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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0] 인지전은 사이버, 정보, 심리 및 사회공학 능력을 통합하여 이루어진다.
지상, 해양, 공중, 우주, 그리고 사이버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다영역 작전이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아 인간 영역을 다룬 인지전이 부각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시작된 인지전에 대해 미국 등 서방은 비로소 최근에야 대응에 나섰다. 비교적 생소한 분야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오랜 기간 인지전을 펼쳐 왔고, 이스라엘도 하마스를 상대로 인지전을 진행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제6의 영역이라 불리는 인간 영역을 다루는 인지전을 소개한다.
인간 영역에 대한 공격
현대전은 지상, 해양, 공중, 우주, 그리고 사이버 공간의 5개 영역(domain)을 아우르는 다영역작전(Multi-Domain Operation)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개념을 처음 도입한 미 육군과 미 국방부는 물론이고 그 동맹국인 영국과 일본도 각각 ‘영역 횡단 작전’과 ‘다영역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는 등 도입국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상대국가의 군인과 민간인을 ‘인간 영역(human domain)’으로 설정하여 상대하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이를 다영역 작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 동안 수행된 인간을 대상으로 한 비살상적 수단은 심리전과 정보 작전을 꼽을 수 있지만, 인지전은 행동의 변화까지 유도하는 치밀하고 공격적인 수단이다.
[그림 1] 인지전과 다른 전쟁 간의 개념적 관계
심리전은 적을 대상으로 전단이나 USB 살포, 라디오 및 TV 방송,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하지만, 인지전은 적국의 군인은 물론이고 민간인과 정치인 등 다양한 대상을 목표로 SNS 등 인터넷 수단과 함께 지상파 및 케이블(종편) 방송, 신문, 저널, 책 등 출판물, 교육기관의 강의, 영화·다큐멘터리, 음악·미술 전시회 및 스포츠 경기, 문화센터·시민강좌 등 오프라인 수단을 통해서도 전개된다. 여기에 더해 국내외라는 공간적 구분, 전쟁과 평화의 시기적 구분을 가리지 않으며 군사/비군사 및 정부/민간 부분이 융합되어 진행된다.
[그림 2] 인간 및 기술 영역의 상호 보완성 및 다른 영역과의 상호작용 방식
목표도 다른데 심리전은 적이 스스로 취약점을 노출시키고, 전투원들의 심리를 흔드는 것이지만, 인지전은 적이 무기와 장비 운영에서 실수를 발생하도록 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전쟁을 결정하기 위한 판단력과 전쟁 수행의지를 단념하도록 하는 포괄적 목표를 지향한다.
인지전은 이를 위해 인간의 정신적 취약점을 자극하여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마비시키기 위해 이해와 의사결정 메커니즘 변화를 목표로 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인간 두뇌의 취약성을 악용하여 개인을 해킹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표적의 행동에 행위자의 의도를 반영시키되, 행위자의 개입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거나 인식하더라도 신경쓰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윤정현, “정보심리전의 진화 양상과 대응 방안”, INSS 전략보 고, No.196,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2.11.)
중국과 러시아에 시작된 인지전
인지전은 중국과 러시아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심리영역에서의 전투와 관련된 개념을 연구하면서 등장했다. 중국은 고대부터 정보의 활용을 강조해왔다. 마오쩌둥은 대중을 교화시키고 교육해 공산당이 그들의 이익과 삶을 대변하고 있음을 인식하도록 만들기 위해 정보전을 핵심요소로 강조했다.
이런 전략은 2000년대 들어 심리전, 여론전, 법률전을 일컫는 ‘3전 전략’으로 발전했다. 심리전은 상대 국민의 심리공간에 내재되어 있는 정보, 사고 등에 자극을 주어 정책결정권자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도록 함으로써 지도자에 대한 반감을 유발하는 등 국가 내부의 전투의지를 저하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림 3] 중국 인지전의 근간이 되는 3전 전략
여론전은 다양한 미디어 수단을 활용해 국내외 여론을 조작하고 공공 담론과 인식을 중국 이익에 우호적으로 변화되도록 만들며, 법률전은 국내외 법과 관습 등을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중국은 법을 준수하고 상대국은 법을 위반한 국가로 비치게 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중국은 3전 전략에 이어 ‘지능화 전쟁’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인간의 지력 공간상의 투쟁을 통해 상대방의 인지과정을 간섭 또는 통제하거나 기술력을 통해 상대방의 인지 고리를 파괴하고 지혜와 지능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제지권(制智權)’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강신욱, “인지전 개념과 한국 국방에 대한 함의: 러시아-우크라 이나 전쟁을 중심으로”, 국방정책 연구 제139호, pp.179~212. 한국 국방연구원, 2023년 봄(39-1).)
