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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北 전방위 도발 ◆
북한이 정상적인 한미훈련을 빌미 삼아 심야에 휴전선 인근에서 연쇄 도발을 강행하며 남북 간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고, 정부는 5년 만에 대북 독자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1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강원도 철원에서 실시된 한미의 포사격 훈련에 반발하며 포병과 공군기,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접경지역 전역에서 심야 무력 시위를 펼쳤다. 북한 군용기 10여 대는 지난 13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4일 0시 20분까지 9·19 군사합의상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5㎞까지 바짝 붙어 위협 비행을 했다. 군당국은 F-35A 등 전투기를 긴급 출격해 맞대응에 나섰다.
이어 북한은 이날 오전 1시 49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하고 동·서해안에서 도합 170여 발의 방사포를 발사해 해상완충구역에 포탄을 떨어뜨렸다. 이에 국방부와 합참은 각각 대북 전통문과 경고성 성명을 통해 9·19 군사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군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오후 5시부터 동·서해상으로 390여 발의 포병사격을 재차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후 5시께부터 6시 30분께까지 북한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90여 발, 오후 5시 20분께부터 7시께까지 서해 해주만 일대에서 90여 발, 서해 장산곶 서방 일대에서 210여 발 등 총 390여 발의 포병 사격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1시간 넘게 이어지는 포탄소리에 서해 북단 연평도 주민들은 긴장 상태에서 저녁을 보내야 했다. 연평면사무소는 마을 방송을 통해 북측 해상 사격 소식을 알리며 "주민들은 놀라지 말고 자택에서 대기해 달라"고 안내했다. 해경도 군당국으로부터 상황을 전파받고 연평도뿐 아니라 백령도와 소·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어선 130여 척을 대피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의 방사포 사격이) 남북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방사포 도발로)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북한"이라며 "합의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 파기될 것인지는 결국 북한 태도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 제재 회피에 관여한 북한 인사 15명과 기관 16곳을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로 지정했다. 우리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를 추가 실시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첫 번째 독자 제재다. 정부는 "최근 북한이 우리를 대상으로 전술핵 사용을 상정하며, 전례 없는 빈도로 일련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 박인혜 기자 / 한예경 기자]
9·19합의 걷어찬 北…방사포·미사일·군용기 총동원 역대급 도발
합참 강력 경고 아랑곳않고 추가 도발
서해서 잇단 포성·물기둥 관측
해경 "빨리 철수하라" 긴급방송
연평도 어선 100여대 속속 복귀
하루 동안 네차례 군사 행동
군용기 위협에 미사일도 쏴
통상적인 한미훈련 빌미로
보란듯 '군사 안전판' 위반
핵실험 등 추가 도발 예고
북한이 남북 접경지역 전반에서 밤낮 없는 연쇄 도발을 펼치며 9·19 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나섰다.
북한은 지난 13일 늦은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군용기 10여 대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70여 발의 방사포탄을 동원해 한미의 대응태세를 뒤흔들었다. 이어 군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오후에 390여 발의 포탄을 추가로 동·서해상 해상완충구역에 떨어뜨리며 또다시 합의를 어겼다.
이는 남북 간 '최소한의 안전판' 격인 9·19 군사합의를 건드려 긴장을 끌어올리고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로 가는 밑돌을 놓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북측이 의도적으로 9·19 군사합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이 합의에 얽매이는 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커지는 분위기다.
북한은 이번에 13일 한미가 강원도 철원에서 정상적으로 실시한 주한미군의 다연장로켓(MLRS) 사격 훈련 도발을 트집 잡았다.
북한은 한미 훈련 종료 4시간30분 만인 이날 오후 10시 30분부터 14일 0시 20분까지 군용기 10여 대를 띄워 한국군이 유사시를 대비해 북측 영공에 설정한 전술조치선 남쪽까지 내려보냈다. 이 군용기들은 9·19 군사합의상 비행금지구역에 가깝게는 5㎞까지 바짝 붙어 위협 비행을 했다. 이어 북한은 동·서해안에서 방사포 170여 발을 발사해 9·19 군사합의상 해상완충구역 안에 포탄을 떨궜다. 또 평양 순안 일대에서 사거리 700여 ㎞에 이르는 SRBM 1발을 쏘며 남한 전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14일 북한군은 오전 2시 17분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 발표를 통해 남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북측은 "13일 아군(북한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남조선(한국)군이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면서 자신들의 동시다발적 심야 도발을 '대응 군사행동 조치'라고 강변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훈련이 9·19 군사합의를 준수한 가운데 치러진 통상적 훈련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군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 5㎞ 이내에서 포병사격을 금지하고 있는데, 훈련 당시 미군이 사격한 지점은 이보다 훨씬 이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군의 사격훈련 방향도 북쪽이 아닌 '남쪽'이었고, 연습탄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북한은 국방부의 대북전통문과 합참의 경고성명에도 불구하고 14시간 만에 포격을 재개했고, 간밤보다 2배 이상 많은 390여 발의 포탄을 동·서해의 해상완충구역에 퍼부었다.
늦은 오후 동·서해상으로 추가 포병사격이 쏟아지면서 서해 연평도에서도 폭격소리를 들은 주민이 다수 나타났다. 북한의 포격이 시작되자 출항을 나갔던 어선들은 "빨리 철수하라"는 군당국 안내에 급히 섬으로 복귀했다.
포격 당시 연평도 등 서해 인근 해상에는 총 100여 대의 어선이 있었으며 이날 오후 7시 20분을 기해 모두 항구로 복귀했다. 포격 소리가 들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평도 주민들도 대부분 집으로 귀가해 뉴스를 보며 대기했다.
이날 연평면사무소는 오후 6시 30분과 8시께 두 차례 주민들에게 안내 방송을 했다. 이승훈 연평면사무소 주무관은 "북한군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것 같으니 외부에 있는 주민들은 속히 귀가해달라는 내용으로 방송을 해 주민들 불안을 일단 진정시켰다"고 말했다.
정부와 군당국은 북측에 합의 준수를 재차 촉구하면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북측이 의도적으로 계속 9·19 군사합의를 위반할 가능성에 대해 '파기'에 준하는 대응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날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여당 측 주장에 대해 "지금 1차적으로 방점을 두는 건 북한이 합의를 지키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은 "북한이 반복적으로 (합의를) 위반한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대응조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우선은 합의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군당국은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이 격화되며 파기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상황을 대비해 북측의 9·19 군사합의 위반 사례들을 수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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