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A에 묻는다. 승부차기의 대안은 없는가?
지난 토요일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승부차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승부차기를 잘하려면 모든 에너지를 그 순간에 집중해서 쏟아야하고,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잘 다스려야 하며, 심호흡을 크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덧붙이는 말 한마디 "어찌 보면 승부차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도 비슷하네요" 출근해서도 계속 '인생은 승부차기'라는 라디오 진행자의 말이 귓가에 쟁쟁하였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서 TV를 보는데 또 승부차기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독일월드컵에서는 8강전 2경기를 포함해 무려 3경기가 승부차기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실축 하나에 팀의 명운이 걸린 만큼 승부차기는 키커로 나선 선수에게는 '러시안 룰렛' 게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120분간의 혈투를 끝내고 모든 것을 자신의 발끝에 걸어야 하는 선수들!
백전노장의 유럽 정상급 선수들도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보여줍니다. 상대 골키퍼를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찬 볼이 상대 골키퍼의 손에 걸리고, 심판의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킥을 하는 불안감을 보이다 결국 실축을 하고 맙니다.
승부의 명암이 확연히 갈리는 순간 이긴 팀은 승리감에 도취한 반면 패배한 팀의 선수와 팬들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망연자실한 표정 그 자체입니다.
승부차기는 선수들에게 잔인한 '룰렛게임'을 강요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에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한 묘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TV를 보고난후, 요즘 축구에 푹 빠져 지내는 초등학생 아들녀석이 질문을 던진다. "아빠, 승부차기 꼭 해야 되는 거야? 공을 잘못 찬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 "네 말이 맞아, 그런데 대안이 없잖아..결판은 내야하니까.." 아들에게 찜찜한 대답을 한 후, 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축구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승부차기'에 대해 알아보고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을 아들에게 해주고 싶어서...
아래 내용은 지난 주말에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찾아본 '승부차기 관련 자료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어보고자 옮겨본다.
▶승부차기와 선수들의 심리
승부차기는 축구경기의 승자를 결정하는 절차로 페널티지점 11m지점에 볼를 넣고 킥 커와 골키퍼의 대결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기술 및 정신적 대결의 한 방법이다. 축구 경기 중에 뛰어난 운동 수행능력을 발휘한 우수 선수가 승부차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실축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승부차기 시 선수들은 실패에 대한 불안감, 반드시 성공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결과에 대한 두려움 긴장감 자신감 부족, 정확한 자세유지, 볼에 대한 집중력, 상대선수 및 자기 팀 선수 득점여부에 따른 경쟁적 부담감, 경기의 중요성, 관중들의 응원, 집중적인 시선을 받게 되는 상황, TV중계 등으로 인해 평상시 훈련을 통해 습득된 자신의 킥 리듬과 밸런스 타이밍을 잃게 되어 최상 수행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승부차기는 킥 기술 뿐만 아니라 환경적 상황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수들의 신체적 수행능력 외에 심리적 상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초중고 각 5개학교의 축구선수 총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분석한 결과, 첫째 승부차기시 싫어하는 킥의 순서는 1번과 5번 그리고 좋아하는 순서는 2번과 3번으로 나타났다. '승부차기시 갖는 습관요인중 방향설정에 대한 습관은 "차는 쪽 반대쪽을 쳐다본다"가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으며 "심호흡을 크게한다"와 같은 호흡과 관련된 요인도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모든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해요인과 대처요인은 자신감 부족, 실패나 실수 걱정 그리고 자신감 갖기, 심호흡으로 나타났다.
<축구 승부차기에서 선수들의 심리적 전략 분석>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 2002 제13, 제1호
▶선수들의 고백
승부차기는 토너먼트의 '백미'라고 하지만 '지옥같은 러시안 룰렛 게임'이라고도 한다. 승부차기는 한쪽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벼랑끝 승부다. 이긴쪽은 삶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쪽은 처참한 쓴맛을 봐야 한다.
'악마의 장난' '12야드(10.9728m)의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는 수많은 땀의 결과를 단 한 번의 킥으로 결정해야 하는 냉혹한 심판이다.
