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서 집안에 가만히 들어 앉아 있어도 땀이 난다.
긴 바지가 거추장스러워 반바지를 꺼내 입었다. 반바지는 전에 테니스를 할 때 입었던 옷이다.
집 안에 있을 때는 반바지를 입고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을 때가 많으므로 잘 몰랐는데
산보하러 밖에 나가보니 걸음을 걸을 때마다 허리춤에서 조금씩 흘러내렸다. 아파트를 한바퀴 돌 때에는 한 손으로 잡고 있어야 했다. 오랫동안 입지 않고 벗어 놨더니 고무줄이 늘어난 탓이다. 고무는 오래되면 산화되어 탄성을 잃게 된다.
우리가 국민학교 다니던 때는 시골에선 대부분 고무신을 신었다. 베신(운동화)는 설이나 추석때에나 겨우 얻어 신을 수 있었고 대개는 검정 고무신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고무신에 빗물이 들어가 미끄러웠다. 그래서 고무신을 벗어 들고 맨발로 신작로 냅다 뛰었다. 비닐 우산도 나오기 전이라 대나무로 만든 삿갓을 쓰고 다니거나 짚으로 만든 우장을 갑옷처럼 입고 다니기도 하고 부잣집 아이들은 초를 입힌 종이로 만든 우산을 들고 다니기도 하였다.
학교 운동장에선 사내 아이들은 고무로 만든 공을 찼고 계집 아이들은 운동장 한켠에서 고무줄 놀이를 하고 놀았다.
고무로 만든 공을 갖고 있으면 인기가 대단했고 마을에선 고무공도 없어 새끼를 돌돌 말아서 뭉친 새끼공을 추수를 끝낸 논에서 편을 갈라서 차고 놀았다. 재수가 좋으면 잔치집에서 돼지를 잡을 때 돼지 오줌통을 얻어와 바람을 불어 넣어 차기도 하였다. 고무신은 조금만 뛰어도 발에서 땀이 나서 공을 차면 공보다도 고무신이 더 멀리 날아갔다. 기차표, 말표 고무신이 생각나는데 태화고무 삼화고무 국제고무 등 고무신 공장이 부산에 있었다.
시골에선 포장이 안 된 돌멩이 길이 많았으므로 고무신도 잘 떨어졌다. 아이들은 들과 산으로 좇아 다니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바닥이 다 닳은 고무신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엿장수가 가위질을 하면서 동네에 들어오면 동네 아이들은 헌 고무신이나 탄피 등을 들고 뛰어 나갔다. 6.25사변이후 폐허가 된 땅에서 자원재활용은 국가적 시책이었다. 동네 중간쯤에 엿판이 실린 지게를 내려놓고 아이들이 들고 나온 고물에 따라 엿장수는 엿판에 칼을 대고 가위 손잡이로 톡톡 쳐서 엿을 떼어내어 아이에게 건네 주었다. 헌 고무신 한 켤레는 엿의 크기가 손가락 길이 정도였고 놋쇠로 된 대포껍질은 그 보다 훨씬 컸다. 표면에 울긋불긋한 장식이 되어 있는 엿 동가리를 엄지와 금지 두 손가락으로 잡고 입 속으로 밀어넣고 혀를 살살 굴리면 침이 흘러나와 달콤한 엿이 사르르 녹았다.
고무는 탄성이 커서 팬티 밴드 등에 들어가는 등 생활용품으로 많이 쓰인다. 베개나 침대 매트리스에 라텍스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고 자동차 타이어 제품에도 고무가 많이 들어간다.뿐만 아니라 공업용 압력용기에도 실(seal) 역할로 들어간다. 선박에서는 디젤 주기관의 실린더 라이너에 오링(O- ring)으로 들어가 냉각수가 바깥으로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 프로펠러 샤프트 스턴퓨브 전.후에도 오링이 들어가 오일이 바깥으로 새는 것을 방지 한다. 우주선에도 오링이 들어가 유압계통에서 압력유가 외부로 누설되는 것을 방지한다. 오 링은 직경의 크기가 아주 작은 수mm에서부터 수m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오링은 작은 부품에 불과하나 그 역할은 엄청나다.
1986년 1월 28일에 일어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는 고체연료 추진기 고장으로 이륙후 73초만에 폭발하여 승무원7명 모두 사망한 사고이다. 사고 원인은 우측 SRB의 고무로 된 오링이 추운 날씨에 얼어붙어 재데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주 왕복선 고체로켓부스터를 설계하고 제작한 모튼 시오콜사의 숙련된 고무 오링 기술자는 NASA와의 발사전 회의에서 극도로 낮은 기온으로 인해 오링이 얼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발사취소 또는 일정변경을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NASA와 시오콤의 고위 관리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그 결과 챌린저 우주왕복선에 장착된 SRB의 오링은 낮은 온도로 인해 탄성이 없어졌고, 오링을 통해 누출된 뜨거운 고압연료가 발사 후 점화된 것이었다.SRB는 이륙후 2분 후에 분리되어 2분정도 더 버틸 수 있었지만 SRB의 화염이 외부 탱크(ET) 바닥의 액체 수소 연료로 퍼져 폭발한 것이다 그 결과 발생한 뜨거운 고압 연기로 인해 챌린저호 동체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공중에서 분해된 것이다. 이후 대통령 직속의 사고 원인 분석 위원회는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이 위원장을 맡았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미국의 우주왕복선 운항이 중단되었으며 약 2년 8개월 후 STS-26(1988년 9월 28일 발사, 디스커버리)에서 운항이 재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