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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기대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뒤 루카스 교수는 재미있는 일화를 남겼다. 100만 달러의 상금 중 절반을 10년 전 이혼한 첫 번째 부인에게 준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혼합의서에 ‘이혼 후 10년 안에 노벨상을 받으면 상금의 절반을 받는다’는 조항을 넣었다. 아내의 ‘합리적 기대’가 들어맞았는지 그는 이혼 10년째 되는 해에 노벨상을 받았다. 교수는 군말 없이 50만 달러를 줬다.
경제학 분야에서 ‘시카고 학파’는 정부의 시장 개입과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경향이 강하다. ‘합리적 기대이론’ 역시 정부가 개입과 규제를 해도 경제주체들이 먼저 그에 맞춰 행위를 바꾸기 때문에 당초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더라도 경제주체들이 그것을 미리 예상했다면 부양 효과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기술진보를 지목하고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의 축적, 연구개발을 강조해 왔다. 다음은 루카스 교수와의 e-메일 인터뷰 요지.
중국, 정치적 자유화 필요하게 될 것
-한국 경제는 지난해 0.2% 성장하고 올해 4% 안팎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기술이 앞선 일본과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하나.
“한국에 4% 성장률은 좋은 성적이다. 한국은 8% 성장을 하기에는 너무 부유해졌다. 만약 한국이 자유시장, 자유무역을 계속 강조한다면 미래에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처럼 흥미롭고 번영하는 이웃나라들을 갖고 있는 것은 행운(good luck)이다.”
-자본·금융 시장을 포함해 모든 분야를 개방한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강해지려면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나.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역시 외부충격에 취약하다. 60년대 이후 수많은 호·불황을 겪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잘해온 것처럼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탄탄한 평균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스·스페인 등 몇몇 유로존 국가의 경제가 불안하다. 어느 한 나라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다른 나라로 전이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몇몇 국가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나.
“없다. 유로존에서 겪는 일련의 어려움들은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80년대부터 연 8%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중국이 향후 미국을 제치고 최대 경제대국이 되면 세계 경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중국이 언젠가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갖게 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중국은 자유시장, 자유무역을 유지하는 게 필요할뿐더러 정치적인 자유화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제1위 경제대국이 된다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인가.
“그럴 리 없다.”
-중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져 ‘차이나 쇼크’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다른 나라들은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
“경제대국에서 발생하는 경기침체는 항상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기 마련이다.”
-중국 경제가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수 있지 않나.
“불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년 전 발생한 경제위기는 교수님이 주장한 합리적 기대이론에 의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나. 경제위기는 인간의 합리적 측면보다 비합리적 정서가 더 강하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이번 위기는 모든 경제학자들에게 도전을 안겨주었다. (경제학자들은) 위기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규제 환경이 위기 재발 위험을 최소화할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
위안화 절상, 美실업 완화 도움 안돼
-오바마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에 힘입어 미 경제의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5.7%를 기록해 ‘버블 가능성’까지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의 성장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생산은 아직 잠재력을 상당히 밑돈다. 장기적으로 미 경제는 회복 추세에 들어갈 것이다. ‘버블’은 문제가 아니라고 믿는다. 장차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0년 20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교수님께서 주창하신 ‘합리적 기대이론’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나는 증세(增稅)와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글래스-스티걸법을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금융 감독체제를 강화하려 한다. 향후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감독 강화’란 말은 애매하다. 우리는 과거에도 많은 ‘감독’장치를 갖고 있었지만 그것이 위기를 막아 주었는가.”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시장자유주의가 실패했
다는 비판도 들린다.
“전 세계에서 성공한 경제체제는 자본주의뿐이다. 다른 어떤 대안이 있는가. 물론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금융규제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항상 존재했다. 우리는 실(失)보다 득이 많은 새로운 규제 방식을 발견해야 한다. 이것은 힘든 일이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10%를 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지역의 수출을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려 한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의 실업은 큰 문제지만 중국 위안화 환율과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 미국의 위기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 안에서 생겨났다. 실업 문제는 미국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유 극대화해야 정책도 최대 효과
-교수님께서는 프리드먼 교수의 수제자라고 일컬어진다. 지난해 12월 별세한 폴 새뮤얼슨 교수는 경제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두 분 모두 위대한 경제학자다. 나는 프리드먼 교수의 학생으로서 강의를 들었고 새뮤얼슨 교수의 『경제분석의 기초(Foundation of Economic Analysis)』를 공부했다. 짧은 답변을 통해 경제학에 대한 두 분의 공헌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수님의 ‘합리적 기대이론’은 투자이론과 화폐이론, 재정경제학 등 거시 경제학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 정책이 최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나는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을 지지한다. (정부 간섭은) 제3자에게 (환경오염처럼) 나쁜 영향을 주는 걸 방지할 필요가 있을 경우만으로 제한돼야 한다.”
-교수님은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산요소를 노동력의 크기가 아니라 인적자본의 크기라고 말했다. 한 나라의 인적자본과 경제발전을 좌우하는 변수는 무엇인가.
“훌륭한 학교와 훌륭한 학부모가 중요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경제적으로, 지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배움과 근면함을 북돋워 주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배출됐다.”
첫댓글 배 여사님, 이렇게 여기 옮겨 주시니 대단히 고맙습니다. 그런데 살짝 걱정이 되는 것은 저작권 문제이네요. 인터넷에서 관련기사 링크를 거는 것은 OK 이나, 그 것을 다른 사이트에 옮기면 '무단게재'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뭐 중앙일보가 우리 까페를 상대로 '무단게재' 문제를 삼을리는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