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총선 ‘예비종’ 울렸는데, 혁신은커녕 퇴행만 거듭하는 與野
입력 2023-12-12 00:02업데이트 2023-12-12 08:45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대비 모의개표 실습에 참여한 각 구별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지분류기에 투표지가 걸린 상황을 대처하고 있다. 2023.11.13 뉴스1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이 1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부터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총선 레이스의 ‘예비종’이 울린 셈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저마다 변화와 혁신을 공언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여당 혁신 논의는 기득권 반발에 흐지부지되고 있고, 야당은 친명 체제 강화를 놓고 분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어제 사실상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우세를 보이는 곳은 강남 6곳에 그친다는 자체 분석 결과가 최근 공개됐고, 일부 여론조사에선 정부 견제론이 늘어나며 정부 지원론과의 격차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그런데도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친윤 희생’ 요구에 당사자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혁신위도 당 안팎에서 핵심 문제로 지적됐던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에 대해선 함구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로 발을 뗀 혁신 논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끌다 막을 내린 셈이다.
민주당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최근 중앙위원회를 열고 권리당원 표의 반영률을 높이는 당헌 개정을 완료했는데, 이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총선 경선에서 현역 의원 페널티를 강화하는 규정도 함께 통과시키는 등 친명 체제 강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강성 팬덤, 코인 논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으로 당의 이미지가 추락했지만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이후 쇄신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공천 탈락 위기에 몰린 비명계 일부가 모임을 결성하는 등 반발하며 당권 내홍만 커지고 있을 뿐이다.
두 당 모두 유권자들의 비호감도가 60%에 달할 만큼 호감도보다 두 배가량 높은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두 당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하기는커녕 당내 기득권 지키기나 당권 강화에만 혈안이다. 제3지대 움직임이 꿈틀대는 것도 이 같은 여야의 행태와 무관치 않다. 두 당은 혹독한 혁신 경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느 쪽이 기득권 지키기, 정쟁의 구태를 끊어내고 새로운 정치를 이끌 역량을 갖춘 정당인지 가릴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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