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나 왕비 또는 공주도 왕자도 결국은 사람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의식주 생활을 합니다. 안 먹고, 안 싸고, 안 자고, 그런 일은 없습니다. 단지 그것을 누리는 환경이 좀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것뿐이지요.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일상을 똑같이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늘 근엄하게 살 수도 없는 일이고 때로는 웃기도 하고 신경질도 내고, 좋아했다가 짜증도 내고, 또 아파서 눕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신분에 걸맞은 언행을 강요받으며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월을 지나며 경륜을 쌓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하고 살 것입니다. 그러나 한창 젊을 때는 벗어나고 싶은 충동도 일어나리라 짐작합니다. 일일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겠습니까?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 싶지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한 가정의 자식이 됩니다. 그 가정에 형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형이든 동생이든 차이가 생깁니다. 자라면서 친구도 생기고 선생님도 만납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면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그에 따른 신분이 생기고 나아가 직분과 직책도 받게 됩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고 무엇보다 신분에 따라 그리고 직분과 직책에 따라 그에 걸맞은 사람이 만들어집니다. 때로는 신분에 따라 입는 옷이나 복장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복장만 보아도 신분을 금방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군인, 경찰 또는 의사나 간호사 등등 어렵지 않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복장을 하고 있으면 그에 걸맞은 언행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 신분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고귀한 신분의 사람을 꿈꾸기도 합니다. 사람들로부터 우러름을 받고 어디를 가나 대접을 받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선망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치의 사람은 바쁜 일정에 매일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그의 삶이 즐겁고 행복할까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이래저래 간섭하는 사람들 속에서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꼬치꼬치 간섭하지 않아도 하나하나 눈치를 보게 된다는 말입니다. 신경 쓰이지요. 역시 스트레스의 요인입니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잠시라도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결국 탈출을 합니다. 주는 수면제를 먹고 잠자리에 든 척하고 다들 내어보낸 후 방문을 몰래 나와 궁을 벗어납니다. 용케 세탁물 짐차를 타고 정문을 통과해 시내로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과 거리를 구경합니다. 그러나 얼마 못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거리에 있는 벤치에 쓰러집니다.
집으로 향해 가다가 벤치에 사람이 누운 것을 얼핏 봅니다. 지나치고 보니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거지는 아니고 노숙자 같지도 않고 더구나 여자입니다. 차림새도 말끔합니다. 뒤돌아 와서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아니 어떻게 멀쩡한 여자가 이런데서 잠을 자? 생김새나 차림새나 그냥 떠도는 여자는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이? 깨웁니다. 안 일어납니다. 일단 택시를 부릅니다. 운전자에게 돈을 주며 여자가 이르는 곳에 데려다 주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간신히 여자를 차 안으로 넣습니다. 그런데 차가 안 간답니다. 사람이 아니라 짐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잠을 깨지 않는다, 어디인지 말하지 않는다, 그러면 장사 끝나는 것이지요.
도무지 인사불성이니 도리가 없습니다. 자기 집으로 데려와 재웁니다. 그렇게 밤을 지내고 자기 일터로 출근을 합니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비정규직 신문기자입니다. 기사거리 만들어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기자입니다. ‘앤 ’공주 인터뷰 약속이 되어 있음에도 늦잠 자고 지각 출근하였습니다. 편집장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알아낸 놀라운 사실, 자기 집에 아직도 골아 떨어져 있는 여자가 바로 앤 공주라는 사실입니다. 이야말로 특종 중에서 특종 아닙니까? 신문에는 이미 앤 공주가 갑작스런 병으로 인해 모든 인터뷰를 연기했다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는 것입니다. 사진을 보고는 믿기지 않았지요. 보고 또 보고, 틀림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중요한 것은 기사보다 현장 사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 사진기자 ‘어빙’까지 끌어들입니다. 여기저기 관광을 다니며 이런저런 사건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몰래 사진에 담기지요. 하루 종일 특종만을 쫓아다녔지만 아이 같이 순수한 공주가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잠간의 사랑이지요. 이룰 수 없는 사랑입니다. 공주가 함께 할 수 있고 함께 해야 할 공동체, 삶의 터전은 따로 있습니다. 혼자 몸이 아닙니다. 한 나라가 어깨에 지워져 있습니다. 공주도 잠시의 일탈에서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에게 일생 추억에 담을 꿈같은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아쉬운 이별을 합니다.
공동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어제 그 사람, 어머 기자였네요. 특종을 기대했던 기자 ‘조’와 어빙은 인사하며 공주에게 로마 방문 기념품이라 하여 작은 선물을 건넵니다. 함께 하였던 시간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를 보았습니다. 1953년 작입니다. 배우 오드리 헵번을 가장 기억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첫댓글 다시보고싶은 영화네요
감사합니다
예, 이 좋은 주말에 함 보셔요. ^&^
꼭 다시보고픈 추억이 있는영화
요즘 집콕하는데 기회 만들어보셔요. ^&^
행복한 주말되세요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감사요,,즐건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님도 행복한 주말이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