러시아는 1960년대 자국 심리학자 블라디미르 레페브르(V. A. Lefevr)가 창안한 타인의 행동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 혹은 방식으로 바꾸도록 강요하는 ‘재귀 통제(reflexive control)’ 개념을 근간으로 정보전을 발전시켜 왔다.(이정하, “러시아 연방의 정보-심리작전과 재귀 통제(Reflexive Control)“, 서양사연구 제66집, pp.141~170, 한국서양사연구회, 2022.)
이를 위해 러시아군은 상대의 인지영역을 변화시킬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 왔다. 1997년 러시아군의 이론가인 코모프(S. A. Komov) 대령은 ‘정보전쟁 수행방법과 형식에 관하여(On the Methods and Forms for the Conduct of Information War)’라는 저술을 통해 적에 대한 정보 우위를 확보하는 형태와 방법이 정보전 훈련의 핵심요소라고 밝혔다.(Lt. Col. Timothy Thomas, U.S. Army, Retired, “Russia’s Forms and Methods of Military Operations - The Implementers of Concepts”, Military Review, pp.30~37, U.S. Army, MayJune 2018.)
그는 상대의 감정, 인식을 조작하는 복합적 방법으로 주의분산(distraction), 과부하(overload), 마비(paralysis), 소진(exhaustion), 각색(staging), 해체(disintegration), 진정(calming), 겁박(intimidation), 도발(provocation), 제안(suggestion), 압박(pressure) 등 11가지 기법을 제시했다.
미국과 나토의 대응
중국과 러시아가 일찍부터 인지영역 공략을 연구했지만, 미국 등 서방권 국가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 등이 이슈화되면서 심각한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2017년 빈센트 스튜어트(V. Stewart)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현대전은 인지전투(cognitive battle)이며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장은 인지전을 5세대전(5th generation warfafare)이라고 불렀다.(Kimberly Underwood, “Cognitive Warfare Will Be Deciding Factor in Battle”, afcea.org, 2017.8.15.)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미 육군은 2017년, 나토는 2021년에 인지전의 정의 및 개념과 군사작전 적용성을 담은 인지전 교리를 각각 발간하였다. 미 육군은 인지전을 “전쟁 또는 전투에 참가하는 전사와 민간인들의 인지 메커니즘(cognitive mechanism)을 조장(manipulate)함으로써 적의 공세적 전쟁 및 전투의지를 훼손(destroy)시키고, 말살(subjugate)시키는 비살상 전투(modes of combat action)이다”라고 정의했다.(“인지전(Cognitive Warfare) 개념과 발전”, 뉴스레터 제1423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2023.3.13.)
[그림 4] 미 육군이 2023년 7월 발간한 중국의 인지전 관련 연구
나토는 미국보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는 인지전을 “국가나 영향력 있는 집단이 적이나 그 국민의 자발적인 인지 메커니즘을 조작하여 약화, 침투, 영향을 미치거나 심지어 제압 또는 파괴하기 위해 사용하는 행동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정보전은 사이버 기술과 ‘소프트 파워’(또는 영향력)의 인간적 측면에서 비롯되며, 일반적으로 심리작전이라고 부르는 것을 조작하려는 야망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대부분 자신의 목표를 촉진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현실을 편향적으로 제시하고, 대부분 디지털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분석했다.(https://www.sto.nato.int/publications/STO%20Meeting%20Proceedings/STOMP-HFM-334/$MP-HFM –334-KN3.pdf)
나토의 인지전에 대한 관심은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2020년 어거스트 콜(August Cole)과 에르베르 구야데르(Hervé Le Guyader)는 ‘Cognitive : a 6th Domain of Operations?’이라는 논문에서 인간을 통제하면 나머지 영역을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인간 그 자체를 지상, 해양, 공중, 우주, 사이버를 잇는 제6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August Cole & Hervé Le Guyader, “Cognitive : a 6th Domain of Operations?”, innovationhub-act.org, 2021.4.)
[그림 5] 2020년 나토의 인지전 연구 보고서 표지. 나토
[그림 6] 인지전에 대한 어거스트 콜과 에르베 르 구야데르의 연구 논문
2021년 5월, 유럽의 인지전 전문가인 버나드 크라버리에와 프랜코스 두 그루젤 박사는 ‘인지전의 개념(The Cognitive Warfare Concept)’이라는 논문에서 인지전을 물리적 영역을 연결하는 사이버 영역 수단과 연계되어 전장에서의 개별 군인과 각 제대에서 적의 인지력을 저하시키고, 적 전쟁지도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어 전쟁을 억제하는 비전통적 전술로 정의했다. 또한 인지전이 단일국가만이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 구사될 것이며, 향후 인지전이 국제질서 개편과 강대국 힘의 균형 변화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Bernard Claverie & François du Cluzel, “The Cognitive Warfare Concept”, innovationhub-act.org, 2022.2.)
