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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긍정적인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유현미의 작품세계 정진성의 "유려한 색들과 정제된 붓질" 일상과 상상을 넘나드는 서상익의 작품세계 함도하... ‘감정’과 관련된 기억의 조각 송지연의 사유...시간의 흐름과 주변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풍경들 |
[미술여행=윤경옥 기자]갤러리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가 2023년 11월 대상에 대한 재현을 기반으로 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확장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업으로 "THE DOTS: 김강용, 국대호, 윤병락, 남경민, 김준식" 그룹전시에 이어 2024년 6월 "THE DOTS II: 이석주, 이동기, 정해윤, 송명진, 하태임" 그룹전시로 작가가 현상을 인식하고 표현한 화면을 통해 여러 층위의 작업 의도를 알아가는 전시, 그리고 미술의 각 맥락 안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지점을 만들어가고 있는 유현미, 정직성, 서상익, 함도하, 송지연 작가와 함께 그룹전 "THE DOTS III"를 개최한다.
사진: 서상익,다음을 기다리며,90.9x65.2cm,Oil on canvas,2025
●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의 정서와 마음
2023년 11월에 개최된 "THE DOTS"전시에서는 대상에 대한 재현을 기반으로 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확장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업으로 선보였다. 이어 2024년의 "THE DOTS II"는 작가가 현상을 인식하고 표현한 화면을 통해 여러 층위의 작업 의도를 알아가는 전시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세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전시 "THE DOTS III"에서는 삶에 녹아 있는 인간의 정서와 감각을 풀어내 방법론을 넘어 깊이 있는 서사를 제공하고자 한다.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의 정서와 마음에 관한 것이다.
사진: 송지연,그 곳을 바라보다,60.6x60.6cm,Acrylic on linen,2025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와 인간을 유기적으로 둘러싼 환경, 그리고 사회적인 면면들은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소재가 된다. "THE DOTS III"에서는 다양한 조형 언어를 구사하는 작업으로 전시가 구성된다.
사진: 유현미,네모난 지구,112x112cm,Oil and inkjet print on canvas,2024
작가들은 각각 다루는 매체, 즉, 회화, 사진, 조각, 공예적인 요소들을 충실히 녹여내는 동시에 자신을 비롯한 우리의 삶과 환경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해 오고 있다는 면에서 작업의 성격을 같이 한다.
사진: 정직성,자목련 Magnolia Liliflora 202417,202418,202419_130.3×89.4cm(each),Acrylic and oil on canvas,2024
2025년 3월 5일(수)부터 3월 29일(토) 까지 열리는 갤러리 나우의 3월 그룹전:"THE DOTS III"전시는 "THE DOTS"와 "THE DOTS II"에 이어 동시대 미술을 점(dot)의 관점으로 구성한 세대별 전시다. 작가들의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작품의 여러 가치- 감정과 이성, 사회, 미학, 미술사적인 부분에 대하여 기대를 표하는 자리로 전개될 예정이다.
사진: 함도하,Emotional Morijang-Ten Symbols of Longevity1,2,54.5x68.5x50.5cm(each),MDF,Steel,Painting,Veneer,Mother of Pearl,2025
◈긍정적인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유현미의 작품세계
유현미(b.1964)의 작업은 조각, 회화, 사진, 다시 회화를 거쳐 탄생한다. 작가는 일상의 사물들을 선택하거나 직접 제작한 조형물을 설치하여 배경과 사물 위에 색을 입히고, 사진 촬영 후, 다시 유화 물감으로 덧칠하는 방식을 취한다.
작업 초기부터 일관적으로 보여주었던 이러한 제작 방식은 화면 안에서 실재와 환영을 넘나들며 모호하고 신비로운 층위를 형성한다.
그의 작업에서는 감각이 투영되는 붓자국이 드러나고, 상상 속의 사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곳곳의 사실적인 흔적들로 인해 의도적으로 사진의 특성을 남겨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작가는 매체의 혼성과 이와 관련된 행위의 누적을 통해 관람객이 실재의 한계를 짐작할 수 없도록 하여 그만의 미감을 완성한다. <Still Life>, <Composition>, <Bleeding Blue> 등에 이어 근작인 <십장생> 연작도 매체를 실험하는 작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십장생>에서는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열 가지 상징(해,산,물,돌,구름,소나무,불로초,거북,학,사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긴장감 있는 구도, 다양한 색상과 통일감 있는 채도로 표현했다.
