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편에 이은 두 번째 전기차 기본 물리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전기 에너지의 단위인 암페어와 볼트, 그리고 와트의 상관관계와 전기 에너지의 총량인 와트시에 대한 내용을 통해 전기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높여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은 전기차의 배터리를 채우는 일, 그러니까 충전과 관련된 물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전기차는 이미 설치된 전력 인프라를 통해 충전을 합니다. 그래서 물리방식 이외에도 기존의 배전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전기차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충전을 나눌 수 있습니다.
1. 벽 콘센트(이동형 충전기)
2. 완속충전기
3. 급속충전기
이 충전기들의 출력량을 알면, 전기차를 충전할 때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바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제 각 충전기의 용량을 살펴보겠습니다. 대상차종은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EV를 골랐습니다. 이 차의 배터리 용량은 28kWh입니다.
배터리 채우기
앞서 전기의 특성을 물에 비유해 설명한 것을 기억하실런지요? 전기가 물이라면 배터리는 물을 저장하는 물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전기차가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은 리튬이온(Li-ion)전지입니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배터리 중 가장 큰 압력(4.2V)에 견딜 수 있으면서도 무게와 부피가 가장 적으니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도 단점은 있습니다. 예민하기 이를 데 없다는 점입니다. 빨리 채울 요량으로 물을 너무 세게 쏟아 넣어서도 안 되고, 한 번에 너무 많이 급수를 해도 안 됩니다. 한 방울이라도 튀었다간 바로 통 전체가 못 쓰게 될 수도 있거든요. 압력은 상한선이 딱 정해져 있고, 어느 정도 차고 나면 조금씩 부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회사도 이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에 보내지는 전기의 양과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 OBC(Onboard Battery Charger)의 설계에 만전을 기합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충전량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최대전류 상태에서 전압을 높이는 CC(Constant Current: 정전류) 모드로 충전을 합니다. 그리고 충전이 일정 수준 이상(대부분 80% 전후)에 도달하면 전압을 유지하되 전류량을 줄여 나가는 CV(Constant Voltage: 정전압) 모드로 전환하게 됩니다. 전력의 총량을 조금씩 줄여 나가며 배터리가 받아야 할 부하를 줄이는 것이죠. 80%를 충전하는 데까지는 비교적 빠르지만, 그 다음부터는 충전속도가 뚝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 벽 콘센트(이동형 충전기)
시중에서 휴대용이나 코드셋(cord set)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휴대용 충전기를 220V 콘센트에 꽂아 충전하는 방식이지요. 전기차는 별도의 커플러가 달린 충전 규격을 따릅니다. 그래서 일반 전원을 차에 밀어 넣을 때도 충전기가 필요합니다. 벽 콘센트에 바로 연결해 쓸 수 있지만, 차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콤팩트한 이동형 충전기를 따로 들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동형 충전기의 경우 최대 16암페어의 전류를 허용합니다. 입력 전류가 220V인 경우 이 충전기가 낼 수 있는 최대 전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16A x 220V = 3,520W = 3.5kW
그래서 이동형 충전기의 최대 충전 전력은 3.5kW가 되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콘센트에서 나오는 전류가 16A가 되지 않거든요. 콘센트는 설치된 건물의 배전용량에 따라 전류량이 상이합니다. 일반적으로는 10A 수준이지만, 충전이 주로 이루어지는 지하주차장에서는 15A를 허용하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가정할 경우 여기에 전압을 곱하면 전력값이 나옵니다.
벽 콘센트의 출력 범위
10암페어 전류: 10A x 220V = 2,200W = 2.2kW
15암페어 전류: 15A x 220V = 3,300W = 3.3kW
2.2~3.3kW가 가정용 콘센트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범위가 됩니다. 단, 1편에서 말씀드렸듯 10%의 마진을 둔 곳은 15A에서도 개별출력이 3kW로 제한됩니다. 이 경우 최대 전력은 아래와 같이 가정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 벽 콘센트의 최대 전력 = 3kW
이것으로 아이오닉 EV를 충전할 경우, 단순 계산은 아래와 같습니다.
배터리의 용량 ÷ 충전기의 최대 전력 = 충전 시간
28kWh ÷ 3kW = 9.34hours
3kW의 출력을 사용할 경우 완전히 비워진 배터리를 채우는 데 걸리는 충전 시간은 9시간 20분 정도 걸린다는 계산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오닉 EV에 충전을 할 경우 이보다 좀 더 걸립니다. 충전량이 80%를 넘는 순간 충전량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니까요. 실제로 벽 콘센트를 이용한 아이오닉 EV의 충전에는 12시간가량이 소요됩니다. 일단 이것을 편의상 충전상수라고 부르겠습니다.
9.34hours x 1.3(충전상수) = 12.1hours
확실히 꽤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만, 그렇다고 벽 콘센트를 몹쓸 물건으로 속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기차는 특성상 완전 방전 후 충전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20~30%의 잔여 배터리가 남은 경우, 늦은 밤 충전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다음날 아침 배터리가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벽 콘센트 이외에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는 완속충전 그리고 급속충전의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2. 완속충전
사실 우리가 완속충전이라고 부르는 방식은 해외에서는 fast charging(빠른 충전)이라고 부릅니다. 벽 콘센트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완속이라는 이름이 붙어버린 것은, 이게 급속충전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충전방식으로 소개되었기 때문입니다.
220V 전원을 끌어 쓴다는 점에서 완속충전기가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는 벽 콘센트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만, 대신 전류값이 큽니다. 최대 15A에서 제한되는 벽 콘센트와 달리 완속충전은 32A의 별도 라인을 끌어다 씁니다.
32암페어 전류: 32A x 220V = 7,040W = 7kW
완속충전기의 전력은 7kW입니다. 이것으로 아이오닉 EV를 충전할 경우 얼마나 걸릴지도 계산이 가능하겠죠? 앞서 언급된 충전 상수값을 곱해보겠습니다.
28kWh ÷ 7kW x 1.3(충전상수) = 5.2hours
벽 콘센트보다 훨씬 빨리 충전할 수 있으면서도 건물의 기존 전력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완속충전방식은 전기차의 충전방법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완속충전기는 입력을 받은 220V의 교류 단상 전류를 그냥 차에 흘려 넣어주는 일만 합니다. 그래서 덩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급속충전기와 비교해 바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벽에 붙어 있거나 비교적 슬림한 스탠드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완속충전기라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