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이판 ̶ 야자수와 소라게, 은빛 고운 모레와 아름다운 해변, 잔잔한 파도와 투명한
산호바다, 물반 고기반 마나가하섬, 아름다운 석양, 붉은 나비가 무리지어 앉은 듯한
부겐빌리아 ̶ 한 마디로 파라다이스
(Vgl. „선셋호핑크루즈“ Nr. 725 – 728 아쿠아가족팀; „정글투어+금단의섬“
Nr. 844 – 845 아쿠아가족팀)
2월 09일 구정 직후 한겨울.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가방에는 수영복과 짧은 여름옷을
준비해서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했다. 나의 학업관계로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지구를
반으로 나누어 살았다. 또 올해 연령생인 큰 아이가 중 2가 되고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서울 이사를 앞두고 모두의 기억에 남을 작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지상의 낙원이라는 사이판 여행. 막상 결정은 내렸지만 유난히
더위에 약한 나는 „너무 덥지는 않을 까?“ „비용과 시간 대비 후회하지는 않을 까?“라는
걱정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교차하였다.
자정이 지난 시간, 어두움 속에 도착한 사이판 공항은 대한민국 어느 지방공항에 온
느낌이었다. 물론 비교적 장시간의 여행, 비행기 내에서 영문으로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면서 해외여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국내 지방공항에
도착한 느낌은 시골길 같은 한적한 도로, 공항에 마중 나와준 우리말을 사용하는
산타로사 직원(로사?)과 호텔까지 대화를 하면서 가는 동안 계속되었다.
이날 저녁 공항에서 산타루사의 환영을 받은 것은 우리 가족 4명이 전부. 시간상 구정
연휴 그리고 춘기방학동안 여행객이 몰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사이에 여행을 온
것이다. 일종의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 행운, 즉 붐비지 않고 가족만의
편안한 여행은 이번 여행 내내 계속되었다.
도착한 날(2월 10일)은 점심까지 푹 수면을 취했다. 숙소는 아쿠아리조트. 이 호텔은
다른 숙소에 비해 공항과 시내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방갈로식으로 건물이 독립되어 있어 조용하고 편안해서 좋았다. 어린 아이가 없거나
조용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적합.
숙소(호텔)는 바닷가에 인접해있어 전망이 좋고 야자수 나무는 미인의 가느란 허리
처럼 시원한 느낌을 준다. 호텔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니 어젯밤에 보지 못한
푸른색 풀장이 있고 그 너머에 잉크빗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방과 식당/카운터를
오가는 길옆엔 분홍빛 나비가 무리 지어 앉은 듯 꽃들이 지나가는 객의 시야를
사로잡는다. 부겐빌리아, 사이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 부겐빌리아는 인도, 미국
서부에도 흔하며 귀국해서 확인해보니 한국에서도 관상용으로 가정에서 재배가
되고 있다.
사이판 첫날은, 위에 말한대로, 오전 수면, 오후부터 관광이 시작되었다. 정글 투어,
„금단의 섬“과 „버즈 아일랜드“의 절경을 구경했고, „일본군 최후사령부“를 들여다
보았다. 이 들 명소는 산타로사 홈페이지나 다른 여행기에서 글과 사진으로 잘
설명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일본군 최후사령부에 가기
직전 프로그램에 없던 태평양한국인추모평화탑에 들러 묵념을 올렸다. 강제로 이곳에
끌려와 생을 마친 한국인들. 그들의 한맺힌 영혼을 달래고자 1981년 현지에 추모비가
건립되었다.
이번 여행의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사이판섬 중앙에 위치한 최고봉인 타포차우산(해발
473m)에 올랐을 때 짙은 구름때문에 황대장님이 강조한 „태평양을 환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사방으로 본 태평양의 모습은 어떠할 까? 여행을
하나보면 날씨나 현지 사정 등으로 한 두가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생긴다. 나는 그
것을 자연이 주는 교훈, 즉 „모든 것을 다 가질려고 하지 마라“는 교훈으로 받아 들인다.
만약 첫 등반에 누구나 에베레스트를 오를 수 있다면 인간은 오만해지고 자연을
경시하게 될 것이다. 저녁 식사로 산타로사가 운영하는 식당 시멘스레스토랑에서
랍스타를 먹었는데 큼지막하고 맛이 아주 좋았다.
둘쨋날은, 나의 관점에서,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 오전에 마나가하섬에 들어가면서
파라셀링을 했는데 솔직히 걱정이 되었지만 결과는 가족 모두 대만족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오전 10시경 부터 오후 2시까지의 마나가하섬에서의 휴식은 휴식 그 자체로서
즐거웠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이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푹 쉬는 것, 특히
지친 심신을 풀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재충전하는 것이었기에 마나가하섬 야자수 아래
휴식은 정말 달콤했다. 물론 아이들은 물반 고기반인 산호초 바다에 수경끼고 들어가
고기들과 노는 것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야자수 아래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바로
뒤편 배구장에 원주민 젊은이들이 와서 배구 경기를 했다. 그 중 하나가 어디서
배웠는지 우리말로 „아가씨 예뻐요“를 경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 까지 계속 했다.
