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의상(古風衣裳)/조지훈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 저고리
호장 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
호접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의 모습을 글로 그렸습니다.
이렇게 글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더위가 너무 일찍 찾아왔습니다.
6월 중순에 30도를 오르내리니 7, 8월은?
오늘 오후 2시부터 신달자 시인님께서 창원 행암문예마루에서
"나에게 힘이 되어준 말들"이라는 강연을 한데요.
어떤 말이 신달자 시인님에게 힘이 되었는지 알아보러 갑니다.
시원한 날 되세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