작가는 <십장생>을 통해 한국의 전통 회화의 구복과 길상의 소재, 즉 복을 구하고 좋은 조짐을 부르는 요소들을 재구성하고 시대를 불문하고 공통된 관심사인 행복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이상과 현실에 대한 감각이 충돌하고, 작업의 소재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가중되는 순간, 작가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모두의 꿈인 동시에 오래전부터 일상에 녹아 있던 행운의 상징들이 합쳐져 긍정적인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사진; 유현미,보라 빛 십장생,73x100cm,Oil and inkjet print on canvas,2024
<작가노트>
“미술에 있어서 구복은 가장 원론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동양에서는 복을 가져오는 상징적 요소들을 미술과 사물의 형태로 집안에 두어 행복과 장수를 기원했다. 이러한 상징적 소재의 반복적 선택은 지금의 일상생활에도 녹아있다.
이번 Good Luck 시리즈는 십장생, 책가도, 화조도 등 한국의 전통회화의 길상적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길몽, 태몽 등 행복과 관련된 꿈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 유현미
◈ 정진성의 "유려한 색들과 정제된 붓질"
정직성(b.1976)은 개인의 고통이나 사회적인 문제를 작가 특유의 서정성과 회화사에 등장하는 여러 양식을 바탕으로 구현해 낸다. 그는 2002년 경제적인 이유로 잦은 이사를 해야 했던 자전적인 경험을 해석한 <연립 주택>을 시작으로, <공사장 추상>, <푸른 기계>. <기계>, <녹색 풀>, <겨울꽃>, <현대 자개 회화> 등의 연작을 통해 표면적 의미와 이면적 의미가 공존하는 메타 회화를 선보여 왔다.
이를테면 남성 중심의 문인화에 반기를 들고,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개 공예 기법으로 문인화의 역동적인 리듬을 그린 <현대 자개 회화>와 여러 의미를 상징하는 시대의 군중을 밤 매화로 표현한 <겨울꽃> 연작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고통과 사회의 부조리함을 작업에 직접적으로 투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회화에는 일상적인 숭고가 담겨 있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 속에서도 잃지 않을 수 있는 품격과 이를 예술로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가의 말을 잘 나타내듯이 특수한 상황을 성찰하고 얻게 된 그의 화면은 유려한 색들과 정제된 붓질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 작품은 약자의 지난한 삶을 일관적으로 대변했던 작가의 결과는 다르게 우아한 정서가 묻어난다.
이렇듯 작가는 은유적인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문제의식에 기초한 회화적 내용의 확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자 한다.
사진: 정직성,201927,59×59cm,자개,나무에 삼베,옻칠 마감(Mother-of-pearl, hemp cloth on wood, natural lacquer),2019
<작가노트>
“지금 우리는 가혹하고 추운 겨울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험난한 시절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죽은 나무 위에 넝쿨이 올라와 새 싹을 틔우듯, 어둠은 빛과 함께 존재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추운 겨울날 붓질을 하며 꽃과 싹을 그린다.” - 정직성
◈ 일상과 상상을 넘나드는 서상익의 작품세계
특정 상황이나 일상을 재구성함으로써 개인사에서부터 사회 전반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서상익(b.1977)은 일상과 상상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서술적인 요소는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정서를 드러내는데, 이는 그가 다른 시공간과 이야기의 층을 다루고 있지만, 마치 현실에서 포착한 하나의 순간처럼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그에게 있어서 과거, 현재, 미래로 연결되는 시간이란 각자의 관념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작가는 시공간이 갖고 있는 물리적인 성격을 드러내기보다는 ‘붓질’이라는 행위에 중점을 두며 이미지들을 맥락 없이 쌓아간다. 작업 과정에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무아(無我)’의 상태에 이르는 연습이다.
대상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미루고, 관조적인 자세를 취하는 그의 입장은 회화의 본질적인 방법론에 충실하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그렸는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제시한다. 이처럼 서상익이 만드는 이미지와 이미지 간에. 연결고리는 보편적인 흐름과 논리를 벗어나 대상 간의 상관관계를 유추하도록 하여 관람객에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진정한 표현의 자유로움은 자아가 사라질 때 가능하다는 작가의 말은 그가 회화가 갖고 있는 모호성, 즉 언어로 표현되기 어려운 다양한 심리적 풍경을 표현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사진: 서상익,물위의 선,72.7x100cm,Oil on canvas,2025
<작가노트>
“영국의 프로그래시브 밴드 Moody Blues 명반 ‘Days of Future passed’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지나간 미래의 날들이란 무엇일까? 시재를 흔히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지만, 사실 우리에게 현재는 인식과 함께 과거가 되어버린다.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에게 현재는 관념만 존재하는 방금 지나가 버린 과거일 뿐이다. 우린 과거라는 불안정한 기억과 미래라는 관념 속에서만 존재할 지 모른다…” - 서상익
◈ 함도하... ‘감정’과 관련된 기억의 조각
함도하(b.1978)의 작업은 ‘감정’과 관련된 기억의 조각을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관계성이 녹아 있는 특정한 분위기에서 예민하게 감각하고, 반응했던 순간을 자신이 선택한 재료의 오브제로 끌어낸다.
