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두미도'
'큰 머리' 산 높아 물 넉넉하고 '작은 꼬리' 다이버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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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미도의 꼬리 부분에서 바라본 해안 절경이 수채화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 미륵산보다 높은 천왕봉 지표수 충분
- 북구마을~남구마을 잇는 임도 개통
- 주변 풍광 절경 트레킹 코스 안성맞춤
- 어자원 풍부해 남해안 어업 전진기지
- 행정구역과 달리 생활권 사천에 속해
경남 통영항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 거리인 두미도(頭尾島)는 이름 그대로
섬 모양이 큰 머리에 작은 꼬리가 달려 있는 형상이다.
아래로 욕지도, 위로는 사량도, 서쪽으로는 남해군이 자리잡고 있어 섬과 육지에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행정구역상 욕지도 부속섬으로, 욕지 군도 중에서는 본섬 다음으로 큰 섬이다.
욕지 본섬에서는 뱃길로 30분 거리다.
섬의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길게 늘어선 갯바위의 풍광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절경이다.
또 이 섬에서 바라본 욕지 군도는 욕지도 본섬과 156개의 부속섬 가운데
욕지 9경으로 불릴 정도로 경관 등 면에서 으뜸으로 친다.
■ 산이 높고 물이 풍부한 천연의 섬
오전 6시30분 통영항을 떠난 '바다랑호'는
오전 8시께 두미도 북구마을에 도착했다.
북구와 남구 등 두 개의 마을로 구성된 이 섬에는
60여 가구 9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뱃전에서 바라 본 두미도는 한 눈에도 산 정상의 위용이 대단했다.
이 섬의 정상인 천왕봉(465m)은 남해안 부속섬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를 자랑한다.
통영을 대표하는 명산이자 케이블카가 설치된 미륵산(461m)보다
오히려 높다.
그만큼 산이 높고 사방이 트여 남해 바다와 섬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산이 깊은 만큼 물 걱정도 없는 섬이다.
육지로부터 해저 상수도가 아직 연결되지 않았지만
산에서 흘러 나오는 지표수가 충분해 주민들이 생활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이 섬의 두 마을은 예전에는 험한 산길을 걷거나 배를 타고 바닷길을 통해 서로 왕래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두 마을을 연결하는 임도가 완공되면서 이 같은 불편이 해소됐다.
9.29㎞에 달하는 임도는 산 중턱 암반을 깎은 뒤 만들어진 것이어서 다소 아찔한 느낌이다.
길이 좁고 커브 길도 많아 차량이 운행하기에는 위험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트레킹 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길을 걷다 보면 노대도 등 욕지 군도의 여러 섬과 푸른 바다 등 빼어난 절경을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흑염소들이 절벽을 타고 오르 내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섬을 한바퀴 도는 데는 3~4시간이 걸린다.
섬 주민들은 임도 완공으로 섬의 머리와 꼬리가 맞닿는 진정한 하나의 섬이 됐다고 기뻐하고 있다.
■ 천혜의 어자원을 간직한 황금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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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미도의 정상인 천왕봉은 남해안 부속섬 가운데 최고의 높이(465m)를 자랑한다. |
두미도는 섬과 육지에 둘러싸여 있어 어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주민들은 봄에는 도다리, 여름·가을에는 서대 문어 꽃게,
겨울이면 물메기를 잡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제철 생선을 잡는 어선어업이
섬 마을의 주 수입원인 셈이다.
섬 주민 뿐만 아니라 인근 통영 고성 남해 사천 등지의 어선들도
두미도 앞바다를 주조업지로 이용하면서
이곳은 어선어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해 준 북구마을의 이장 집에서 마주한 점심 밥상은 결코 잊을 수 없을만큼 맛있었다.
자연산 회와 문어, 꽃게 등 각종 해산물이 싱싱함 그 자체였다.
