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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감상자
월평빌라 이야기 2024 ㉓ 양해민
2024년 정합성 평가서
서무결
2025. 1. 인쇄
인사 글
시설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시설'은 알았지만 '사회사업'은 몰랐습니다.
'시설'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몰랐음을 알았고,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토록 꿈꾸었던 사람다움 사회다움으로부터 나아가는 '사회사업'도
월평빌라에 와서 마음껏 할 수 있었습니다. 더 해보고 싶습니다.
신입직원이라서 더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했어야 했는데
신입직원이라서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해민이 덕분에 수월할 때가 많았습니다.
해민이와 둘레 사람을 만나 당사자를 배우고 지역사회를 배웠습니다.
배운 바를 잘 나누겠습니다.
시설 사회사업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과업 목록
1. 가족
2. 학교(거창나래고등학교)
3.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4. 신앙(중앙교회)
5. 재활
▶ 과업 1. 가족
올 한 해, 양해민 군과 가족들은 각자의 자리에 충실하며 기대만큼 자주 만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양해민 군이 계획했던 생일, 명절을 비롯한 다른 기념일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일 때 부모님이 가져오신 케이크에 불을 붙여 그보다 더 밝은 마음으로 소원을 빌고
룸메이트와 축하하는 마음을 나누고 이웃들에게 케이크를 대접했습니다.
양해민 군도 가족 생일에는 선물을 고르는 설렘을 만끽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님 뜻에 따라 축하하는 마음만 전하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소식하고 시장 나들이하며 가게에 들러 얼굴 뵙고,
무언가 시장에서 사야 할 때는 할머니께 여쭈어 실마리를 얻기도 했습니다.
아플 때는 더욱 가족 생각이 나곤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도 어머니께 연락드리고
특히 정기 진료와 약 처방은 언제나처럼 부모님께서 감당하셨습니다.
명절에 떠난 본가로의 외박은 그간의 기다림을 씻어주는 듯했습니다.
내년 명절도 가족들과 풍성하게 보내기를 소망합니다.
올해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어머니와 주민등록증을 신청한 일입니다.
성년이 될 준비의 첫발을 어머니와 함께했습니다.
그에 힘입어 양해민 군, 더욱 늠름한 아들, 오빠, 동생, 손자가 되지 않을까요?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 때, 전화벨이 울리고 어머니가 곧 간다고 대답하신다. 그만 자리를 비켜야 할 때인 것 같다.
케이크를 상자에 넣는데, 해민이가 아쉬워 보인다.
“더 먹고 싶어?”
어머니가 닫힌 상자를 열고 다시 케이크를 꺼내신다. 급한 마음 뒤로 하고 한 번 더 챙기는 것,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라면 어땠을까.
집에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을 때도 그랬다.
“역시 어머니 손길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 마음, 어머니 손길…. 감사를 표해야 할 어버이날에 다시 어머니 자리를 실감한다.
“안 바쁠 때 놀러와.” 어머니가 재차 말씀하신다.
“해민아, 케이크 잘 먹을게.” 어머니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신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오히려 자주 왕래하고 소식하기에 ‘특별한 날을 평범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평범한 날을 특별하게’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은 특히 ‘특별한 날을 평범하게’ 보내는 것이 좋을 수 있음을 알았다.
양해민, 가족 24-6, 할머니는 못 뵀지만 시장 나들이
양해민, 가족 24-13, 신중하게 고르는 설렘(어버이날 감사 준비)
양해민, 가족 24-14, 잘 먹을게 해민아(어버이날 감사)
양해민, 가족 24-16, 어머니 생신 ① 당길 때 와야죠
양해민, 가족 24-17, 어머니 생신 ② 오늘은 정하셨나요
▶ 과업 2. 학교(거창나래고등학교)
참 화창했던 날, 양해민 군과 풍경 좋은 곳을 산책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전화가 울렸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목소리로나마 첫인사를 나누며
이 날은 양해민 군의 학교생활을 거들게 되었음을 실감한 날이자 서로 학교생활 잘 하자고 다짐한 날이 되었습니다.
학교생활지원 의논을 두고 여러모로 궁리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학교 운동장에 도착했습니다.
치열하게 의논했지만 아쉽게도 도달한 결론은 "시간이 필요하다." 였습니다.
부모님의 몫을 대신하지 않기 위해 치열함을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직원으로서 꼭 해야 할 몫 사이에서 혼란했고,
직원의 역할과 존재를 고민하고 나누며 역설적이게도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직원의 고민에 따른 응답을 함께하고 또 지켜보며 양해민 군도 함께 성장했으면,
그래서 내년에 더 잘 지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모두 해민이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앞으로 해민이와 함께 해민이의 삶을 고민하며 더 힘을 합쳐볼 기회가 많지 않겠냐고 하셨다.
꽤나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남은 7개월 잘 보내보자고 서로 웃었다.
감정적이지 않은 선생님이었지만 함께 웃을 수 있어 좋았다.
다음에는 어머니께 자리를 비켜드리고 싶다.
어머니가 더 당신의 일로 목소리를 내시게, 앞으로 어머니와 더 자주 소식할 수 있도록 돕기로 마음먹는다.
양해민, 학교 24-1,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미용실 첫 방문)
양해민, 학교 24-2, 새 담임 선생님께 걸려온 전화
양해민, 학교 24-3, 시간이 필요해요(새 담임선생님과 첫 만남)
양해민, 학교 24-11, 수련활동 그 후 망설임 (해인사소리길 탐방 ①)
양해민, 학교 24-12, 시간이 허락되면 (해인사소리길 탐방 ②)
양해민, 학교 24-13, 일정이 바뀌었어요 (해인사소리길 탐방 ③)
양해민, 학교 24-14, 칭찬 요망 (해인사소리길 탐방 ④)
양해민, 학교 24-19, 해민이가 잘 지낸 덕분입니다
▶ 과업 3.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싱글벙글 계단을 올라갑니다.
