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메밀꽃을 본적이 있는가?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우리 주님의 음성을 듣고 따라나선
시온들의 하반기 첫 산행은
필리핀을 가슴에 품고 걸음걸음 마다
설악산에 기도를 뿌리고 온
기도 등반이었다.
무리를 떠나 멀찍이 가셔서 기도 하셨던
우리 주님처럼 등반대장님은
우리 대원들과 적당히 거리를 멀리하시며
연신 기도하시는 뒷모습만을 보여주셨다.
흩어지면 기도하고
모이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서로에게 주신 영감을 증폭시키며
필리핀 선교대회를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는 모습들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다려진다.
2005년 11월 21일이 !!
대학교 4학년 때,
4주 동안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영어 사영리를 들고서 이 동네 저 동네를 누비며
전도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 열정이
아직도 내 가슴 속에서 뜨거운데
필리핀을 다시 가게 되다니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
이번엔 어떤 모양의 은혜를 부어 주실까?
마닐라를 떠날 때 한 청년이 달려와서
자신의 사진과 주소를 주면서
내 손바닥에 "I LOVE YOU"라는 글씨를
새겨 주었었는데...
그 청년도 이제는
중년의 원숙한 모습으로 변해 있겠지!
그 당시 의대생이었으니
지금쯤 좋은 의사 선생님이 되어 있을게다.
아! 보고 싶다, 마닐라의 그 시커먼 바다.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아직도 날 사랑하느냐고 ?
십 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날 생각하고 있었느냐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필리핀을 까마득히 바라보았던
그 때 그 시절로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
열정적인 기도와 복음을 달빛 아래 소금처럼
아름답게 뿌려 놓았던 곳,
그 기도의 열매가 십 여 년이 지났으니
아마 지금쯤은 주렁주렁 열려 있을 것이다.
날 사랑한다던 그 청년도 지금은 결혼을 해서
아들딸을 줄줄이 낳았을 게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설악산 오색약수를 한 모금 머금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등반대장님이 선등으로 앞장을 서셨고
그 뒤를 이진섭 목사님과 마라톤으로 몸을 다진
내가 바짝 따라 붙었다.
일찍이 백두산 등정을 했었다며
초반부터 자신감을 보였던
신입회원 조철환 목사님이
힘을 다해 우리 뒤를 좇아왔다.
물론 신입회원답게 줄곧 헉헉거리며
얼굴이 하얗게 변하기도 하면서
선배 대원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기도 했으나
그것은 행복보다는 고통이었다.
급기야 다리에 쥐가 나더니
배낭 속의 모든 짐들은
조 한우 목사 차지가 되고 말았다.
결국 서로 돕고 돕는 시온의 불굴의 정신이
96kg의 거구를 대청봉까지 올려놓는데
성공을 했다.
앞날이 구만리 같으신 젊은 목사님의 미래가
시온의 영광을 더해 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래서 미래교회 담임이시던가?
암튼 미래교회 파이팅!!
우리는 제 1회 필리핀 선교대회 대회장님이신
등반 대장님의 기도등반에 혹시 방해라도 될까봐서
멀찍이 거리를 두고서
조심조심 봉래산 끝자락을 더듬어나갔다.
설악산도 금강산의 끝자락이니
역시 시온의 독도 조한우 목사를 닮은 듯 했다.
대장님은 최신형 무전기를 통해
후등인 조한우 목사님과 끝없는 교신을 나누시며
대원들의 상태를 일일이 살펴주셨다.
아! 바다처럼 깊은 대장님의 그 사랑이
우리를 필리핀으로 인도하는구나 생각을 하니
가슴 뿌듯함과 애절한 사랑이
산마다 계곡마다 가득한 듯했다.
엊그제 따님을 시집보내 놓으시고
유럽 여행을 떠난
딸, 사위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시며
독일 푸랑크푸트에 머물고 있다는 따님과
정겨운 통화를 나누시던 회장님 부부는
육십으로 바라보시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산행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 주셨다.
등산을 모두 마친 후에는 회장님께서 베풀어 주신
혼례 예식에 대한 답례와
신입 회원을 비롯한 모든 시용들에 대한 격려로
속초 대포항의 싱싱한 생선회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회라면 사족을 못 쓰는 조한우목사도
그 순간만큼은 제자들과 함께 조반을 잡수셨던
우리 주님을 만나고 있는 듯 보였다.
이번 산행은 김포시찰과 북부시찰,
두 시찰의 시찰장님들께서 친히 참석해 주셔서
모임의 격을 한층 더 높여 주셨고
모두에게 흥을 더해 주셨다.
