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541]포은시次遁村韻呈四君子(차둔촌정사군자)
次遁村韻呈四君子 둔촌의 시에 차운하여 네 군자께 드리다
포은정몽주
昨日丱童成兩翁。 丱=쌍상투 관. 相從扶策憶山中。 卜鄰咫尺眞天賦。 來往何辭嘯咏同。 右東䆫
獨擅文章繼牧翁。 粲然星斗列胷中。 更將六籍䆫前讀。 手自硏朱考異同。 右陶隱
狂歌數載伴田翁。 珥筆重遊諫院中。 傾盖相逢還一笑。 風流眞態往時同 右若齋
瀟洒行裝似野翁。 新詩如錦滿囊中。 漢江可以濯吾足。 何日言歸與子同。 右遁村
衣冠縛束二毛翁。 觸熱行香佛寺中。 安得斯文二三子。 松風一榻晤言同。 右自叙 時在法王寺行香故云
둔촌의 시에 차운하여 네 군자께 드리다〔次遁村韻呈四君子〕
어제의 총각들이 이제 두 늙은이 되었으니 / 昨日丱童成兩翁 지팡이 짚고 상종하며 산중의 일 추억하네 / 相從扶策憶山中 지척 간에 이웃한 것은 하늘이 준 인연이니 / 卜鄰咫尺眞天賦 왕래하며 함께 읊조리기를 어찌 사양하리오 / 來往何辭嘯詠同 위는 동창(東䆫)에게 준 것이다.
문장을 독차지하여 목옹을 이었으니 / 獨擅文章繼牧翁 찬란한 별들이 가슴속에 벌여져 있네 / 粲然星斗列胷中 다시 육경을 펼쳐 창 앞에서 읽으며 / 更將六籍窓前讀 주묵을 손수 갈아 동이 점을 상고하네 / 手自硏朱考異同 위는 도은(陶隱)에게 준 것이다.
분방하게 수년을 촌 늙은이 짝하더니 / 狂歌數載伴田翁 붓을 꽂고 또다시 간원에서 노니시네 / 珥筆重遊諫院中 예전처럼 서로 만나 다시 한번 웃어 보니 / 傾蓋相逢還一笑 풍류 넘치는 참모습이 지난날과 같구려 / 風流眞態往時同 위는 약재(若齋)에게 준 것이다.
말쑥한 행장이야 촌 늙은이와 같지만 / 瀟灑行裝似野翁 비단 같은 새 시는 시낭에 가득하네 / 新詩如錦滿囊中 한강 물은 내 발이라도 씻을 만하니 / 漢江可以濯吾足 어느 날 돌아가서 그대와 함께하려나 / 何日言歸與子同 위는 둔촌에게 준 것이다.
의관을 묶어 맨 반백의 이 늙은이 / 衣冠縛束二毛翁 더위 무릅쓰고 절에서 향을 피우네 / 觸熱行香佛寺中 어떻게 하면 사문의 여러분과 함께 / 安得斯文二三子 송풍 부는 걸상에 앉아 터놓고 얘기할까 / 松風一榻晤言同 위는 자신을 서술한 것이다. 당시 법왕사(法王寺)에서 분향하였기 때문에 말한 것이다
[주-D001] 둔촌(遁村) : 이집(李集, 1327~1387)의 호이다. 본관은 광주(廣州), 자는 호연(浩然)이다. 저서로 《둔촌유고(遁村遺稿)》가 있다.
[주-D002] 동창(東䆫) : 포은과 교유했던 인물의 호인 듯하다.
[주-D003] 문장을 …… 있네 :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문장을 계승하였다는 말이다.송(宋)나라 장뢰(張耒)의 〈마애비후(磨崖碑後)〉에 “수부 원결(元結)의 가슴속에는성두와 같은 문장이 있네.[水部胸中星斗文.]”라고 하였다. 《古文眞寶前集 卷7》
[주-D004] 도은(陶隱) : 이숭인(李崇仁, 1347~1392)의 호이다. 자는 자안(子安),본관은 성주(星州),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1362년(공민왕11)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 사성,예문관 제학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 《도은집(陶隱集)》이 있다.
[주-D005] 분방하게 …… 노니시네 : 김구용(金九容)은 1375년(우왕1) 북원(北元)의 사신을물리칠 것을 주장하다가 이인임(李仁任)에게 배척당하여 죽주(竹州)로 유배되었다.얼마 뒤 고향 여흥(驪興)으로 이배(移配)되어 여강어우(驪江漁友)라 자호(自號)하고서7년을 야인으로 보냈다. 1381년 우왕이 그의 풍의(風義)를 숭상하여 간관인좌사의대부(左司議大夫)를 제수하였다. ‘붓을 꽂다’는 옛날에 사관(史官)이나간관이 기록의 편리를 위하여 조정에 나갈 때 붓을 귀에 꽂는 것을 말한다. 인하여 사관이나 간관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주-D006] 약재(若齋) : 척약재(惕若齋) 김구용이다
.[주-D007] 한강 …… 만하니 :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 “창랑의 물이 맑으면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고 하였다.
[주-D008] 법왕사(法王寺) : 고려 태조가 개경 십사(開京十寺)의 하나로 919년(태조2) 창건한 절이다. 이후로 역대 왕들이 이곳에서 팔관회(八關會)를 열거나팔관회를 마치고 분향(焚香)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박대현 (역) | 2018
포은집 제2권 /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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