포르투갈과의 유로2004 8강전에서 1번 키커로 나와 실축하며 패배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수모를 겪었고, 독일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8강전 에서는 후반 초반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간 베컴은 그의 책 <베컴, 나의 축구 나의 인생>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승부차기 끝에 우리는 탈락했다. 탈의실에 들어가니 선수들이 들어와 있었다.
한 눈에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아 보였고 대부분 들어오자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말없이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죽음같은 침묵이 흘렀다...
뭘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갖가지 착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탈의실에 얼마 동안 나 자신에게 그리고 그 모든 상황에 대해 화가 치밀어올랐고, 선수단 버스옆에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자 나는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재서야 좀 전의 상황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어렸을 때 이후 그때처럼 펑펑울어 본적이 없다. 족히 10분은 정신없이 흐느겼을 것이다.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자고 했지만 도저히 카메라 앞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마치 재판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뛸 수 없었던 영국의 마이클 오엔도 그의 책< 마이클 오엔의 축구교실>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98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의 승부차기 중압감은 예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 난 차례를(네번째 순서) 기다리는 동안 필드 중앙에 있는 원 안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내가 어디에 볼을 차야한다고 생각해"
"그냥 네가 평소에 하던대로 네트애 볼을 차면 되는 거야"
난 내가 해하 할 행동을 정한 뒤 앞으로 걸어나갔다.
볼에 다가갔을 때 골문 오른쪽 하단에 슛을 할 것 처럼 몸을 움직인 다음 마지막 순간에 그 반대 방향으로 슛을 찼다. 골키퍼는 잘못된 방향으로 몸을 날렸고 잔디위에 엎어졌다.
나는 평소보다 더 높이 슛을 날렸고 볼은 네트에 높이 꽂혔다.」
▶승부차기로 상처를 입은 다른 선수들.
월드컵 사상 최고의 승부차기로 꼽히는 94미국월드컵 브라질과 이탈리아의 결승전. 이탈리아의 최고의 스타였던 로베르토 바지오는 마지막 키커로 나섰지만 컴퓨터만큼 정확하다던 그의 오른발 킥은 어이없이 허공을 향했다.
통산 4번째 우승을 확정지은 브라질 선수들의 환호성 속에 그는 고개를 떨궜다. 이 대회에서 바지오는 최고의 활약을 펼쳐 보이며 이탈리아를 결승까지 이끌었지만 단 한차례 실축으로 지금도 이탈리아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잉글랜드서 열린 유로 96. 개최국 잉글랜드는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펼쳤지만 사우스게이트의 실축으로 6-5로 패하고 말았다. 당시 잉글랜드 언론은 사우스게이트의 이름과 전 미국대통령 닉슨과 클린턴의 스캔들을 빗대 '워터게이트 화이트게이트 사우스게이트'라는 제목을 뽑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퍼드(첼시)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는 똑같이 골문 오른쪽을 노렸지만 포르투갈 GK 히카르두의 손에 걸리며 승부차기의 오명은 이제 두 명의 잉글랜드 스타들에게 바통이 넘어가고 말았다.
▶'승부차기' 말,말,말...
승부차기를 대비해 패널티킥 연습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에서 패한 잉글랜드 에릭손 감독 "우리는 승부차기를 정말 많이 연습했기에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독일과 아르헨티나 8강전, 주먹다짐 당시 양팀 선수들을 말리기 위해 애를 썼던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감독 "어느 누구도 잘못이 없다. 다만 승부차기 상황에서 선수들이 흥분하고 긴장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일뿐이다"
스위스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순간 락커룸으로 들어가버린 우크라이나의 올레흐 블로힌 감독 "락커룸으로 들어가버린 것은 더이상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
"마치 러시안 룰렛처럼 단지 우리팀의 운이 더 좋았을 뿐"
선수들에게 "자네들이 알아서 결정하게. 페널티를 차고 싶은 사람이 가서 차도록 하게"
스위스전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섰다가 실축한 우크라이나의 솁첸코는 "내 인생 가장 중요한 슈팅이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경기 내용과 승부차기 결과와의 상관관계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서 패해 탈락하더니, 잉글랜드도 마찬가지로 떨어졌다.
