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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계획상으론 해 떠있을 동안 다 해치우고 집에서 푸근하게 쉬려고 했습니다만, 해떠있는동안 역 답사하는게 고작이었습니다. 너무 늦게 나섰어요;;;; 밤늦게 들어온다고 좀 이야기 들었습니다.
대구에서 왜관까지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 갔는데 여기에 대해서 할말이 조금있지만 여긴 철도 카테고리니 각설하고, 바로 왜관역부터 썰 풀어보겠습니다. 제가 너무 염치없이 들이대서 그런건가, 역사 외부말고는 사진을 찍을수가 없었습니다ㅠㅠ
왜관역 같은 경우는 사실 올 2월 23일에 이미 갔다 왔었습니다. 개학 하기전 시즌 개시겸으로 서대구역부터 삭 ?어 왔었지요. 그런데 당시 겨울 끝무렵이라 바람이 제법 거셌는데다 겨울동안 체력이 많이 비루해져서 최초 계획인 구미에는 가지도 못하고 왜관에서 스톱했었지요.
그? 당시엔 또 스탬프가 있는줄 몰랐는데 방문하고 나서야 왜관역에 스탬프가 생겼다는걸 알았고, 스탬프북을 챙겨오지 않은 걸 후회했었는데, 그걸 벼르다가(사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팽개쳐두고 있다가)이제서야 다시 자전거를 끌고 나와서 스탬프를 받았습니다.
참...왜관역 인근은 그렇게 번화가처럼 안보이는데 왜관이란 동네가 크단 말이죠. 군생활할적 상급부대 올라갈때 왜관부대가 인근이라 같이 모여서 가고 그랬는데 그때 보던 왜관과 왜관역 인근을 볼때랑은 분위기가 참 다른거 같아요. 이번에 대녔던 역 전부가 그런 분위기였는데 이건 역시 철도교통이 도로교통에 밀리면서 생긴 번화가의 이동이라고 봐야 할까요?
왜관하면 구 왜관철교도 빠질수 없는 이야기긴 한데, 원체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막상 보면 크게 할 이야기 없는 곳이라서 각설하겠습니다. 밤에 불 밝힌건 이쁘긴 하더라구요.
왜관교를 건너 4번국도를 따라 김천까지 가다보면 대로 한켠에 약목역이 나타납니다. 군대 있을적 연대본부 올라가면서 노상 지나다니던 길인데도 지나쳤다는 기억이 없을정도로 한산하고 존재감이 없는 역입니다;;; 약목면내가 대로에서 좀 안으로 치우친 곳이고 약목역이 화물수송때문에 여러 기자재가 많아서 대로가에 있는 그냥 공장처럼 보이는게 제일 큰 원인일듯 합니다. 약목역사와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경부고속선 정비창도 약목역에 있지요. 그런 이유들 때문에 여지껏 보통역 위치를 유지하는듯 싶습니다.
1905년 1월 1일, 경부선철도가 개통할 당시에는 김천에서 아포-구미로 빙 둘러가는것이 아니라 증기기관차가 현재 4번국도 부지를 타고 직선으로 올라왔었다고 합니다. 그 구배를 지나기 위해 보조기관차 연결/분해/입환을 했던곳이 바로 김천시 남면 부상리에 있었던 '금오산역'입니다.
부상리로 부지런히 올라오면서 마을금고 주변 부지가 상당히 널럴한것을 봤는데, 그때는 사전조사때 확인한 '성당으로 들어가는 골목'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여기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골목이 바로 찾던 그 골목인데도 말이죠. 나무에만 집중하다보면 숲이 안 보이는 법입니다;;; 덕분에 마을 주변을 배회하다가 또 어디선가 본'주유소 밑 저수지'가 머릿속에 떠올라서 우선 그쪽으로 먼저 가 보기로 했습니다.
유레카! 우리가 찾던 바로 그 구조물이 상당히 눈에 띄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일전에 남성현역에서 봤던 터널과 같은 구조입니다.(그러고보니 이번에 남성현역에도 스탬프가 생겼다는데...집에서 가기에 참 애매한 위치라서 일이 귀찮게 됐습니다;;;) 1916년에 폐선처리돼 버려진것 치고는 상당히 깨끗한 모습입니다.
