까 자꾸 강탈한다고 그러시네... 언제든 콜... 이번 주는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합니다....^^
잘읽었읍니다....실로 진솔한 켐퍼라는듯한 생각이...깨끗한화장실 전기사용 따스한수도물 을 찻는다면 집에 있는것이 낫겠지요....
물과 화장실에 크게 불편을 느끼시는 분들은 잘 정비된 곳을 가셔야지요... 순전히 제 취향일 뿐입니다...^^
다음부턴 후기 올리시는거 게으름 좀 피우지 마세여....기다리는 사람 목 빠지잖아여...ㅎㅎ 오늘은 페퍼밀님 후기와 담이네님 후기까지 다 읽었으니 배 부른 마음으로 집안 일 좀 해야겠습니다....^^
월요일 일이 많아 후기 올리는 거 힘들어서 그렇죠.... 누구처럼 4일근무한다면 바로 올릴텐데....ㅎㅎ
캠핑하면서 멋진 고택답사까지 하시고... 늘 느끼지만 담이네님 후기는 풍성한 여유가 있어 읽고 나면 참 편안합니다...^^
편안하게 살면 늘어나느니 체중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까칠하게 살아야지....ㅎㅎ
후기에서도 얼굴을 못보내....ㅎㅎㅎㅎ
이러다 1년에 한번 얼굴 보면서 살겠네... 요새 무쟈게 열심히 다니드만....ㅎㅎ
가차운데로만 다니고있어....11월2째주때 올라오남....ㅎㅎ
11월 둘째주 필히 올라감, 혼자.... 중생 거둘 준비하고 계시오...ㅎㅎ
이렇게 후기를 잘 올려버리니....난 후기 올리기가 부끄~.~ 채김져여~~~~~
아도님의 후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런 말 하시면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담이네님은 문자속도 깊으십니다^^
쏠트밀님의 깊이를 따를 수가 있겠습니까... ^^ 다들 피부가 좋아지셨겠습니다, 해물파티 때문에... ㅎㅎ
깔끔한 후기 멋지네요 ㅎㅎ 더 추워지기전에 한번 가보고 싶네요. 단풍 구경도 하고...
단풍 구경 오세요... 오실 때 가져올 거 아시죠? ㅎㅎ
캠핑의 묘미를 여기에서 배우네, 나는 언제나 이같은 캠핑인이 될라나....
묘미랄 게 있나요... 다원님은 다원님처럼 저는 저처럼 다니면 되는 것이지요... 저란 사람이 년차에 비해 어리숙한 사람입니다....^^
멋진 후기 잘보았습니다. 다시 찿고 싶은 광덕산 입니다.
파란꿈님은 요새 어디로 다니십니까? 오며 가며 년중 얼굴 맞대기 하나 봅니다...ㅎㅎ
저도 파이프 담배 필줄 압니다...푸하하...일간 광덕산 함 쳐들어 가겠습니다^^ 그라구 한스님은 배신 땡겼으니...쇠주한잔 사셔야 됩니다^^*
파이프 대열에 들어서면 선물 하나 함세... 물론 스위스 모처에서 내꺼까지 주문해주면 좋고....^^ 한스가 배신땡겼으면 당연히 소주 사야지, 하모....ㅎㅎ
한번이지만 눈에 익은 사진들이네요. 한스님도 그렇고...멀찌감치 보이는 산너울이 멋졌는데, 곧 뵈요~~ ^ ^
뭐한 말이긴 하지만 정면에 보이는 산새가 여근과 닮았다는 생각이 늘 드는데... 내가 그런 쪽으로만 상상해서 그런가....^^
좋은시간보냈구만...^0^
누구는 먼 모처에서 잘 보냈다는 소문이 있더만....^^
역쉬..편안합니다... 지도 지난주 설악산 간 거 후기 올리는 책임을져서리...깝깝합니다.. 담이네 님 처럼은 죽었다 깨나도 못올리고..걍 각자 취향대로 올려야겠지요... 글구 책 쓰시는 분이니..이 정도는 올리셔야지요^^*=3=3=3=3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걍 책 펴내는 사람입니다.....ㅎㅎ
석탑의 진가를 몰랐습니다....읽어도 뭔말인지......나중 부연설명듣고 그거구나 생각했슴다....석탑이 일체형인지 분리형인지 우찌 알겄습니까^^ㅎㅎ.................지난주는 경황없이 가서인지...눈이감겨 일찍자게되고,늦게까지 푹자고,..고단한 몸부림을 캠핑가서 풀었습니다....좋아하는 맥주도 밤에는 먹질 못하였으니, 아침부터 ,,이런얘기 저런풍경을 보며 마시는 맥주도 그리 나쁘진 않더군요.......좋은시간 같이해서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한가하게 이런저런 얘기하니 참 좋았네... 고운이 팍팍 커가는 것도 그렇고 말야....^^
늘 자신만의 취향과 자연과 인간군상과 어울림을 이루는것은 행복합니다. 후기에서 어울림의 소리가 나는것 같아 푸근합니다^^
어울린다기보다는 자연속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이 맞겠죠... 쉬운 일이면서도 쉽지 않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젠 담이네님 텐트색을 국방색으로 하심이 자연과 넘 친화적이 되셔서......ㅎㅎㅎ 넘 숨어다니시면.... 가시는곳좀 올려주삼....ㅋㅋ 어딜가시던....즐거운캠핑하시고 추운날씨에.... 감기조심하세요. 전 이번주엔 좀더추운 강원랜드카지노로.....ㅋㅋ
와우, 강원랜드 카지노.... 한번 구경이라도 하고 싶은데.... 루티노님 얼굴 함 봅시다....^^
처음만나 뵐때 나에게 진정 한국적인 인상으로 다가선신사...그분이 담이아빠...였지요. 저는 초보캠퍼입니다. 담이아빠의 후기를 대할때마다 진정한 싱그러운 캠핑라이프가 무엇인가를 새삼 느낌니다. 가족사랑 눈물겹도록 실천하시는 담이아빠...늘 행복한가정. 즐거운 캠핑을....감동적인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오히려 제가 나이 들어가면서 시몬님처럼 조용히 캠핑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후배들처럼 저도 많이 배우려고 합니다.
구구절절 동감인 말씀 ㅎㅎ 늘 여유로운 캠핑이 되길.. ^^
왠지 부끄러워집니다.... 잘 만나뵙지 못하고 있어도 든든한 산처럼 계셔서 좋습니다....^^
열심히 광덕을 찾다가...같이 다니시던 엄마가 덥고..볼거 하나도 없는데 왜가냐구..하도 그러셔서..잠시 쉬었는데...이번주엔..광덕으로 들어가봐야겠습니다. 가믄...담이네도 있습니까???
이런~~ 이번 주는 서울 나들이 합니다... 매번 갈 때는 안오시구서...ㅎㅎ 이번 주 가시면 한적하고 조용한 광덕산의 참맛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뭐...사는게 다 그렇죠...^^ 서울 나들이 잘 하세요~
아..옛 팔현지기셨던...아주 정겨운 모습 잘 봤습니다 언제 한 번 뵈어야지요..? 벌써 1 년이 훌쩍 넘은듯 합니다..^^
자연을 빌린다는 표현이 참 맘에 드네요. 언제 어느곳에서든지 자연을 즐기시는 여유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흰 중도에서 그럭저럭 잘 보내고 왔네요.
안온다 투덜거리던 가을이 지난주 용화산에 올라가니 벌써 갈려고 하네요. 광덕산 이래저래 계절따라 여러모습 보여주네요. 여름,가을 다녀왔으니 겨울에 함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