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막차를 타기 위해 동선을 강북으로 잡고 여의도행 버스를 탔습니다.
증권거래소 앞에 버스가 들어서는 순간 도봉동 콜이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위치에서 떠 주었었고
별 생각없이 눌러보니 당연하다는듯 제게 걸려줍니다.
손은 sk증권 주차장입구에 시동과 미등 켜 놓고 공손히 대기중이었고요...
강변북로와 동부간선은 딱 한번의 추돌사고로 인한 주춤거림만 있었을 뿐 아주 훤하게 열려있었습니다.
물론 저의 운전도 부드럽기 그지없었죠~ ^^ 과속않고도 25~30분 걸려 도착.
목적지도 도봉동에서는 가장 맘에 드는 도봉시장라인, 146번을 환승하여 노원으로 가면 다시 1001번을 타고
제 차가 있는 용현동 만가대사거리로 가기도 안성맞춤.
임광아파트상가에서 내려 상계7단지 정류장으로 향해 걷기 시작했을 때는 한시경....
나도 함 지져봐? 하는 생각에 콜마너를 지져봤는데 뻐꾸기가 두 번 울더군요.
물론 어느 기막힌 순발력과 운 때 맞는 기사분의 몫으로 돌아가 전 캐취에 실패.
잡혔더라도 뱉을 수 밖에 없는 오더였고 지져볼 수 있는 세 번의 기회가 고스란히 살아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살그머니 내뱉곤 걸으며 가끔씩 버튼을 지지다 말다 해봅니다. 전체콜은 머 보나마나고요...
정류장에서 146번 두 대를 연타로 보내고 고개를 주욱 빼고 노원역 쪽을 바라보는데....... 뻐꾹~~~
화면에는 "창동역-포천구석탱이" 가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이 노안이 온 제게 이미지로만 파악됩니다.
순간 꾸욱~~~ 어? 잡힙니다. 활짝 웃으며 열리는 배차창.... 두 눈에 힘을 줘 읽어보니 내 고향으로 가는 68k.....
배차창 누르고 무단횡단해 평소와는 달리 택시부터 잡아 탔습니다. 가격이 높으면 왜 이리 급해지는지....
킁~ 설마 뻥이겠어? 뻥 아니더군요.
창동역 마사회 뒷골목에서 뒤늦게 시집가는 노처녀마냥 부끄럽다는듯 서금한 그랜저가 실눈 뜨고 갸르릉 거리고 있네요.
50중반으로 보이는 손은 68k를 확인하더니 말합니다. 70 주겠다고.... 헌데 거긴 아느냐고....
쌩까야 하는 순간인데 전 이게 잘 안됩니다. 생각과는 달리 입은 "고향입니다~" 라고 실토.
새 길로 가면 한시간 남짓 걸릴테니 잠시 주무시라는데도 이 손은 자꾸 묻습니다. 누구 아느냐~ 누구 아느냐~~ ㅠ,.ㅠ
이 대목에선 적당히 기억은 난다라고 얼버무리고 재웠습니다. 그게 속 편하니..... 머 팁도 이미 결정난걸.... ㅋㅋ
55분만에 목적지 도착.... 정확한 위치를 물으니 더 들어가야 한다고 길목에서 멈춰달랍니다. 아마 군부대 관사있는 동네인듯.
500원짜리 비싸고 찝찝한 길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갈등 때리다 2키로 남짓을 걷기로 결정. 고향집있는 동네로향합니다.
가는 내내 지나가는 차라곤 딱 하나..... 탑등 켜고 서울 방향으로 가는 택시.... 그 쪽 동네는 7키로쯤 떨어져 있어 패스~
3시 5분에 출발 20여분 걸려 목표한 동네에서 피씨방을 찾아보지만...... 영업하지 않는군요.
불 켜진 곳이라곤 편의점 두 곳과 지구대 하나..... 적막강산입니다. 최하 1시간 40분은 길에서 보내야할 상황.
종점이 옮겨가 택시차부로 바뀐 터미널에는 택시도 보이질 않습니다. 콜이 떠줘도 난감하겠네요~
마음을 많이 상해 차에 대충 짐 챙겨 말 없이 고향을 떠나 대리일 시작한 이래 이렇게 머물러 보기는 처음이다보니 기분 묘합니다.
옆 개울가의 다리 끝에 서서 바라보니 건너편 절 옆 언덕위 고향집 마당의 보안등이 환히 켜져 있습니다.
아무 생각말고 들어가 말어...... 갈등하다 추위가 견딜만하여 그냥 첫차 기다리기로.....
인터넷으로 첫차 시간 검색하여 5시 20분을 확인하는데 누가 말겁니다.
"어? 너 오랫만이다~ 대리하냐?"
커윽...... 누님 친구입니다. 근 30년 경력의 개인택시를 하시는...
그 시골구석에서도 대리에 관해 훤합니다. 한 눈에 알아보니... 쩝~~~ 그 골짝에도 간간이 대리기사들이 왔다간답니다.
핸폰이니, PDA니, 콜이 어디서 많이 뜨느니, 가격이 어떻느니...... 왜 들어오는지 답답하다는둥....