원래 좋아하지만, 유독 신나보이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되도록 미술학원에 닿을 계단 하나 하나를 음미하며 올라갑니다. 공기와 냄새까지 느끼면서요.
"해민아 어서 와~"
여러 교실 중 오늘은 어디로 갈까요?
갖가지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교실, 양해민 군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교실,
맛있는 재미를 선사하는 요리 교실, 온몸을 깨우는 퍼포먼스 교실까지.
이미숙 선생님은 양해민 군과 잘 수업할 수 있게 궁리하시고
양해민 군은 성심껏 만든 작품을 잘 간직하고 나누기 위해 궁리합니다.
다음 수업을 기약할 때는 빈손이 아니었던 적이 손에 꼽습니다.
손이 무겁게 계단을 내려옵니다.
: 양해민 군 2021년 취미 기록, 아들이 다닐 학원을 어머니가 알아보고 연락하고 상담하도록 거든 이야기, 사회사업가 박현진 작성
해민이가 미술학원에 다닌 지 어느덧 3년 차이다 보니 이런 진중한 고민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
또, 여느 학생이라도 한 학원을 이렇듯 꽤 오래 다니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만큼 해민이가 가진 고민의 크기도 작지 않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원장님과 나 모두
해민이의 그런 고민까지도 헤아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해민이와 함께 수업할 수 있어 오히려 즐겁다는 원장님 말씀에 학원을 나오기가 더욱 아쉬운 하루였다.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 때에 맞는 명절 인사(2)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2, 달콤한 선물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3, 머리 손질 후 미술학원 재료비 보내드려요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4, 몰랐던 모습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5, 우리의 고민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6, 학원에도 찾아온 봄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7, 첫 야외수업을 위해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8, 선생님께 드릴 책 포장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9, 삐뚤삐뚤하지만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0, 너무 좋은 선물, 너무 좋은 생각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1, 평가서에 실린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2, 우중 수채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3, 마침내 밖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4, 편지 선물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5, 전시 관람 ① 생각도 못 했어요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6, 전시 관람 ② 진정한 감상자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7, 다음 수업은 같이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4-18, 형처럼 앉아봐
▶ 과업 4. 신앙(중앙교회)
신앙생활을 즐깁니다.
한번쯤은 늘어지고 싶은 일요일 아침, 한 주도 빠짐없이 오전 예배에 출석했습니다.
양해민 군의 의지에 더해 차량 지원을 감당하시는 집사님의 손길 덕분입니다.
양해민 군이 본가에서 살던 어릴 때부터 그 역할을 이어오셨습니다.
이사와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감이 감사했습니다.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역할과 섬김도 중하지만, 지금처럼 즐겁게 꾸준히 이어가는 신앙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운 한 해였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를 위한 궁리를 소홀히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길에 여러 교우분들이 더욱 잘 드러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양해민 군에게 교회와 신앙생활이 가지는 의미, 2023년 사회사업 3팀 정합성 평가회에서 밝힌 소회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자 비가 내린다.
“어떡하지, 우산을 안 들고 왔는데”
혼잣말을 하자 집사님이 집사님 남편 분에게
“우산 좀 빌려드려.” 하신다.
그러다가 직접 우산을 들고 해민 군과 나를 배웅해 주신다.
다른 아이들도 지원해야하기에 집사님이 여유가 많지 않은데 다행히 차가 멀지 않아 신세를 졌다.
해민 군에게 교회는 아마 이 우산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양해민, 신앙 24-7, 부모님이 키웠죠 (공주선 집사님께 책 선물)
▶ 과업 5. 재활
일상이 재활이고, 재활은 일상을 위함이라는 배움을 통해 재활과업에 시선을 바르게 둘 수 있었습니다.
재활은 전문가의 영역, 양해민 군과 부모님 그리고 재활선생님들 사이 직원이 거들 것은 무엇인지 궁리했습니다.
재활 추이를 충실하게 기록해야지 싶다가도 당사자와 지역사회 사이의 생동을 살리는 데에도 힘쓰고 싶었습니다.
요컨대, 재활과 사회사업 사이의 균형을 배우고 더 궁리하고픈 마음을 품은 한 해였습니다.
직원과 함께 운동수업 종결을 처음으로 맞이하며 운동을 할 때와의 차이를 실감해보며 앞으로를 계획하기로 했습니다.
언어수업은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양해민 군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어머니가 상관하실 수 있게 거들고 싶습니다.
이는 모두 양해민 군이 더 잘 지내기 위함이고, 양해민 군이 잘 지낸 덕분입니다.
“여기서부터 재활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니 신발 벗기도 결국 ‘한 발 들고 서 있기’가 가능하기에 할 수 있다는 것이 와 닿았다.
재활은 결국 일상을 위한 것이고 일상이 결국 재활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중략)
이렇듯 열정적인 선생님의 수업 덕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벌써 수업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선생님이 해민 군을 위해 준비했을 시간이 얼마일지, 수업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일 테다.
그런 시간이 모여 가능하게 된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해민 군의 재활은 여기서부터 계속될 것이다.
양해민, 재활 24-1, 복지관 재활 수업 첫 동행: 경험이 자산
양해민, 재활 24-3, 대구 재활의학과 진료 첫 동행
감사 글
어제의 아쉬움은 내일의 환희를 위한 날들임을 믿습니다.
내일의 아쉬움마저 기대하며 기다릴 수 있게 해 주셔서,
저라는 사람이 여전히 쓰임받을 수 있음을 알게 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