壓卷 압권[누를 압/문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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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누른다'는 뜻의 壓卷(압권), 잘 지은 대목이나 詩文(시문), 뛰어난 부분이나 장면을 의미하는 압권은 'highlight'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데, '책을 누른다'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이는 '科擧制(과거제)'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과거제도는 중국의 隋(수)나라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전래된 이래 관리를 등용하는 기본적인 제도로 정착이 된 전형적인 관리등용 시험입니다.
그런데 과거에 응시한 수 많은 선비들이 3차에 걸친 시험 끝에 최종 급제(及第;합격)의 영광을 맛볼 때, 채점관들이 1등으로 뽑은 답안지를 임금에게 올려 재가(裁可;결재)를 받는데, 이 때 합격자들의 답안지 묶은 제일 위에 놓고 올립니다. 그래서 임금의 재가가 내리면 장원급제(壯元及第)가 됩니다. 그래서 나머지 답안지를 위에서 누르고 있는 가장 우수한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 壓卷(압권)이 되는 것입니다.
한가지 추가해서 科擧(과거)에 관련된 유래 가운데 '觀光(관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대의 觀光(관광)은 여행 속에 뛰어난 명승지(名勝地)를 구경하는 것이지만 원래 관광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옛날 선비들은 과거 시험에 응시하러 고향을 떠날 때 항상 '觀光(관광)하려 간다'고 했습니다. 시험을 치러 가는 사람이 무슨 관광이냐고요. 觀光(관광)은 글자대로 빛{光}을 본다{觀}는 뜻입니다. 여기서 빛{光}이란 중세의 태양과 같은 존재, 바로 임금{王}입니다. 곧 관광은 임금을 보러 간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당시 관리(官吏)가 아닌 이상 임금의 얼굴[逆鱗(역린)에서 龍顔(용안)이라 했지요]은 절대로 볼 수 없는 신성시되는 존재였기에 과거 보러 가는 사람이 임금의 얼굴을 본다는 의미는 곧 과거에 장원급제해서 임금과 獨對(독대)하겠다는 뜻입니다. 반드시 과거에 급제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결의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觀光(관광)이었던 것입니다.
모든 시험에 응시하시는 분은 꼭 觀光(관광)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