구리빛 피부를 가진 이들 눈에는 한국 아가씨들이 모두 천사처럼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많이 귀여웠다.
마나가하섬에서 휴식과 더불어 둘쨋날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썬셋호핑투어. 이번
여행에서 꼭 아이들과 낚시를 하고 싶었기에 출발전 미리 단단히 낚시를 부탁했다.
혹 손님이 적어 불가능하면 다른 배라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여행 둘쨋날, 사이판
산타로사에 새로 온 손님 중에 낚시를 희망하는 가족이 없어 119인용의 산타로사의
배에 단지 우리 가족 4명만이 낚시를 하게 되었다. 오후 3시부터 6시반까지 대략 3시간
반동안. 내가 아이들과 낚시를 하고 싶었던 것은 나의 학업 문제 때문에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살아 추억이 거의 없고 아이들이 낚시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119인용 넓은 낚시배 위에 단 우리 가족 4명만이 누구의 방해도 없이
거의 오후 반나절 동안 낚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자 행복이었다.
상업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비용이나 아무런 조건 없이 흔퀘히 우리의 요청을
받아준 황대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아빠와 큰아이, 엄마와 작은 아이가 각각 한팀이 되어 누가 많이 잡나 내기를 했다.
아빠와 큰아이팀이 좀 더 많이 잡은 것 같고 모두 합쳐 18마리 정도 잡은 것 같다.
기대했던 상어와 고래는 모두 휴가를 갔는지, 나(아빠)의 호언 약속에도 불구하고,
상면을 하지 못했다. 대신 우리 가족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고기 „사이판“을 여러번
낚았고 그 때마다 레이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ㅎㅎ.
선상낚시를 하기 전에 잠시 바다에 배를 고정시키고 보트스노클링을 했다. 리모라는
물고기를 비롯 (해외에 살았던 나는 인기 만화속 주인공이라는 리모를 몰랐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물고기가 함께 어울려 사는 사이판 산호초바다는 가히 물고기의
낙원. 아이들(중 1, 2)은 어릴 때 부터 수영을 배워 물과는 친숙, 어른들보다 자유스럽게
물과 어울린다.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석양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뜻밖의 선물!
저녁에 식사하면서 들으니 „요근래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라고 했다. 영화 타이타닉이
생각나 석양을 배경으로 두팔을 크게 벌리고 한 컷. 기사가 문제인지 출연 배우가
문제인지 욕심은 앞서지만 영화속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저녁으로 시멘스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곁들여 참치회를 먹었다. 아주 맛이 좋았다.
레이가 오늘 낚은 물고기 한마리를 떠서 그 것도 맛을 보았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끝으로 여행의 둘쨋날이 지나갔다.
세쨋날은 잠수함투어, 월드리조트웨이브정글, 호텔 피에스타에서의 저녁 식사 및
원주민 문화체험이 이어졌다. 잠수함투어는 산타로사의 추천 프로그램에 없었지만
아이들이 바다와 친숙해지게 하기 위해 추가하였다.
잠수함투어가 예정된 세쨋날 아침, 아침 먹기전 바닷가를 거닐었다. 전날 저녁 석양이
아름다웠기에 다음날 날씨가 좋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역시 날씨가 좋았다. 잠수함
투어를 위해 선착장에 도착하니 하늘은 한 없이 푸르고 에메랄드빗 푸른 바닷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멋진 바다속 여행이 될 것 같은 기분.
기온은 벌써 따뜻, 25도 이상은 되었을 것이다. 사이판에서의 잠수함투어는 국내
수족관 관람과 비교할 수가 없다. 집체만한 산호, 모카빵 덩어리 만큼이나 커 보이는
해삼, 화려한 물고기의 군무, 게다가 2차대전때 추락한 전함과 비행기의 잔해들.
전함의 잔해 주변에 유영하는 스킨 스쿠버도 보였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미리 배워 이번 여행에서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 스킨
스쿠버와 골프. 사이판의 멋진 골프장과 스킨 스쿠버 포인트를 알아 두었으니 다음
여행에서는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잠수함 함내 설명에 의하면 바다속 하얀 모레는
(파도에 밀려온 것이거나 바위가 깍여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앵무새 물고기"라는
고기가 산호를 먹고 다 소화되지 않은 산호를 버린 배설물이라고 한다.
기온이 따뜻하다.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는 30도나 그 이상. 샤워를 했지만 땀이 났다.
월드리조트웨이브정글은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것. 물놀이기구, 스포츠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무엇보다 붐비지 않아 아이들이 다양한 물놀이 시설을 줄서 기다리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더위에 약한 나와 아내는 파도풀장옆 파라솔 그늘 아래
자리를 잡은 다음 부대시설들을 대충 한번 둘러보고는 휴식을 취했다. 도중에
아이들이 재미 없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몇가지 놀이 기구를 한번씩 함께 이용한 것이
전부. 두 아이는 저녁 일정 때문에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문을 닫을 때까지
놀이기구를 이용했을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둘쨋날 보다는 이 세쨋날이 여행의
하일라이트였을 것이다. 월드리조트의 점심부페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맛도 아주
좋았다.
