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3-12-21 09:54 조회 : 1572 |
| | |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교 사회에 승진 이야기가 화제의 중심이 되던 때가 있었다. 나이 지긋한 교사는 물론 교육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조차 가르치는 일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오로지 승진에만 목을 매던 시절. 자신이 확보한 점수를 깨알처럼 적어서 다니며 곧 승진되는 것처럼 흥분하는가 하면 현직 교장과 교감들의 정년 예정 날짜를 연도별로 정리하여 승진 시기를 점치는 치밀 파까지 유형도 다양했다.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나는 연민의 정을 느꼈고 도덕적으로는 타락한 것쯤으로 치부했다. 그 모습이 역겨워서라도 교감 따위는 절대 꿈꾸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일만으로도 교사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이라 믿었다. 이와 같은 나의 부정적인 시각은 승진을 꿈꾸는 그들이 정당한 노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남보다 앞서는 요령과 술수에 의지한다는 인식이 각인되면서부터였는데 본인을 위해서도 불행이었다. 30대 중반이었을 게다. 교사 경력 10여 년을 넘기면서부터 학교 사회라는 곳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눈을 뜨게 될 무렵이었다.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이해 못 할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승진점수를 위한 공적 조서를 작성하는데 그 내용이라는 것이 완전히 허위요 창작 수준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공적을 자기 손으로 써내려가는 기이함이란 충격이었다. 승진하는 방법도 다양했다. 도박이나 주먹다짐으로 벽지학교로 전출됐던 교사가 어느 날 「가산점」이란 날개를 달고 화려하게 부활 하는 가하면 「가을 국화 전시회」에서 그 재배 솜씨에 따라 연구 점수로 포상받기도 했다. 국화 기르기와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지만, 교육 박물관에 진열할 물건을 돈을 주고 구매케 하여 연구점수로 인정해주는 몰상식에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승진을 위해서라면 너나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덤볐다.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자만이 무능 교사로 낙인찍힌 채 도태되어 나갔다. 게다가 근평(勤評)이라는 족쇄까지 채워졌으니 교장과 교감은 더할 수 없는 상전이었다. 새마을 주임 P 선생은 출근하면 학교장의 뒤꽁무니를 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애꿎은 담임 반 아이들만 자습으로 내몰린 채 교실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유난히 꽃 가꾸기를 좋아했던 교장 선생님은 철 따라 심는 꽃의 종류도 다를 뿐 아니라 한 번 심은 것은 2주일을 넘기지 않았다. 심었던 꽃을 파헤치고 또다시 심고, 그러기를 반복하자니 운동장에서 살아야 했다. 정년을 앞두고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위 수술을 하고 난 후의 부실한 자신의 건강을 다지려는 방편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때 손수레와 물통 따위를 들고 열심히 쫓아다니며 충성을 다했던 P 선생이 다음 해 승진 명단에 포함된 것은 당연한 노력의 결과요 세상의 순리였다.
승진 한다는 것은 영광이요 축복이 아니라 음모이며 죄악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페스탈로치」선생이 아니고서야 우리 같은 속물들이 어찌 자신의 앞날에 무관심하기만을 바랄 수 있을 것이며 그런 나 역시 초연했다고만은 할 수 없으니 결국 교사로서의 철학이 분명하지 못했음을 탓해야 옳으리라.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만년 평교사로 정년을 맞이하기까지 무능하다 하지 않고 끝까지 기(氣) 살려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준 아내의 공이다. |
| 임병문 | 13-12-21 10:18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昇進' 낮은데서 높은 곳으로 옮아감이라는 뜻이겠지요. 어쩌면 살아감의 본능이요 인간의 갈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치와 사리 따지지않고 오직 그것에 급급하다보면 패가망신에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또한 그것이겠지요. 무수한 교훈앞에서도 어쩌지못하는 그 욕망, 자제할 수 있는 품격과 수양, 최상의 삶이아닌가 사유해봅니다. 무겁지만 꼭 읽고 유념해야할 理法, 잘 읽었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기바랍니다. 이미자 시인도 공감을 표했습니다. | |
| | 강승택 | 13-12-21 19:09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인간의 본능이라 하지만 부질없는 욕망이 인간을 인간답지않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적어도 우리 글쓰는 사람들 사회만큼은 청정지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 |
| | 일만성철용 | 13-12-21 10:28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교사의 꽃이 교장, 교감이라면 국어교사의 꽃은 작가로 꽃 피운 세상입니다. 강승택 선생님은 승진한 것입니다. 生前富貴요 死後文章이라니 말입니다. | |
| | 강승택 | 13-12-21 19:12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生前富貴요 死後文章이라. 참 마음에 와 닿는 글이긴 합니다만 그만한 문장이 못됨이 부끄럽지요. 일만선생님, 주신 말씀 감사합니다. | |
| | 김권섭 | 13-12-21 14:47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교직사회의 일부 실체를 赤裸裸하게 조명하셨습니다. 근평과 포상은 '갑'의 作爲대로 이루어지고 요령과 권모술수, 인사(?)를 잘하는자가 득세를 하지요. 선생님은 꺼리낌없이 최선을 다하셨으니 성공한 선생님이셨습니다. 공감이 가는 글 감사합니다. | |