터널안엔 물이 살랑살랑 차 있습니다. 바지 걷고, 신발 벗으면 들어가 볼수도 있겠지만 갈 길이 멀어서 모험을 하진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글들은 죄 부상터널이라고 돼 있는데 정작 새겨진 문구는 金烏山隧道(금오산수도-터널의 일본식 조어)지금에서야 하는 후회입니다만, 좀더 높은 해상도로 찍었어야 했는데 왜 그생각을 못 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일 왼편에 적인 두글자를 도저히 못 읽겠거든요. 판단 미스였습니다.
지금은 물에 잠겨버린 옛 선로부지. 이 저수지가 끝나는 곳에서 옆을 지나는 지방도부지가 옛 경부선 선로였습니다.
한쪽 입구를 찾았지만 인터넷에서 본 자료는 약목방향 입구에 대한 자료도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찾았는데 나라고 못 찾을쏘냐!하는 마음에 좀더 마을안을 캐고 다녔습니다. 누구라도 하나 보이기만 해봐 알고있는 모든걸 캐내구겠단 생각으로 마을을 돌아다녔는데 다 밭일 나가셨는지 인영은 보이지 않고 혼자서 5분간 썰썰대고만 있었습니다.orz 그러다 좀 쉬려고 자전거를 평상에 세워뒀더니 개 짖는 소리에 바깥을 보러 한분이 나오시더랩니다. 그분 덕분에 약목쪽 입구와 금오산역 부지를 찾을수 있었습니다.
금오산터널 약목방향 입구. 일제시대 터널양식인 말발굽 형태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외로 상태가 깨끗합니다!
이쪽편 입구엔 일진무강, 제 부상수도 후루이치 코우이(古市公威)라고 적혀있다. 후루이치 이 양반, 제국대(현 동경대)출신 공학박사로 제법 많은 일을 한 사람이란다. 과연 총독부다운 인사란 생각이 들었다.(# 참고)
취재에 응해주신 마을주민분의 말에 따르면, 김천시에서 문화재 지정을 위해 계단도 놓고 내부 정리도 하고 좀 야단법석을 떨더니 이내 잊혀지고 지금 꼴이란다. 할 거면 끝까지 책임지고 할 것이고, 볼거없는 굴 내비둘거면 기양 내비두지 뭘 또 파 헤집어가지고 어쩌구저쩌구라 하시는데, 들으면서 좀 씁쓸했다. 솔직히 조용히 사시는데 나 같은 사람이 자꾸 찾아와서 헤집고 가는것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니까.
금오산터널(부상터널)입구에서 바라본 금오산역 부지. 완만한 상구배를 넘어가서 나오는 밭이 옛 금오산역 부지일듯 합니다.
김천(구미역)은 진짜 허허공터에, 사람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던지라 별 할말이 없어서 접어두진 않겠습니다. 경부고속선 선로옆에 플랫폼을 얹어놓은 구조로서, 김천가는 사람보다 구미가는 사람이 더 많은 얄리깔리한 동네였습니다. 이 주변이 혁신도시로 지정이 돼서 땅값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구획정리만 돼 있고 들어선 건물은 하나도 없는 황량함을 참을수가 없어서 그냥 조용히 스탬프와 사진만 박고 나왔습니다. 아 매표 역무원 분은 제가 자전거로 답사다니는게 퍽 흥미가 동하셨는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긴 했습니다. 진짜 이럴거면 왜 지은건지 모르겠습니다. 기양 김천역을 KTX선택정차로 하고 동대구역처럼 경부고속선/기존선/경북선 허브로 하면 훨씬 좋지 않았나?
철도 역사 사진을 찍을때 되도록이면 정면샷을 선호합니다만 이날 김천역 광장은 한창 공사중이었고, 길 건너편은 유동인구가 많아 어쩔수 없이 빗겨선 구도로 찍었습니다. 나중에 경북선 답사와 김천-대전구간 답사때 두번 더 들러야 할 역이죠=ㅛ=;;;;;;;
전국 최장 길이 육교라는 김천역 육교를 건너보기 위해 일부러 역 앞으로 가지않고 김천터미널로 돌아서 갔습니다. 김천역이 경부선/경북선 분기 허브역이다보니 생겨버린 특징적인 구조물이라 하겠습니다.
