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그녀
글,이스트우드
작년에 그녀를 만났다.
며칠 전에 내린 유월 하순의 소나기에
여문 초록이 머문 양재숲에서 소녀스런 할머니를 만났다.
질퍽한 바닥과 물기 서린 풀숲을 피해
키가 크고 우람한 잣나무 그늘을 지붕 삼아 길게 놓여있던 직사각형 와상을 두고
한잔의 커피를 건네는그녀를 마주 보았다.
"커피 드세요."
마스크에 가려져 예쁜 입술은 볼 수 없었지만
그윽한 음정을 내는 클라리넷 처럼 고른 떨림을 담은 목소리는
반은 상큼하고 또 반은 달콤한 것이
달빛을 타고 내려온 별들이 익어, 탄생한 유월의 앵두빛을 닮았으리라ㅡ!
"저요?"
엉겹결에 커피잔을 받았다.
핸드드립으로 우려낸 커피라고 하였다.
마스크를 벗고 한모금을 목 넘기니 담백한 쓴맛이 향과 함께 온몸을 감쌌다.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가루를 만드는 그녀의 손맛과 커피 열매의 고유한 버터향
그리고 뜨거운 물에 우려내리는 진한 갈색의 아메리카노 한잔에
낮설고 우두커니 내쳐졌던 내 마음속 깊이 포근함이 번져 나갔다.
그러나 습도는 높고 여름 초록을 격렬하게 키워 내는 태양의 열기에
마스크 속 내 얼굴은 흐르는 땀에 어찌할 줄을 모르고
빠른 템포의 현들이 춤추는 가락을 찾아 가듯이
물이 흐르는 개울가로 향하였다.
손을 씻고 발을 담그고 그리고 시원한 물줄기로 얼굴을 훔쳤다.
그렇게 행복한 커피를 잊어 버렸었다.
몇 밤이 지나면 다시 오시는 유월,
커피를 내리시는 분,
부디 평화 가득 행복하시라ㅡ!
첫댓글
커피를 권하던 그녀,
지금은 오월의 중순으로 접어 들지요.
유월을 기다리기엔
마음이 조마조마 한 것 같습니다.
부디, 커피 내리시는 분을 해후 하시기 바랍니다.
가입하신지 얼마이지 않네요.
수필방에 먼저 오셨음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부디 꾸준한 마음으로 오셔서
친해 지기를 바랍니다.
콩꽃 선배님(?)
답글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요.
시나브로 세월이 흐르고 흘러 외모는 변해가도,
타고 난 감성은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안녕하세요.
느낌을 담은 댓글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열입곱 정렬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ㅡㅋ
지금 우리 나이도
편들어 지켜 주고 싶은 소녀스런 할머니가 계시더군요.
댓글 고맙습니다.ㅎ
올. 유월에도 그녀의 커피를 대접 받으시길. 바랍니다
유월이 지나 칠월이 오면
푸른비3 선배님의 바램이 저에게 이루워 졌는지 알 수있겠지요.ㅡㅋ
행복을 기원한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요.
단편소설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커피는 좋아하지만 약을 먹고 사는지라
가끔 한 잔만 마십니다
소녀스런 할머니에게 대접받는
커피맛은 더 그윽한 맛이 나겠지요
안녕하세요. 이베리아님ㅡ
그러시군요.
저도 매일 매일을 약으로 기운을 차린답니다.
덕분에 어쩌다 그 행복한 커피도 대접받았답니다.ㅡㅋ
댓글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요.
닉 네임이 이스트우드라고 하셔서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생각났는데요.
쓰신 글을 보니까 왠지 매디슨 카운트의 다리
영화를 연상했거든요.(개인적으로 저는 책이
훨씬 좋았구요. 영화보고 울었다는 사람 이해가
안 갔어요.
물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전히 멋 있었지만요)
6월에도 그녀와 잼난 이야기 들었음 좋겠습니다.
나무랑님과 제 생각이 같은 방향이군요.ㅡㅋ
미국 소설은 인간에 대한 실험성과
모험성이 특출나도록 강한 색채를 띄고 있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요,