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공해 없는 도시에서 살고 싶다
요즘 길거리에 나가보면 온 나라가 현수막에 뒤덮여 신음하는 느낌이다. 지저분한 도시경관 조성과 함께 증오와 대립을 부추기는 문구는 국민의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리고 그 많은 현수막 폐기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소각에 따른 대기오염을 일으킬지 걱정스럽다.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면서 이제는 스스럼없이 개인이나 단체도 현수막 따라하기를 하는 것 같아 갈수록 현수막 공해에 더 시달려야 할 것 같다. 지난 7월 5일부터 7일까지 벡스코에서 열린 ‘2023 새마을운동 글로벌 협력국 장관회의’를 홍보하기 위해 동백섬 입구, 유엔평화공원,벡스코 주변 등 도로변에 10m 간격을 두고 각각 3개의 현수막이 연속해서 걸린 것을 보면서 근검절약의 새마을정신이 달아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 제공 차원의 노선 당 한곳이 아니라 적극 홍보 차원의 연속 게시인 것 같은데, 물론 높아진 새마을운동 위상과 엑스포 홍보를 위해 29개의 개도국 장차관들에게 적극 어필하기 위한 것은 이해는 하지만, 앞으로 그에 못지않은 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벡스코에서 계속 열릴 텐데 그 때마다 현수막으로 도배할 것인가? 새마을운동 단체에서 나서 현수막 자제 운동을 펼치는 것도 새마을운동의 하나로 생각된다.
◇ 정녕 현수막 없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꿈인가?
지난 5월 말 해운대라이프 편집위원 5명이 시모노세키와 기타큐슈 여행을 하면서 공통으로 느낀 사항이 어떻게 일본의 도시에서는 현수막 하나 볼 수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인구 27만의 시모노세키시와 99만의 기타큐슈시에서는 정말 눈을 씻고 봐도 단 하나의 현수막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심지어 공용의 지정게시대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우 발견한 것이 우체국 간판과 맞추어 자그맣게 제작한 것으로 기타큐슈시 출신 국회의원과 현 의원 두 사람의 간단한 소개 내용이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는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현수막이나 간판에 대한 규제는 엄격한 것 같다. 미국에서는 선거철에 30cm에서 100cm의 작은 표지판 정도만 허용하되 게시 장소와 기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고 한다. 최근에 인천광역시가 행안부의 법 논리를 거스르며 정당 현수막 제거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 현수막 문화도 선진국 수준으로 달라져야 한다. 제발 현수막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