그리고 그날 우리들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시찰장 둘은 노회장 한 사람과 맞먹는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게 되었다.
반(半) 노회장님이 되신 북부 시찰장님은
그 답례로 밥을 사시겠다며 큰소리를 치셨으나
점심식사로 메밀국수와 메밀묵사발을 돌리셔서
우리 모두를 묵사발로 만드시고 말았다.
묵사발이 된 우리들은
“에이, 밥은 안주고 묵사발이 뭐야?”며
항변을 했지만 노회장과 맞먹는 권위 앞에서
우리는 그대로 행복한 묵사발이 되어 버렸다.
봉평 메밀꽃 축제에서 만난 이효석은
태어난 지 100년 만에 자기 고향 봉평을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게 한
위대한 경제 문인이 되어 있었다.
북부시찰장님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듯이
김포 시찰장님은 아예 처음부터 우리들을
참숯굴에 집어넣고 지지더니
삼겹살 30초구이로 모두의 입이
다물어질 틈을 주지 않았고
밥 안 준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옆집 식당에서 공기 밥까지 사다 나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얻어먹기 미안하니까
얻어 먹고 나서 이러니 저러니
트집을 잡으면서 애교를 부렸던 것 뿐인데...
우리의 순진한 김포 시찰장님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저녁 밥(?)을 준비해 주셨고
그 댓가로 우리들은 기꺼이
그의 기쁨조가 되어 주었다.
우리 시온이 아니면
어디서 그런 위세를 떨어보겠는가? ㅋㅋ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하루 종일 특유의 그 매력적인 웃음을 웃으시며
종달새처럼 지저귀시는 이진섭 목사님.
누가 이 양반을 대형교회 목사님으로 보겠는가?
우리 시용들을 대해 주심에 있어서는
언제나 아무런 사심이 없는
지절거림과 유쾌한 웃음으로
저 푸른 하늘을 닮은
거룩함만 보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그가 담는 영상들은
언제나 티가 없이 맑고 좋다.
누구라도 그의 렌즈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건강한 웃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이 다룰 줄 알고,
보잘 것 없는 들풀 하나에도
포커스를 맞출 줄 아는 그는
정말 사랑의 사람이다.
이젠 막내라기엔 너무나 커버린
우리의 시인 이계현 목사님께서
드디어 후배를 하나 데려오셨다.
선배의 책임을 다하려는 듯
후배 신입회원을 자상하게 잘도 살펴주신다.
제 14호 태풍 나비에게
공룡을 빼앗겨버린 우리의 시인은
봉평에서 메밀꽃을 만나
금새 달콤한 사랑에 빠져버렸다.
메밀꽃 피기 전도 아니고,
메밀꽃 지고 난 뒤도 아닌,
메밀꽃 필 바로 그 순간에
우리의 인생도 이미 결정이 되고 마는 것일까?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다 깨닫고 난 후도 아니고,
그나마 겨우 주님의 사랑에 눈 뜰 바로 그 무렵에
이미 주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다 결정지어 놓으시고
완결 지어 버리신 것은 아닐까?
필리핀을 향한 제1회 선교대회를
시작하려는 이 마당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이미 다 만들어 놓으신
우리 주님의 손바닥 위를
허우적거리며 걷고 있는 나를 바라 보았다.
보는 것만큼은 아름답지 않은 메밀꽃 냄새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효석의 표현대로
정말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메밀꽃 밭이
사람들 발길에 사정없이 짓이겨지고 있었다.
메밀꽃은 이렇게 쓰러지는 것 보다는
그저 메밀꽃 필 무렵에
적당한 두 사람의 풋사랑으로
숨차게 쓰러져야 하는 건데...
봉평 사람, 이효석을 만나고 보니
마치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가슴이 설레이니
도대체 이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장돌배기로 떠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청년.
그에게서 혈육의 정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라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품 중 한 구절처럼
우리의 감성은 알 수 없는 끌림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럴 바에야 아예 감성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를 집어 삼킬 그 바닷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들어가서 그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핏줄이 땡기는 것처럼 땡겨오는 그것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말씀을 따라서 산호의 섬 필리핀으로
신나는 선교 여행을 우리 한번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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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필립핀 선교여행을 위한 워밍웝이 이렇게 아름답고 은혜로운데, 산호의 섬 현지에서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 까요...님들의 땀방울로 키워낸 기도의 열매들이 이 가을의 풍성함처럼 되어지기를 간구합니다...잘 다녀오십시오..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