입 속에서 씹히는 감칠 맛에 천하진미가 따로 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주민들은 이른 아침 조업에 나서 해질녁이면 선창가로 속속 모여드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일부 주민들은 고구마, 마늘 등 밭작물도 키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섬에 출몰한 멧돼지로 인해 주민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육지에서 헤엄쳐 건너 온 멧돼지들이 야음을 틈타 밭작물을 마구 파헤쳐놓기 때문이다.
그나마 북구마을은 전기 휀스 등으로 막아 밭작물을 키우고 있지만
남구마을은 아예 밭농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에게는 덤벼들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귀띔했다.
남구마을은 다이버들의 천국이다.
경남도가 추진한 해양생태공원의 일환으로 2층 규모의 마린리조트와 다이버숍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인근 사천 남해 등지의 다이버들이 즐겨 찾고 있다.
수중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데다 물밑 시야마저 맑아 다이빙 최적지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 행정구역은 통영, 생활권은 사천
두미도를 오가는 배는 통영항에서 오전 6시30분, 오후 2시 등 하루 2회 운항한다.
배 편이 귀한 만큼 섬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출발 요일과 시간에 따라 욕지 군도를 거치는 운항코스가 다르니 주의해야 한다.
두미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하지만 주민들의 생활권은 사천시(구 삼천포)다.
그래서 섬 주민들은 삼천포 5일 장(매달 4·9·14·19·24·29일)이 서는 날에는
생필품 구입 등을 위해 삼천포항 나들이에 나선다.
고구마, 마늘 등 애써 키운 밭작물도 장날에 내다 판다.
삼천포 장날에는 여객선이 두미도를 들른 후 곧바로 삼천포항으로 운항한다.
섬에서 잡은 수산물도 통영항이 아닌 삼천포항에서 위판되고 있다.
북구마을 입구에는 '두미개척 백년'이란 기념비가 서있다.
비에 1896년 12월 8일이라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섬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이 올해로 118년 쯤 된 듯 하다.
당시 섬에 첫 이주한 원주민들은 남해군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섬 앞바다는 변화무쌍하다.
어떤 날은 호수처럼 잔잔하다가도 바람 불어 파도가 거세지면 그 사이 발이 묶이기도 한다.
따라서 섬을 찾기 전 일기 예보와 여객선사(055-644-8092)에 배 시간 확인은 필수다.
# "천왕봉 등산로 정비 등 자연친화형 개발 필요, 카페리선 운항도 시급"
■ 북구마을 정평익 이장
두미도 북구마을 정평익(75·사진) 이장은 공직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 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타지로 떠나 줄곧 생활했으나
언제나 고향 섬마을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섬으로 돌아 온 후 두미도 통합개발위원장을 맡아
두 마을을 연결하는 임도 개설에 앞장섰다.
어촌계장에 이어 올해부터 이장을 맡는 등
섬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이장은 두미도를 '미개발 자연 그대로의 섬'이라고 말한다.
욕지도 본섬이 하루가 다르게 관광 섬으로 도약하고 있는 반면
부속섬 가운데 가장 큰 섬 인데도 아직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 이장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두미도도 이제는 자연친화적인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와 관련, 우선적으로 두미도 천왕봉에 등산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왕봉이 남해안 부속섬 중 가장 높은 봉우리를 보유한 상징성이 있어
등산로를 개설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등산로 개설 문제는 종전 여러차례 논의됐지만 주민들간 의견이 엇갈려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곳을 찾는 탐방객들이 남구마을에서 정상까지 올라간 뒤 다른 곳은 가보지도 못한 채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가는 등 등산로 정비가 안돼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섬을 찾는 탐방객이 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등산로 개설이 꼭 필요하다고 정 이장은 역설했다.
섬 주민들은 이와 함께 카페리선(차도선)의 운항도 학수고대하고 있다.
노후 주택 등을 수리하려해도 각종 자재 등을 싣고 올 선박이 없어 그대로 방치,
여름 철이면 천정에서 물이 새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특히 이 섬은 어업전진기지인 까닭에
통영 고성 남해 사천 등지의 어선들이 많이 조업하고 있어
방파제 연장 공사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정 이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