무궁화호가 두대 새마을호가 두대씩, 것도 각각 한량차이로 쪼롬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보기가 좋습니다. 스탬프 날인 후에 길건너 김천역전 김밥천국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김천역 김천이라고 동생에게 카톡 보냈더니 재미없는 개그치지 말라고 혼났습니다.
대신역에서도 크게 할 말이 없습니다. 쇠락한 마을이라 그리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대신역 자체도 무배치간이역으로 격하된 후 민간기업에 역사가 임대된 상태였습니다. 박해수시인의 시비가 웁니다. 징징징.
대신역에서 구미방향으로 좀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면(중간에 굴다리를 두번 지나는데 옛날 농작로 너비라 진입전 교행불가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아포역에 도착합니다. 대신역처럼 무배치간이역이라 생각했는데 화물/여객 승무가 없는데도 보통역이었다는데 놀랐습니다. 근데 제가 들어와도 별 반응을 안하시고, 몇가지 물어도 별 대답을 안해주셔서 그냥 역사 밖에서 쉬었습니다. 아 삼성역장님이 그립다. 참 친절하게 여러가지 이야기도 해 주셨었는데...
드디어 왔습니다, 영남권 최대의 문제역인 구미역에. 아포에서 구미까지는 제법 거리가 됩니다. 대신 구배가 없는 평지구간이라 신나게 쐈는데도 한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이날 대녔던 8개 역중에서 역전 광장=번화가공식이 성립하는 두군데중 한군데입니다.(물론 구미역전은 구시가지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허름합니다만) 안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마트(!?) 기타등등이 입점해있는 거대 민자역사인데 최초 제출된 설계와 다르단 이유로 불법건축물이돼 코레일, 철시공, 구미시가 서로 골머리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합니다.(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위키백과나 엔하위키에 정리된 글을 보면 어떻게 잘 처리될수 있을것도 같은데 참 계약이란게 오묘합니다.
이번 김천-구미 각역정차 라이딩의 종점역인 사곡역입니다. 내리실문은 오른족입니다?
사곡역은 박정희 대통령시절, 사곡동 주민들이 역 건설 허가를 따낸뒤 직접 시멘트 포대를 짊어지고서 만든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걸보고 정부에서 감격했는지, 정식으로 건물을 올리고, 선택정차도 했다고 하는데 박통 사후 무배치간이역으로 떨어지면서 역사를 철거, 현재는 앙상한 구조물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태인데도 엄연히 영업중인 역이고, 실제 승객이 상하차를 한다는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케이큐 히라누마역도 현재는 폐역으로 버림받았는데!
역사내 구조물이라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열차통과 경고등과 이를 알리는 경보용 스피커, 그리고 있으나마나한 출입금지 표지판. 저는 착한 어른이이므로 플랫폼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사람 두사람이 겨우 서 있을만큼 아담한 승강장. 본래 연석과 보도블럭으로만 돼 있던걸 콘크리트로 터돋움해 놨습니다. 보고 있기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이역에 한줄기빛이 비춰 지는게, 올 하반기에 설계실시에 들어갈 대구권 광역전철의 정차역중 하나로 사곡역이 선정됐다는 겁니다. 20분간격 배차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수요가 늘면 증차도 돼겠죠. 증차가 안되더라도 안전을 위해 플랫폼을 늘리고 안전시설을 더 세우고, 역무원도 들어오게 될 겁니다. 그?가 되면 다시한번 사곡역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와서눈 한번 비비고 다시 바라볼수 있는 멋있는 모습이 되길 기원합니다. 아, 그렇다고 유리궁전을 만드는건 백번 사양하지만요ㅋㅋㅋ
이번에 얻은 스탬프 4종입니다. 다른역들도 얻어야지 얻어야지 해놓고는 게을맞아서 집안에만 붙들려 있다가 벌써 이렇게 되네요. 올해는 졸업도 해야 하는데ㅠㅠ
첫댓글 직접 뛰어나디면서 힘들게 찍은 기념스탬프네요. 즐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