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줄기차게 내리더니, 눈이 옵니다.
잠을 자고 나서야 눈이 왔음을 알았습니다.
영동지방은 과거에는 참으로 눈이 많이 왔습니다.
일본 니가타 아오모리 등 동북 지역의 雪國과 닮았었습니다.
그런데 설국의 한자는 일본과 한국이 다릅니다.
일본은 ' 雪国' 이라고 쓰고, 한국은 ' 雪國'이라고 씁니다.
'나라 국'을 일본식 한자로 쓰는 겁니다.
이런 일본식 한자는 한국 한자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국은 가와바따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입니다.
저는 일본 작가 중에 가와바따 야스나리와 이시무레 미찌꼬를 좋아하는데, 가와바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아름다운 문장 때문이고, 이시무레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객체를 향한 접착력 때문입니다.
작가로서는 이시무레가 더 훌륭합니다.
저가 일본에 있을 때, 두 노래가 유행했습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와 일본 가수의 '설국'이었습니다. 설국은 일본어로 '유끼구니'라고 합니다.
소설 '설국'의 줄거리를 떠올려보면.
"무용 연구가인 시마무라는 ‘눈의 고장(설국)’의 한 온천장을 몇 년간 찾아왔다.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고마코라는 게이샤 때문인데, 어느 해 시마무라는 이 지방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본 요코라는 여성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요코가 간호하는 유키오라는 남자의 치료비를 고마코가 게이샤 일을 통해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이 ‘헛수고’라고 생각한다.
고마코는 매년 찾아오는 시마무라에게 순간순간 덧없는 애정을 표현하고, 시마무라는 유키오가 죽은 후 혼자가 된 요코의 지순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낀다. 단풍철이 끝난 어느 겨울날, 시마무라와 고마코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마을의 창고에 불이 난다. 두 사람은 서둘러 창고로 향했는데, 화재를 진압해 가던 도중 창고 2층에서 요코가 실신한 채 떨어진다.
작품 속 명문장은 대충 몇개 떠올려보면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거울 속에는 저녁 풍경이 흘렀다. 비쳐지는 것과 비추는 거울이 마치 영화의 이중노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등장 인물과 배경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게다가 인물은 투명한 허무로, 풍경은 땅거미의 어슴푸레한 흐름으로, 이 두 가지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이 세상이 아닌 상징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대합실 유리가 빛나고 고마코의 얼굴은 그 빛 속에 확 타오르자 싶더니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눈 온 아침의 거울 속에서와 똑같은 새빨간 뺨이었다. 시마무라에게는 또 한번 현실과의 이별을 알리는 색이었다."
"고마코가 자신에게 빠져드는 것이 시마무라는 이해가 안 되었다. 고마코의 전부가 시마무라에게 전해져 오는데도 불구하고, 고마코에게는 시마무라의 그 무엇도 전해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시마무라는 공허한 벽에 부딪는 메아리와도 같은 고마코의 소리를, 자신의 가슴 밑바닥으로 눈이 내려 쌓이듯 듣고 있었다. 이러한 시마무라의 자기 본위의 행동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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