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단상 13/김삿갓 추기追記]낡고 녹슨 칼날의 호신용 지팡이
지난 9월 29일의 졸문 찬샘단상 13편(https://cafe.daum.net/jrsix/h8dk/1061)에서 약속한 대로 158년 전의 천재 방랑시인 김삿갓의 실제 지팡이를 공개합니다. 전남 곡성역 근처 기차마을 전시관에서 한때 사진 전공의 선배가 찍어 보낸 것입니다. 대나무 지팡이이긴 하나 호신용이어서 대나무 마디는 칼집이 됩니다. 칼(장도粧刀)는 심하게 녹이 슳어있군요. 당연하겠지요. 그것을 갈고 닦으면 유물의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요.
그 지팡이를 지긋이 보면서, 김삿갓(김립金笠, 김병연金炳淵)이라는 사나이의 한 많은 삶과 한없는 시심詩心을 엿보게 됩니다. 홍경래난이 일어나자 굴복한 김익순이 제 할아버지인 줄을 모르고 과거시험에서 맘껏 조롱하며 비웃어 장원壯元이 된 게 어찌 김삿갓의 잘못이었으리오. 하지만, 그는 그게 부끄러워 하늘을 우러러볼 수 없었기에 약관弱冠의 나이에 집을 나서 기약없는 방랑에 나섭니다. 말리는 처자妻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답니다. 30여년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았으니 그동안 짚신이 몇 켤레가 닳아졌을까요. 요즘으로는 운동화가 수 백 켤레 없어졌겠지요. 그의 유일한 벗이 지팡이였을 테구요. 낡아 버린 지팡이도 무릇 기하였을테지요. 험한 산길을 걸으며 지팡이는 장도長刀로 변해 호신용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지팡이 중의 한 개가 ‘기적적으로’158년 동안 전해 내려왔답니다. 지리산에서 곡성을 거쳐 화순 동복으로 가는 길, 곡성의 장도粧刀장 이교호 훈장선생에게 수리를 부탁했다는군요. 이 훈장님은 한때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호언으로 유명한 정치인의 방계 증조부라고 합니다. 김삿갓은 맡겨놓은 지팡이를 찾지도 못하고 동복에서 숨을 거두고 맙니다. 그 지팡이는 훈장님의 제자 한기동(국가중요무형문화재 60호인 낙죽장도 한상봉의 재종조부)이 조카인 제자 한병문에게, 한병문은 아들 한상봉에게 물려주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것이구요. 믿거나말거나일지 모르지만, 스토링텔링치고는 아주 흥미롭지 않나요.
김삿갓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지팡이는 주인과 얼마나 많은 고독과 슬픔 그리고 고난과 시련을 함께 했겠습니까. 주인의 손때가 묻고, 녹슨 칼을 보면 어찌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불후의 명작‘세한도歲寒圖’를 감상해도 그러지 않습니까. 김삿갓 방랑3천리를 생각하니, 대동여지도를 남긴 고산자 김정호와 도보답사의 선구자 신정일 선생도 생각납니다. 고산자는 대체 한반도를 몇 바퀴나 돌았을까요? 백두산 천지도, 한라산 백록담도 직접 밟았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정일 선생은 실제로 전국 방방곡곡을 밟지 않을 정도로 걸어다녔다고 합니다. 가방끈이 짧으면서도 1만권(흉포만권胸包萬卷)을 읽고 문리文理가 터졌다지요.‘현대판 택리지’격으로 100여권의 책을 지은, 대단한 분입니다. 어찌나 아는 것도 많고 총기도 좋은지, 실제 대하다보면 감탄스러워 말을 못건넬 정도더군요.
김삿갓 지팡이를 이제 사진으로 보았지만, 일간 직접 보러 가야겠습니다. 화려한 백수가 되어 무엇인가를 보고 배우겠다며 발품 파는 재미도 쏠솔합니다. 이런 것도 그중의 하나이겠지요. 깊어가는 가을, 그냥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자판을 토닥거리며 안부를 전합니다. 만 65세 이하이기에 독감 예방주사(백신이 예방주사인 것을 모두 백신, 백신 하는 것은 의료계와 정부기관,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들 잘못입니다. 예방주사라 하면 어디 덧난답니까. 우리라도 반드시 예방주사라고 씁시다)를 9500원 주고 보건소에서 맞았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명곡을 듣거나 예술품을 보고 <감동하다, 흥분되다>라는 것은 마치 사춘기 때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만나러 갈 때의 콩당거리는 느낌처럼 내 의지(대뇌)와 관계없이 작동되는 생리적 변화 현상(자율신경계와 호르몬의 변화 작용)이다.
감동, 흥분(성적흥분 포함), 이유없이 끌리는 사랑, 눈물, 순간 터지는 웃음, 놀람 등은 같은 매카니즘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추사의 세한도를 보면 그런 감흥이 오지 않는다. (그림에 얽힌 사연 등 기타 시험보면 정답은 맞출 수 있겠지만....)
그 외에도 명작이라고 하는데 감흥이 오지 않는 것이 조금 더 있다.
내 美感이 높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ㅠ
문제는 졸리는 교향곡을 명곡이라고 해서 감동되지 않고, 아무 감정없는 이성을 보고 가슴 뛰라고 해서 뛰어지지 않는 것처럼 대뇌로 이해한다고 해서 되는 분야가 아니라서 답답하네!
듣도 보지도 못한 과거 역사이야기까지 두루두루 섭렵하고, 거기에 감성까지 버무려 맛갈나게 스토리를 엮어가는 전라도 닷컴 홍보위원님. 요즘, 위원님 덕분에 그 닷컴 디쟈인과 글내용도 매우 좋습니다 그려.
내일 이야기도 벌써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