인지전 사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인지전
일찍이 인지전을 발전시켜 온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돈바스 내전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SNS를 이용한 인지전을 벌였다. 러시아의 인지전은 장기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사회가 충분히 분열되었다고 판단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의 인지전은 ‘나토의 동진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같은 민족’ 등을 내세우며 러시아의 정치적·군사적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게 만들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세계의 여론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국민들에 대한 인지전이 성공했기에 가능했다.
러시아의 인지전 시도는 러시아 외부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생기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무능하다는 인식을 퍼트리는 데 성공했다.
반면, 러시아의 인지전에 대응하여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의 공세적인 행동이 나토의 동진 때문이 아니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것을 강조했다. 민족적 문제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수 세기 동안 러시아와 구별되는 정치적·언어적 정체성을 유지해 왔으며, 러시아의 행동은 우크라이나를 병합하려는 제국주의적 행동이라고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림 7] 2020년 미 국무부가 발간한 러시아의 허위 정보 및 선전 보고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자신들 행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명분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8년 동안 괴롭힘과 대량학살의 대상이 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중립적 지위 보장’이라는 세 가지의 주장은 러시아가 진행한 인지전의 핵심내용이다.
러시아는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전하는 소식을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의 신뢰를 훼손하려 했다. 대표적인 것이 개전 초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이우에서 탈출했다는 거짓정보를 SNS를 통해 살포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인지전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전 전에는 미국의 적극적인 정보 공개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징후를 계속 공개했고, 러시아가 퍼트린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러시아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지 못했다.
[그림 8] 2022년 2월부터 11월까지 러시아 국민들의 특별군사작전 지지율 변화
개전 후에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러시아발 가짜뉴스를 전달하는 SNS 계정 차단, 팩트 체킹 후 보도 등의 대응으로 인해 힘을 크게 발휘하지 못했다. 이 덕분에 러시아에서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맹목적인 찬성여론도 차차 낮아지고 있다.
전쟁 이후 서방과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인지전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이들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압도적인 러시아 전력에 굴복하여 전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국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세계 각국의 지원을 이끌어 내며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이었다.
전쟁 초기 러시아의 가짜뉴스에 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망가지 않고 키이우에 있음을 알리면서 자국민의 저항의지를 고취시켰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침공을 단순히 국가 간 전쟁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러시아의 싸움, 선과 악의 싸움 구도로 만들어 냈다.
나중에 우크라이나가 만든 허상이었음이 밝혀진 일명 ‘키이우의 유령’도 전쟁 초기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데 한 몫 했다.
미국과 나토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페이스북을 서비스하는 메타(META)는 러시아의 인지 전에 사용되고 있던 러시아 매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러시아발 가짜뉴스의 진위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반박하는 등 민간 IT 기업들과 협력하여 러시아가 퍼트리는 가짜뉴스와 프로파간다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러시아는 자국에 불리한 해외 여론이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국 국영매체 차별과 허위 정보 유포를 이유로 페이스북 등을 차단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이는 러시아의 인지전이 실패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전선형, “소셜미디어 통제나선 러시아...페이스북ㆍ트위터 접속 차단”, 이데일리, 2022.3.5.)