덕분에 대리일과 택시일에 관해 의견 주고받고 지인들의 단편적인 소식도 듣고.....
그 선배 갑자기 제가 꺼려하던 말을 합니다.
"집에 들어가 부모님 뵙고가지 그냥 가려고? 첫차 아직 멀었는데....",
"머 곧 나올텐데요. 잠 깨실까봐요..." 속내 숨기고 말 할 밖에요......
"잠 깨긴~ 어머님 교회가시려고 일어나 계실텐데? 곧 새벽기도 가실 시간이네..."
우잉? 허걱~~~ 동네교회 권사님이신 어머님은 4시경에 꼭 새벽기도 가신다는걸 깜빡했습니다. ㅠ,.ㅠ
이젠 피하기도 그렇고 기다리기도 그렇습니다. 그저 자연스레 뵙고 가는 걸로 보여줄 수 밖에는...
다행히 그날 따라 어머님은 늦으십니다. 5시가 거의 다되어서야 모습을 나타나시네요.
절 보고 깜짝 놀라시고, 아! 물론 제가 대리를 하고 있다는건 잘 알고 계시죠.
완전무장하시고 교회로 가시다 말곤 저와 잠시 대화 나눕니다. 어머닌 여전히 속내없는 소녀처럼 맑게 웃으십니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이 밥 차려달라하여 늦으셨다고 언제나처럼 뒷담화 하시는 것도 여전하시고요...
순간.... 제 손은 뒷주머니로 들어갑니다. 지갑을 꺼내 만원짜리 5장 대충 세어 어머님 주머니로...
이게 머하는거냐고 어머님은 당연히 뿌리치시지만 표정은 횡재했다는 환한 얼굴~~~
(현찰을 아주 좋아하십니다. 액수불문하고요.... 그 덕분에 물질은 없고 마음만 그득한 전 늘 주눅들죠)
늦었으니 어여 올라가시라고 어머님 등 떼밀곤 돌아서 선배를 보니 차창으로 모든걸 보고 계십니다.
"나도 이제 들어가련다. 5시 4분이면 차 올겨. 그냥 있으면 휙 지나간다~ 꼭 손 들어라~~~ 반가웠다."
"저도 반가웠어요~ 들어가세요"
담배 한 대 피우고 나니 빠르게 첫 차는 다가옵니다.
아무 생각말자 다짐하고 마음 다잡아 보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평상심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차 찾아 들어가니 밤 샌 날 치곤 빠른 귀가이고 그녀는 출근준비중.
전날 빌린 전화요금 십만원을 채워주지 못하고 7만원만 내밀며 말합니다. "5만원은 엄마 드렸어.... 미안해~(2만원은 삥땅야)"
그녀는 잘했다고 열심히 절 위로합니다. 설이 목전인데 그렇게라도 뵙고 드리라고 그 곳까지 가게 된거 아니냐며.....
사실....... 명절과 두 분 생신, 제사등 모든걸 외면하고 살아온지 제법되었습니다.
그녀만이 시시 때때로 제게 말 없이 시골을 다녀오곤 하죠. 전 거의 나중에서야 알게됩니다.
이 번 설도 전에 그랬듯 외면하고 말터이고요......
년말이후로 처음 제대로 벌어본 날....... 하늘의 뜻이었겠죠? 저를 긍휼히 여기신....
첫 콜부터 5번째인 마지막 콜까지 군더더기 없이 기적처럼 연결이 된 날이었습니다. 딱 5시간 동안 거짓말처럼.....
마음 같아선 지갑의 돈 모두 어머님께 드리고 싶었지만 개점휴업인 요즘 버는 족족 빚갚아야해서리.....
예보처럼 눈이 내려준다면 지리산 종주나 하고 와야겠습니다. 3박 4일쯤..... 아니 4박 5일쯤....
교통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설악산 1박2일도 존데.......
체력이 전같지 않으니 시간 충분히 잡고 널널하게 걷다와야 할거 같군요.
생각을 정리하기보단 아무 생각없는 무념무상의 시간이 되었으면하는 바램입니다.
눈........... 오겠죠? (돌 날라올라~~~ ^^)
첫댓글 아~~~저도 어머니,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작년 11월 크게 다툰 후 연락도 거의 안하고...손자 목소리라도 듣고 싶으실 텐데.. 구정 때 가려고 산 기차표도 속이 상해 환불해 버리고....전 불효자입니다.
