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사가 되려면 지정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야 된다.
나는 대학 3학년 때 실습을 대한 해운공사로 나갔는데 내게 배당된 선박은 2차대전시 전시표준형으로 만들었던
시마비타입의 여수호였다. 여수호는 헤비데릭크가 있는 오래된 벌크선이었는데 주로 일본과 한국을 오갔다.
기관실은 오래되어 콘트롤룸도 없었으며 에어콘도 없었다. 여름에 당직시간에는 더워서 통풍기 아래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곤 했었다.
당직기관일지에는 프로펠러에 의한 진행거리를 적는 난이 있는데 이는 4시간동안의 총회전수에다 프로펠러 피치를 곱한 값이다.
매분회전수(RPM)는 1분 동안에 회전하는 숫자인데 대형선의 경우 대략 100 ~120 정도이다.
엔진조종간 바로 앞에는 적산회전계가 붙어 있어 4시간 동안의 총회전수를 계산할 수 있고 프로펠러 피치는 프로펠러가 한바퀴 회전했을 때 선박이 앞으로 진행하는 거리다. 이것은 슬립이 없을 때 그렇고 바람이나 파도 그리고 해류에 의해서 슬립이 생기는데 대략 15%정도이지만 심할 때는 100%가 넘을 때도 있다.
내가 탔던 배도 적산회전계가 고장나서 당직때마다 시계를 잡고 회전수를 세어야만 했다.
6개월후 대미항로를 뛰는 최신형 소위K타입인 코리언 엑스포터로 전선을 하였다. 당시에는 컨테이너선이 나오기 전이라 벌커선으로는 일본에서 건조한 최신형이었다. 스피드도 대양에서는 항해속도가 18노트 이상으로 상당히 빠른 편에 속했다. 기관실에도 콘트롤룸이 있었고 에어콘도 설치돼 있었다. 에어콘은 당직자들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각종 전자기기들이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고열로 인한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부산에서 미국 롱비치항구까지의 거리는 5230 노티컬 마일이다. 항해속도 18노트라면 12일 03시간이 소요된다.
항해거리는 두 항구간 최단거리를 선정하는데 지구표면이 구형이므로 최단거리는 대권항해를 하게 된다. 즉 위도상으로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꼴이다. 12일 이상을 항해하려면 연료와 윤활유, 식음료 뿐만 아니라 장기항해에 필요한 물품을 적재해야 함은 물론이고 기관이나 갑판 정비도 완전해야 한다.
대형디젤기관은 주로 2사이클인데 흡입과 압축이 끝난 지점에서 연료를 분사하면 팽창 배기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완전한 사이클이 이루어질 때 선박은 이상 없이 항해를 하게 되고 목적지까지 화물과 여객을 운송할 수 있는 것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천리길도 따지고 보면 한걸음 한걸음이 뭉쳐서 천리길이 되는 것이다.
성서에도 '시작은 미미하나 결과는 창대하리라!'는 말도 있다. 한걸음 한걸음 차근차근 나아가면 태산도 올라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