| | 강승택 | 13-12-21 19:17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김선생님께서도 교직에 계셨으니 그 곳 사정을 잘 아시겠군요. 그래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참교사가 대부분이니 우리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임병식 | 13-12-21 15:26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제가 작품으로 만나보고 싶은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강직하신 성품이 그러고도 남으시리라 짐작이 감니다. 직장에서의 승진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부로 이루어진 작태는 저도 많이 봐왔습니다. 살아있는 생생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일만선생님 만마따나 우리는 붓한자루만으로 기개를 펼칠수 있는 작가이니 부러워할게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바른말 많이하다 밉보인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 |
| | 강승택 | 13-12-21 19:25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대부분의 교사가 맡은 바 소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극히 적은 일부가 물을 흐려놓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바른 말 많이 하신 임선생님 같은 분이야말로 직장에선 존경받는 분이 아닌가 합니다. 늘 좋은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 |
| | 이희순 | 13-12-21 23:05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옛 책에도 재물로 벼슬을 사는 이치가 적혀 있고 재물이 벼슬을 생조하는 것이 오행의 기본이고 보니 어쩔 수 없는 인간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승진이나 높은 벼슬 자체가 악일 수는 없지만 옳지 않은 수단과 방법으로 승진한 사람들일수록 아랫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더군요. 평생을 올곧은 신념으로 청렴을 이루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 |
| | 강승택 | 13-12-22 11:44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선생님 말씀대로 승진이나 높은 벼슬이 악일리 없고 오히려 좋은 인재들이 많이 등용되어야 마땅하겠습니다만 그 과정에 간혹 물의가 생기는 경우를 봅니다. 좋으신 말씀 감사합니다! | |
| | 임재문 | 13-12-22 00:16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저도 승진에는 실패작입니다. 그런데 퇴임하고 보니 뭐 별것 아니더라구요. 퇴임하면 다 똑같다는 생각입니다. 승진 먼저 해서 저 세상 먼저 간사람도 있고 승진 먼저해 잘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승진으로 인해서 저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요 흥진비래 고진감래인 것은 확실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택 선생님 ! | |
| | 강승택 | 13-12-22 11:48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옷을 벗고 내려오면 비로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승진에 목매다보면 자칫 건강마저 잃는 경우를 봅니다. 무엇이 되겠다는 욕심보다는 마음 편한 것이 우선이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
| | 김용순 | 13-12-22 10:16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강선생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권력욕만 있어면 무리가 따르지요. 사람들이 본질은 보지 않고 겉 포장만 보기 때문에 포장을 키우려 기를 쓰는 것 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요. | |
| | 강승택 | 13-12-22 11:52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사람의 가치를 직위나 재물따위로만 재단하려는 인간심리가 문제이긴 합니다만 세상 이치가 그러니 어찌합니까. 북부지방은 기온이 더 낮아 하루하루가 정신이 번쩍드는 나날이 되실듯합니다. 감사합니다. | |
| | 이방주 | 13-12-22 13:47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강승택 선생님, 교육계의 치부를 용기있게 말씀하셨군요. 저도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교육행정이 부끄러워 말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원합니다. | |
| | 강승택 | 13-12-23 01:28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지금 생각하니 모두가 부질없는 욕망이었음을 깨닫게됩니다. 이방주 선생님, 퇴직하신지 얼마 안되신 줄 압니다. 부디 건강 챙기시고 좋은 글로 만나기를 응웧합니다. 감사합니다. | |
| | 김창식 | 13-12-23 18:45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어찌 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짐작이야 갑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군인은 사병, 교사는 평교사가 제일입니다요~, 강승택 선생님. | |
| | 강승택 | 13-12-24 12:50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군인은 사병, 교사는 평교사? 좋은 말씀입니다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 |
| | 정진철 | 13-12-24 06:13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참다운 승진을 하신 강선생님의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승진도 욕망도 있지만 열정도 있어야 하는겁니다. ㅎㅎ 그러나 참다운 승진은 강선생님 같은 분이겠지요~ 감사합니다. | |
| | 강승택 | 13-12-24 12:52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철 선생님!현직에 있을땐 승진문제가 커보여도 막상 떠나오고보니 모두가 부질없다는 생각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재미있게 하루하루 지내시길 응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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