작가는 자신이 경험했던 원형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사람들의 관계를 표현한다. 그는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감정선을 넘어 이야기의 주인공을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으로 외연을 넓히고, 사람들의 다양성과 이를 수용한다는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색과 문양, 여러 질감의 재료를 사용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그의 조형 언어는 화려하고 다채롭다. 또한 공예, 조각, 회화, 프린트 등 장르의 제한 없이 유연하게 구현된 작업 안에는 작가가 직접 만든, ‘톰(Tom)’과 ‘도나(Dona)’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모두가 긍정적인 감정만을 느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지만, 관계에 대한 이상을 말하고자 했던 그의 의도는 ‘의인화’된 의자인 ‘톰’과 ‘도나’로 실체화된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자, 발랄한 작업 이면에 진지함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타인과 교감하며 여러 유대 가운데에서 치유를 경험할 때 완성되는, 즉 예술이 갖고 있는 본연의 기능과 닿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진: 함도하,TOM-Surprise-꽃,55x35x25cm,Resin,acrylic painting,FRP,swarovski,chrome,2024
<작가노트>
“나에게 있어서 ‘가구’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상이면서도 예술이기도 하고, 감정의 농축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작업한 예술 가구들을 사람들이 응시하고 감응하는 것에만 머무르기를 원치 않는다.
그 예술 가구의 안팎과 전후를 둘러싸고 길게 늘어선 행렬처럼, 북적거리고 적당히 들뜬 사람들의 수줍은 환호처럼, 한 편의 서사시를 써 내려가길 원한다.” - 함도하
◈송지연의 사유...시간의 흐름과 주변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풍경들
송지연(b.1981)의 작업은 자신을 찾는 일에서 비롯되었다. 작가에게 자신에 대한 사유는 시간의 흐름과 주변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풍경들로 표현된다. 특히 작가가 나고 성장한 도시의 모습은 인간의 삶과 삶 속에 존재하는 유기적인 관계를 표현하기에적합한 소재였다.
일반적으로 도시를 떠올릴 때 산업화와 고층빌딩 사이의 건조한 분위기를 상상하지만, 작가를 비롯한 도시가 삶의 터전인 세대들에게 도시는 새로운 의미의 자연이자 고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송지연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얻게 된, 그만의 도시를 보여준다. 작가는 특정 장소를 바라보기 위해 높은 지대를 찾거나 곳곳을 걷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지우며, 물감을 퇴적층처럼 두껍게 올린 화면은 자아 성찰적인 요소를 담아 관습적인 장소가 아닌, 투박하면서도 서정적인 곳으로 치환된다.
그의 작업에서는 중성적인 잿빛과 적절한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세상의 면면을 편견없이 흡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제주도에서 거주하며 풍경을 그림으로써, 삶의 공간을 실존적인 ‘도시’뿐만 아니라 자신이 접했던 환경으로 ‘도시’의 범주를 넓혀갔다. 나아가 작가는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과 자연 풍경 사이에서 평범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상상하며, 자신이 처한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다.
사진: 송지연,먼 곳을 보다,60.6x72.7cm,Acrylic on linen,2022
<작가노트>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일상적이고 낯익은 풍경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다. 아주 사적이고 개인적인 나부터 이 시대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나’이다. 삶의 방식과 환경에 따라 사는 곳이 다르고 생활 방식이 다르지만 일상생활 속 우리의 모습은 모두 비슷한 것 같다.” - 송지연
●갤러리 나우, 3월 그룹전:"THE DOTS III"전시안내
전시 제목: THE DOTS III
참여 작가: 유현미, 정직성, 서상익, 함도하, 송지연
전시 기간: 2025.03.05(수)-03.29(토)
오프닝: 2025.03.05(수) 오후 5시~6시 (별도의 오픈식 없음)
관람 시간: 화~토요일 오전10시~오후6시 (03.29은 오후5시까지)
전시 장소: 갤러리 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
전시 문의 : 갤러리 나우(02-725-2930)/ E-mail. gallery_no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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