이날 경기 내용은 잉글랜드의 우세였다. 하지만 승부차기까지 가는 경기 상당수가 그렇듯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개인의 능력이나 공격 및 수비 방법에서 잉글랜드가 상당히 앞서 있었으나 골 찬스가 잘 나지 않았고 그나마 잡은 몇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결과였다.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램퍼드는 8강전까지 24회의 슈팅 시도로 최다 슈팅 1위, 11차례의 유효 슈팅으로 최다 유효 슈팅 2위를 기록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골 기록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시도하고도 PK마저 실축하며 한 차례도 골망을 출렁이지 못하고 월드컵 무대에서 물러난 램퍼드는 과연 축구를 못하는 선수인가?
▶ FIFA에 제안한다.
램퍼드는 지금쯤 고향으로 돌아갔을테고... 베컴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 품에 안겨 한참을 흐느꼈을 것이다... 대부분 경험했듯 실컷 울고나면, 속은 좀 시원해질지 몰라도 상처는 그대로 남는다. 그와 이번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여러 선수들이 '상처를 극복한 좋은 플레이'를 다음 월드컵에서 보여주기를 기대하며 FIFA에 제안할 것이 있다.
축구는 선수들에겐 삶 그 자체이다. 자신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치며 월드컵을 꿈꾸며 그라운드에서 뛰고, 쓰러졌던 선수들에게 '승부차기'는 너무 비정한 규정이다.
FIFA 내부적으로도 승부차기에 대한 회의론이 있는 만큼, 이번 독일 월드컵이 끝나면 국제 축구 평의회를 소집하여 '승부차기'를 진지하게 검토하여 적절한 대안을 다각도로 찾아보기 바란다. 대안을 찾아보는 일은, 아픔을 겪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축구를 사랑하는 지구촌 팬들 모두에게 보다 인간적인 축구, 아름다운 축구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어떤분이 자신의생각을 블로그에 올려놓으셨는데,,,
너무너무 공감이가는글이라 퍼왔어요,,,
승부차기,,보는사람도 참 괴롭죠,,특히 우리편이면,,,윽~~
그런데 아무리생각해봐도 대안은 없는거같아 씁슬하네요,,,ㅠㅠ
'러시안 룰렛'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전에서 람파드가 실축한뒤,,,
제라드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ㅠㅠㅠ
첫댓글 흑...ㅠㅠ 잉글랜드 진짜 안습... ㅠㅠ
근데 대안도 없고... 뭐 제비뽑기 이런거 하면 더 허탈함
제비뽑기 ㄷㄷㄷㄷㄷㄷ
승부차기의 대안은.. 농구처럼 무한연장밖에는 없는데.. 이건 더 사람죽이는 일이고... 월드컵이나 유로나 이런 국제대회는 기간이 한정되있으니까 어쩔수 없다쳐도,, 챔스나 리그컵같은 대회는 어느정도 조절이 가능하니 며칠뒤에 재경기를 갖는 식으로 해도 될꺼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ㅋ
선수들 죽어날껄요... 승부차기가 최고의 선택일듯.... 그리고 일부러 골든골 없앴잖아요.. 한 골만 넣으면 끝나버리기 때문에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 중압감땜에
승부차기가 젤 재밌는데... 정말 승부차기야 말로 축구의 꽃
그냥 동전 던지지
저두요.... 람파드 실축 후 제라드 표정 정말..ㅠㅠ 그 표정보구 제라드도 뭔가 불안하다 생각했었는데;;
저두요..
진짜 대안없나 싶었어요 안 좋아하던 팀이라도 승부차기 져서 울고 있는 거 보면 너무 안됐음.
승부차기 거리를 더 늘리면 어떨까요^^ 못넣으면 바보가 되는게 아니라 넣으면 영웅이 되게.... 그냥 한 번 해본 엉뚱한 생각이었습니다.
오.. 그거도 괜찮은 생각인거 같은데~ㅋㅋ 솔직히 지금은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키커들의 부담이 배가 되는거 같아요;;; 골키퍼야 막으면 좋고 못막아도 뭐 중간은 가니까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는거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