중국의 인지전
중국은 긴장이 그리 높지 않던 과거에는 대만을 포용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미국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대만 내부의 분열을 노리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대만 국민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내부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질낮은 선전 콘텐츠를 대량으로 배포하는 웹사이트 및 관련조직들을 일컫는 ‘콘텐츠 팜(Contents farm)’을 통해 정보 및 인지작전을 수행한다고 분석하고 있다.(Maj. Ya-Chi Huang/Taiwan Army, “Countering China’s Cognitive Viruses”, indefenseforum.com, 2023.9.5.)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2020년 기준, 매일 평균 8시간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8개의 SNS 계정을 보유한 사용자가 약 1,900만 명 존재하는 대만의 현실을 이용하여 중국이 SNS를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인지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시기는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시기였는데, 중국은 대만 정부 깎아내리기, 중국 옹호, 사회 혼란 야기 등 세 가지 범주로 인지전을 벌였다. 첫번째는 대만이 자체제조한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정부의 방역조치를 비판했다. 두번째, 중국 옹호는 중국 에서 백신을 맞은 대만 국민을 내세우며, 중국산 백신이 뛰어나다는 점과 중국산 백신이 어떻게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 찬양했다. 세번째, 사회 혼란 야기에 중국은 일본,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가 타이완에 기부한 백신에 대해 효능을 알 수 없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
일본이 대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보냈을 때는 이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가짜정보가 SNS에 널리 퍼졌다. 미국이 대만에 백신 기부를 발표하자 중국은 또 다른 역정보 캠페인을 벌여 백신 기부와 무기 거래를 연계하려 했다. 중국은 가짜정보를 퍼트려 대만 국민 사이에 분노를 조성하고 공포와 공황을 조성하려 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인지전은 2022년 8월 초 극에 달했다. 2022년 8월 8일 대만 국방부는 중국 공산당이 8월 1일부터 8일 정오까지 대만에 272건의 가짜뉴스를 유포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가짜뉴스를 군인과 민간인의 사기 저하 130건, 무력통일 분위기 조성 91건, 대만 정부의 권위 공격 51건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윤고은, “대만군 “중국공산당 1일부터 272건의 가짜뉴스 퍼뜨리려 해””, 연합뉴스, 2022.8.8.)
[그림 9] 미국의 대만 지원은 무기를 팔기 위한 것이라는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만평
그보다 앞선 8월 4일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반발로 대만 해협을 향해 탄도 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 일부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대만 해협 중간선 지점에 떨어졌고, 일부는 대만 상공을 넘어 동쪽 해역에 떨어지며 대만을 위협했다. 중국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분석되었다.
중국의 인지전 대상은 대만만이 아니다. 미국 등이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금지하려는 이유 역시 중국 공산당 홍보는 물론, 가짜뉴스 등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고 인지전을 펼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23년 5월 틱톡을 개발한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에서 2018년 해고된 전 임원은 중국 정부가 바이트댄스의 사업을 감시하고 있으며, 공산주의적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지침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견제하는 일부 국가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를 유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틱톡이 중국의 인지전 수단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했다.(하만주, “틱톡은 中 정부의 선전도구…내부 데이터도 접근”, 아시아투데이, 2023.5.14.)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전가하는 데도 인지전을 이용했다. 중국 정부는 SNS에 허위정보를 퍼트렸고, 국가가 후원하는 미디어 매체에서 중국 정부의 팬데믹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했다.
[그림 10] 2022년 8월 4일 대만 영토를 넘는 탄도미사일 발사도 인지전의 일환이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상대 인지전
러시아와 중국은 장기적인 인지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펼친 인지전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자극하여 은닉한 무기를 움직이도록 유도하고 이를 파괴하여 군사적 목표를 달성한 적이 있다.
2021년 5월 13일 이스라엘 정부는 언론을 통해 가자 지구에 군사력을 투입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월 14일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공격을 시작했다고 트위터에 올렸고 세계 여러 매체가 이를 신속하게 보도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을 공격하기 위해 은닉한 장비를 꺼냈고, 이 과정에서 드론으로 지켜보던 이스라엘군에게 발각되었다. 이스라엘군은 정밀 유도무기로 확인된 주요거점을 타격하여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가 민간인 지역에 무기를 배치하는 장면을 SNS로 공개하면서 군사 작전의 정당성을 선전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외신의 지적에 대해서는 자신들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확인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계획을 펼침으로써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아이언 돔 체계로 방어하는 영상을 SNS에 공개하면서 자국민들을 안심시키면서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은 자국이 아니라 오히려 팔레스타인이 자행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그림 11] 이스라엘 국방부가 공개한 가자 지구 중앙에 위치한 하마스의 지하 로켓 제작 시설 위치
이스라엘은 인지전을 위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기 위한 전문적인 인력을 배치하고 여러 SNS 계정을 운용하고 있다.(Yoram Schweitzer & David Siman-Tov, “The Cognitive War between Israel and Hamas : Implications and Recommendations”, INSS Insight No. 1601, inss.org.il, 2022.5.29., 조상근 외 5명, “2021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의 인지전 사례 연구”, The Journal of the Convergence on Culture Technology, Vol.8 No.6, 국제문 화기술진흥원, 2022.11.)
이상으로 ‘인지전’이란 무엇이고, 어떤 사례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주변의 다양한 위협에 노출 되어 있는 우리나라도 인지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이지만, 최근에는 공격적인 태도로 우리나라를 대하고 있는 중국도 인지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SNS 이용률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가짜뉴스 등 여론을 조작하려는 정보의 확산이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뉴스 등을 일일이 판별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도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인지전에 대응한 것처럼 가짜뉴스를 가려낼 자동화된 수단을 개발하고, 올바른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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