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아파트 정문 앞 도로가에 조그만 차인 다마쓰를 타고 와
장사를 한다.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한번씩 와서 전을 벌린다.
차 뒷문을 열어 놓고 양쪽에 홍등을 달아 놓았는 데 일본글자인 '다꼬'와 한자인 '태울 소'자를 적어 놓았다.
'다꼬'는 우리말로는 문어다.'다꼬 야끼'라면 문어 구이가 된다.
우리집 부엌 찬장 속에는 제사상에 올랐던 마른 문어 다리가 몇 개 모여 있었다.
엊그제 그 문어 다리 하나를 꺼내 가스 렌지 불을 켜고 구웠다. 장작처럼 바씩 말랐던 문어 다리는
불 속으로 들어가자 '앗 뜨거워라!' 하면서 온 몸통을 비틀면서 '타타 타타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불 속에 너무 오래 두면 얇게 오린 꽃송이가 타버리므로 살짝 구워내야 한다. 그래도 타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전라도에서 잔치에 홍어가 없으면 안 되듯이 경상도에선 특히 서부 경남지방과 안동지방에선 제삿상에 문어가 빠지면 안된다.
문어가 사랑받는 이유는 고기 이름 중에 '글월 문자'가 들어가 양반 축에 든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사농공상의 계급사회에서
글자를 알아서 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어는 지능이 상당히 높고 자식 사랑이 유별하다. 나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바닷가에서는 밤에 문어가 방앗간으로 몰래 걸어와서 딩겨를 핥아 먹고 간다고 하셨다.
문어는 어미가 알을 낳아 부화가 되면 새끼는 어미 살을 뜯어 먹고 자란다고 한다.어미는 자식을 위해 자기 몸을 내어주고
결국은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모든 동물이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동물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주는 동물은 문어 외는 별로 들어 본 적이 없다. 바다에 나갔다가 수만리 고향을 찾아 알을 낳으러 올라온 연어도 알을 낳고나면 기진맥진하여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제삿장을 보기 위해 생선이나 문어를 사기 위해서는 자갈치 시장을 찾거나 아니면 가까운 수영 팔도시장을 찾는다.
팔도시장에는 건어물 파는 상점이 너댓 군데가 있다. 그 중에서 진짜 문어 다리를 파는 곳은 딱 한군데 밖에 없다.
건어물 상점에는 입구에 문어 다리라고 가위로 예쁘게 오려서 걸어 놓고 파는 데 모양은 문어 다리처럼 생겼으나 사실을 오징어 다리다. 잘 모르는 사람이 오면 그것을 문어 다리라고 파는 것이다. 오징어 다리는 하나에 4천원이고 진짜 문어 다리는 8~9천원이다.
가짜 문어 다리는 남미 대왕 오징어의 다리만 수입하여 가공하여 문어 다리로 둔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