지난 11월이신가요? 그럼 얼마 안되었는데.... 앙금은 묵히지 말고 빨리 풀시기 바랍니다. 에긍..... 내 코가 석자이건만... ^^
전화라두 드리세요..부모님은 자식에 대해 감정이 늘 없으십니다...올구정에 찾아뵈면 더 좋구요...눈물이 나오네요...^^
사는게 뭔지.돈이 뭔지.하지만 님을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님 생각해서 건강하게 열심히 사세요..좋은날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살아가는 속내를 들어내기가 힘든 세상인데...경건한(?) 맘으로 느낌표 띄워가며 단편수필을 읽어내려가듯이 정독했슴다. ㅎ 저도 뭐 도로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살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찾아뵙지도 않는 불효자라 동질감을 느끼며 살짝 반성도 해봅니다. 산을 좋아하시나보네요? 저도 거의 매주 한번은 산에 오르는 편인데.... 언제 시간맞으심 북한산 백운산장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안주삼아 막걸리나 한 잔 나누시죠..^^ 화이팅~!! 하시고 새벽 밤이슬 내린 거리에서 행운도 쭈욱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혹 자전거로 오르시는건 아니시죠? ㅎㅎ 매주 한 번은 오르신다니 부지런하십니다. 전 늘 마음만.......... 워낙 게을러서요~ ㅠ,.ㅠ
자전거로..ㅋㅋㅋㅋ 케논데일 외발이 샥~ 넘 조아 보이던데여...난 언제쯤..^^
일동.이동.그쯤 이시나요.전 광덕계곡 입니다.저두 한번 들어 갔는데 아버지께 전화드려 의정부까지 태워 달라구 하려다가 걍 포기하구 나온적 있어요.
한북정맥이 눈에 덮힌 날........ 광덕고개에서 국망봉까지 산행을 생각하고 있는데 올해는 영 아니네요. 사창이쪽이신가봐요? 광덕분교 있는 곳 쯤?
정상 광덕산 가든 입니다.버스 정류장이지요.
저 두 의정부 가면 아버님한테 꼭 전화 드립니다.. 그럼 차 가지고 나오십니다..
부럽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아버님이 모시는 오토바이 뒤에 타 본 뒤론 늘 제가 모시고 다니기만 해 봤는데... 아버님 모시고 다니려 구입했던 차가 이젠 대리일에 쓰이고 있네요
의정부시군요...^^
잘 하셨습니다~~자주 찾아뵙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아마 어려울겁니다. 노인분들에게는 세월이 로켓의 속도일터.... ㅠ,.ㅠ
자식을 키우니 부모님의 마음을 다는 모르지만 조금은 알고 있슴니다. 자주 전화 드리고 찿아 뵙기를......
養子息知親力(양자식지친력)자식을 길러봐야 어버이의 공을 안다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의 입장을 겸하게 된지도 오래지만 늘 선대의 그 것에는 미치지 못함을 절감하지요....
한마디로..감동입니다..읽어내려가며..콧등이..시큰거림은..왜일까요.행복은..결코..먼곳에..있는것이..아닐겁니다.감상잘했고..종종..글도..올려주세요.
과찬... 부끄럽습니다. ^^
힘내세요 위로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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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래를 아우르는 좋은 명절 보내세요~
이틀전 경기도 광주서 첫차타고 나오다 어머님 산소앞으로 지나오게돼 가슴이 뭉클했읍니다,,,,,,보고싶은 어머님...
'어머니'란 이름은 우리에게 뭔가 감동을 주는 말같습니다.듣기만해도 왜 가슴이 져며오는지요.새벽 힘든일을 끝내고 돌아나오는 버스안에서 우연히본 어머님 산소...오버랩되는 생전 어머님과의 많은 시간들...한편의 드라마입니다.버스는 시골길을 덜커덩거리며 달리고...차안은 텅빈채 혼자 타고가는 모습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아린 심정이 짐작됩니다.... 제겐 아직도 기회가 있어 다행이겠죠?
두메님....전,,,백의리입니다,,,,
두메님! 뭐라 말씀을 드려야할지..부모님에게 떳떳한 자식이 되지못해 부모님앞에 쉽사리 얼굴을 못내미는 심정 이해합니다...그러나 부모님들은 아무리 못난 자식이래도 사랑하심니다..힘드시더라도 자주 찿아뵙으면합니다..저는 찿아뵐 부모님이안계셔서 더힘드네요..
감사하고 한편 죄송하기도하군요...
참 좋은 글이네요...잘 보았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밤이슬에,,또,,한사람의 숨은 글솜씨가 있었네요....감동이었구요,,,,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됬습니다......
에구......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전 부모님이 은평구 구산동에 사시는데 그쪽에 들어가서 거길지나가게 되면 항상 마음이 짠합니다.. 반드시 집에 들어가지는 않죠..언제나 그분들을 편하게 해드릴수 있을지...
가슴 깊은 곳..... 뺄래야 뺄 수 없는 옹이같기도한 붙박이 심정일겁니다.
어머님도...두메님도 멋지시네요....혹시 3733 차량인가요?
아닙니다. 2782..... 제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골골거리는 구형스포...
그어머니 나에게 주시요...
올해는 두메님 가족과 부모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가슴찡합니다...집근처에 지날때면 항상 하는생각... 모두같으신가봅니다....
새벽 어스름.. 두 모자의 갑작스런 상봉이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알싸한 공기의 감촉처럼 코끝이 시큰함은 모든 어머니의 기도와 모든 자식들의 부족함을 대변하는 마음이어서 일것입니다. 두메님의 고향 부모님을 생각하며 두메산골에 분신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사시는 내 부모님을 생각합니다 눈 앞이 흐려집니다. 오늘은.. 전파를 타고 오는 음성도 새겨 두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