월드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저녁식사와 원주민 문화체험을 위해 호텔
시에스타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잠시 야시장에 들렀다. 정해진 프로그램보다
이런 비정규 프로그램이 현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친근감을 갖게 한다. 야시장의 주된
내용은 역시 먹는 것. 현지 음식 뿐만 아니라 동서양 음식 총출동이다. 불고기, 떡복이도
빠지지 않는다. 어디가나 먹는 문화는 보는 것 많으로도 배가 부르다. 이미 호텔
뷔페음식으로 인격(?)이 충분히 쌓였기에 나는 눈요기를 하고 아이들에게 한 두가지
음식을 맛보도록 하였다. 먹는 것 이외 볼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의 댄스공연. 낮에
월드리조트에서 시설을 둘러볼 때 원주민들이 댄스를 배우는 것을 보았는데 이들의
유연한 허리는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시에스타에서 바닷가 석양을 배경으로 저녁을 먹었다. 바비큐한 돼지요리가
나왔는데 욕심은 많았지만 그동안 잘 먹은 덕분에 인격이 이미 포화상태라 조금 맛만
보았다. 식사가 끝나고 이어진 공연은 관객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흥미진진
하였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을 사로잡는 사회자의 능력이 뛰어났다.
호텔 시에스타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이번 여행의 프로그램은 끝이 났다. 숙소
아쿠아리조트로 돌아와 짐정리하고 잠시 쉰다음 밤 12시 30분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떠났다. 부산행 비행기 출발시간은 새벽 2시경. 관광지 특성상, 즉 비행기 시간을 고려
여기 호텔은 저녁 늦은 시간 체크아웃이 가능하다. 물론 산타로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예약을 해 놓은 것이다.
여행소감을 써고 있는 지금 내가 다시 사이판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손바닥을 깨물던 소라게, 손에 잡힐 듯 많았던 마나가하섬의 물고기들, 남국의 정열
부겐빌리아와 아름다운 석양, 야자수로 둘러 싸인 아늑한 숙소 등. 사이판을 낚으면 큰
소리로 „사이판“이라고 외치고 항상 유머가 넘치던 레이, 공항과 숙소, 목적지까지 항상
여유 있게 픽업을 해주신 로사(?) 그리고 코코넛과 야자수가 같다는 것과 가족처럼
편안한 안내를 해 주신 황대장님,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성의를 다하고
배려해주신 세분께 늦게나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건강과 사업의 무궁한 번성을 기원하며
서울/함부르그, 아쿠아가족팀
*P. S. 하파데이 Hafa Adai(사이판), 안녕, 헬로우 Hello(영어)의 공통점은?
인삿말. 외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사람들은 인사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파트안에서 이웃을 만나면 얼굴을 돌린다. 인사를 하면, „저 사람이 왜 나에게 인사를
할까?“하는 표정으로 반응한다. 인사하는 습관이 부족하니 보니 해외에 나가서도, 비록
유치원부터 영어를 배우지만 „헬로우“ 한마디가 목에서 나오질 않는다. 나의 두 아이도
마찬가지. 사이판으로 떠나기전 강조를 했지만 기억을 못한다. 인사는 상대방이라는 거울에
비추어진 나의 모습, 인사좀 합시다.
첫댓글 안녕하세요. 참으로 멋진 여행후기입니다! 가족의 따스한 사랑이 보는 이에게 훈훈하게 그대로 전달이 되는 아름다운 여행후기네요.
저도 선명하게 기억은 하는데 얼굴이 가물가물해서 행사일 사진을 보고서야 씨~익 미소를 지었어요. 소중한 가족여행이 모두에게 멋진 추억으로 남아 저희도 행복합니다. 사이판을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이런 따스한 추억을 드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다음에 다시 그 추억을 안고 오실때는 저희도 더 반가운 가족으로 맞을거예요. 잊지 않고 이렇게 멋진 추억을 올려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가족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다녀와서 바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늦었습니다. 산타로사의 배려와 성실한 안내 덕분에 가족 모두 편하고 오래 기억될 여행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황대장님께 안부전해주세요. 사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위에 댓글 달으신 분이 황대장님이십니다. 꼼꼼하고 자세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순발력이 뛰어납니다. 여행중일 때도 그날 촬영한 사진을 당일 웹에 올렸다기에 놀랐는데... 젊고, 스피디하고 생생한 정보 그리고 쌍방 소통이 싼타로사의 장점 중의 하나. 황대장님,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남은 일 처리하기 위해 다시 함부르그에 와 있는데 연일 구름낀 흐린 날씨, 사이판의 따뜻한 날씨가 그립군요. 시원한 흑맥주 같이 한잔 하고 싶은 마음 전합니다. 로사누나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