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그 빠른 날들 속에 3박4일의 울릉도, 독도 답사 여행도 들어 있다. 화투판에 뛰어들어 판판이 1타 7피의 행운을 잡으며 판돈을 싹쓸이하고 나서 딴 돈을 모두 되돌려주고 온 듯 산뜻하고 통쾌한 기분이다. 달과 별을 보며 울릉도해안로를 달려 거의 일주하였고(37.17km/5시간 55분) 독도에 발을 들여놓는 재수도 누렸다. 관음도 둘레길과 행남해안 둘레길 걷기, 성인봉 등산, 유람선을 타고 섬 일주하기, 봉래폭포와 나리분지 등 여러 경승지와 독도박물관과 안용복기념관 등 여러 역사 알림터를 방문하였으니 유익한 여행이 되었다.
어제 부산에 돌아와서 오늘 성지곡 일요훈련에 출석하였다. 객지에 나가 4일간 하계 전투력 증진 행군에 나선 군인들처럼 강도 높은 답사를 하였는데도 여행의 피로가 심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지난 일요일에 52분에 달렸던 백양산 주로를 오늘은 무려 8분이나 단축하여 44분에 달렸다. 미신같은 이야기지만 독도와 울릉도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분상으로는 3년은 젊어진 느낌이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서 불로장생약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가목 추출액 <마감보감> 공장에도 가서 구매의 유혹을 받았는데 2개월(74만원)치만 복용하면 3-5년은 건강을 누릴 수 있다고 홍보하였다. 일행중에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 네 분이 구매를 하였다. 나는 간신히 구매 충동을 눌렀다.
오늘은 회장님과 부지런한 서공(鼠公) 네 명 등 다섯 명의 회원이 출석하여 더위에 한판승을 거두었다. 공원 입구에서 돼지국밥으로 맛있게 아침식사를 하였다. 오궁 샘이 식사비를 내주셨다.
<대영해수탕>에 들러 땀을 씻고 등판이 따뜻한 수면실에서 2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귀가하였다. 집에서 점심으로 마누라표 즉석 냉면을 말아먹고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기고 휴식을 취한다. 울릉도 답사 때 네 번이나 지나친 와달리(臥達里)가 생각난다. 안내를 맡은 기사님 설명에 의하면 예전에 어느 노인이 사람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이곳 절벽 위에 홀로 살며 누워서 하늘과 땅의 이치에 통달하여 도인이 되었다고 하여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파도소리가 들리고 갈매기가 날고 하늘에 구름이 떠가는 울릉도 바닷가 절벽 위는 아니지만 분주한 누항의 도시 인가의 방에 누워서도 와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남창 밖 작은 마당의 정원수 초록잎이 하늘거리는 걸로 봐서 폭염 속에서도 바람의 여신이 골목을 누비며 자비를 베풀고 있는 것 같다.
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한낮에는 가급적이면 바깥 외출을 자제하시고 건강한 땀을 흘리고 싶으시면 가야지 훈련에 동참해 주시라고 당부드린다. 덥다고 모두 에어콘 바람에 몸을 맡기는 때지만 더위와 친구가 되어 사리보다 영롱한 구슬땀을 흘리다 보면 누구나 살아 있는 부처(生佛)가 될 수 있다.
來冊現走
如果冊中有未來
恒心走裏存現在
日曜早朝草邑嶺
過圖書館得敎訓
億劫因緣今走路
世上無二小宇宙
同伴走友我太庵
水源地轉五行星
미래는 책 속에 있고 현재는 달리기 속에 있다
책 속에
미래가 있다면
변함없는 달리기 속에
현재가 있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
초읍고개
도서관을 지나며
얻은 교훈이다.
억겁의 인연으로
오늘 내가 달린 길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작은 우주다.
함께하는 달리미 친구들과
나 태암은
수원지를 도는 다섯 행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