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이전(吏典) 제1조 속리(束吏)
8. 수령의 성품이 편벽되면 아전은 그 틈을 엿보아 이내 격동시켜서 제 간계를 쓰게 되니, 그 술책에 빠지게 될 것이다.
포증(包拯)은 경조윤(京兆尹)으로 있을 때 밝게 살핀다고 소문이 났다. 백성 중에 법을 범하여 척장형(脊杖刑)에 해당된 자가 있었는데, 아전이 그 백성에게서 뇌물을 받고는, “윤(尹)은 반드시 죄상 문책하는 일을 나에게 부탁할 것이니 너는 그저 큰소리로 부르짖으며 변명하라.” 하고 약속하였다. 조금 후에 죄수를 끌어내어 심문하는데 죄수는 아전의 말대로 하자 아전은, “척장이나 받을 일이지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은가?” 하고 꾸짖었다. 그러자 포증은 아전이 권세를 부린다고 생각하여 아전을 곤장치고 죄수는 특별히 관대하게 처리하였다. 포증 같은 이도 아전에게 매수된 줄을 까맣게 몰랐으니, 소인의 간계는 참으로 막기 어려운 것이다.
생각하건대, 이는 소위 병법에 있어서의 반간(反間)이라는 것이다. 뺏고자 할 때는 주기를 청하고, 가두고자 할 때는 놓아주기를 청하며, 서쪽으로 가려 하면 동쪽을 공격하고, 좌측을 찌르려면 우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 편벽된 성품의 약점을 격동시키면, 비록 염라대왕(閻羅大王) 같은 밝은 판단력을 가진 포증 같은 자도 그들의 술책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어찌 한심스럽지 않은가? 군자는 마음가짐이 공평하고 미리 계획을 확정하여 물욕이나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아전이 간교를 부릴 틈이 없을 것이다.
[주-D001] 포증(包拯) : 송나라 때 합비(合肥) 사람으로 자는 희인(希仁), 시호는 효숙(孝肅)이다. 성품이 곧으면서 돈후하고 관리들의 가혹함을 미워하였으므로 어린애나 부녀들까지도 그의 이름을 알았고, 당시 그를 포대제(包待制) 또는 포염라(包閻羅)라 부르기까지 했다. 벼슬은 예부 시랑(禮部侍郞)에까지 이르렀다. 《宋史 卷316》
[주-D002] 척장형(脊杖刑) : 등에 가하는 장형(杖刑)이다.
[주-D003] 반간(反間) : 염탐 온 첩자를 매수하여 도리어 적을 이간시키는 일을 말한다. 《孫子 用間》
性有偏辟。吏則窺之。因以激之。以濟其奸。於是乎墮陷矣。
包拯尹京。號爲明察。有民犯法。當杖脊。吏受賕約曰。尹必付我責狀。汝第呼號自辨。旣而引問。囚如吏言。吏訶之曰。但受脊杖。何容多言。包謂帀權杖吏。特寬囚罪。不知乃爲所賣。小人爲奸。固難防也。
〇案此所謂兵法之反間也。欲奪則請予。欲囚則請放。欲西則擊東。欲左則牽右。以激其偏僻之性。則雖以包閻羅之明斷。亦未免陷於術中。豈不嗟哉。君子持心公平。算有先定。不爲物撓。不以怒遷。吏無所容其奸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